떼제베 법원 경매 진행, 이븐데일 대중제 전환 갈등
회원제 골프장 45% 자본잠식, 대중제로 활로 모색

▲ 지난 4월 대중제 전환에 반대하며 충북도청앞에서 집회를 연 이븐데일 골프장 회원들. / 충청일보 제공

서울 여의도 소재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가 최근 발간한 ‘레저백서 2016’에 따르면 자본잠식된 회원제 골프장수는 작년말 기준 72개소로 조사대상 골프장수 159개사 중 45.3%에 달한다. 2012년말 89개사로 최고점에 달했던 자본잠식된 골프장 수가 2014년말 82개소, 지난해 말 72개소로 줄어들었다. 상황이 나아진 것은 아니고 부실한 회원제 골프장이 법원의 회생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자본잠식된 골프장을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이 22개소로 가장 많고, 영남권 19개소, 충청권 11개소, 제주권·호남권이 각각 7개소, 강원권 6개소 순이다. 수도권과 교통접근성이 좋고 지가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잇점으로 충청권에 몰렸으나 난립의 후폭풍을 맞고 있다.

자본잠식된 충청권 회원제 골프장 중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청주권의 A골프장. 부채비율은 무려 4만971%에 달했고, 입회금도 1434억원으로 추정된다. 청주권 B골프장은 입회금 659억원에 부채비율이 3만 6111%로 충청권에서 두번째로 높았다. 자본잠식된 충청권 회원제 골프장 11개소 중 유일하게 충주 C골프장(18홀)은 입회금을 모두 상환하고 지난 4월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했다. 이밖에 도내 다른 3개소는 회생절차를 진행중이고 나머지 5개소 역시 조만간 회생절차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중부권 최고의 골프장으로 불렸던 청주 떼제베골프장은 주거래은행에 의해 지난 3월 법원에 경매신청 됐다. 골프장측이 경매 시작전 기업 회생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떼제베골프장은 은행 채무 뿐아니라 청주시에 43억원의 지방세를 체납했다. 회원들의 입회비 피해 뿐만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세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회원제, 차별·고급화가 경쟁력

지난해 회생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강제인가 결정을 받은 이븐데일 골프장은 대중제 전환을 놓고 논란이 크다. 법원이 현재 회원제인 골프장을 대중제로 바꾸는 것을 조건으로 인가를 내준 것. 하지만 1인당 적게는 1억 3천만원에서 많게는 2억 7천만원까지 입회비를 내고 회원권을 분양받은 회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중제로 전환되면 입회금 대부분을 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지난 4월 충북도청 앞에서 대중제 인가 반대 집회를 여는등 집단반발하고 있다.

자본잠식된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부채액은 1,511억원으로 회원제 평균보다 22.3% 많다. 그렇지만 평균 자본금은 31억원으로 회원제 평균(59.7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평균 부채비율은 4,898%로 회원제 평균(2,070%)보다 2.4배 높았다. 건전 부채비율 기준을 보면, 산업은행은 250%, 금융감독원 200% 이하로 설정하고 있다.

대중제(퍼블릭) 골프장도 조사대상 골프장 102개소 중 19개소가 자본잠식 상태다. 회원권 분양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기자본을 너무 적게 갖고 금융권 차입으로 골프장을 만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퍼블릭 골프장들은 높은 수익률을 바탕으로 원리금을 상환해가고 있기 때문에 회원제 골프장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제 골프장의 경영 성과를 비교하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2014년 기준 회원제 골프장은 영업이익률 -4.5%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하락한 끝에 2014년 처음으로 순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반면 대중제 골프장은 영업이익률 27.4%를 기록했다. 결국 골프장의 위기는 ‘회원제 골프장의 위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무엇보다 세금 때문에 회원제 골프장의 수익율을 개선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회원제 골프장 매출 30% 세금

회원제 골프장의 재산세율이 4%인 반면 대중제 골프장은 0.2~0.4%다. 10배가 넘는다. 회원제 골프장은 입장객 1인당 약 2만 2000원의 개별소비세가 부과되는 반면, 대중제 골프장 입장객은 개별소비세 부담이 없다. 지난 2014년 경영 성과를 비교해보면 회원제 골프장의 세금부담액은 32억 8000만원인 반면 대중제 골프장은 3억원이다. 무려 30억원의 세금부담 차이가 있다. 매출의 30% 이상을 세금으로 부담하는 상황에서 회원제 골프장의 수익성 개선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1998년 정부는 골프 대중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대중제 골프장에 대하여 면세에 가까운 혜택을 허용했다. 골프선진국에서는 회원제와 대중제 이용 비율이 30대 7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중제 이용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용자 확대 여지가 높았지만 골프장사업자들은 단기간에 큰 자본을 확보할 수 있는 회원제를 선택해왔다. 이른바 ‘한탕주의’가 시장 붕괴의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세제개편을 통해 회원제 골프장을 도와줄 명분도 없다. 오히려 회원제 골프장의 구조조정을 더욱 압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한계 상황의 회원제 골프장부터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일본 골프부도, 대중제 프랜차이즈로 활로 모색

10년 전 일본 골프장들도 국내와 같은 홍역을 치렀다. 인구 1억3000만명에 2450여개에 달했던 일본 골프장들 중 700여개가 부도 나거나 주인이 바뀌었다. 그 중 240여개를 미국계 자본인 골드만삭스와 론스타가 헐값에 인수한 뒤 공동구매, 공동운영 방식으로 프랜차이즈화를 시행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했다.

하지만 국내 골프장 사업은 10년 전 일본 골프장과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골프장 수와 인구에 비례해 국내 골프장의 인구와 골프장 수는 지나친 과잉공급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도 대도시 근처의 비교적 재무구조가 좋은 골프장은 현재까지 고가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부실 골프장들을 어떤 방식으로 구조조정 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회원제 골프장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자금력 있는 기업들이 부실 골프장들을 인수해 대중제로 프랜차이즈화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골프장 인허가 과정이 까다로워지는 등 골프장 건설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골프장, 지방세 수입·고용효과·관광 활성화 ‘뻥’

골프장 건설에 따른 지역경제 효과는 날이 갈수록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골프장에서 나오는 지방세 수입은 미미한 정도이며 골프 활성화 명목으로 세금감면까지 해주게 되면 세금은 더 미미해진다. 특히 ‘해외 원정 골프’를 범죄시하는 언론 보도 행태도 편파적이다. 결국 국내 회원제 골프장 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해외로 나가는 것이고 겨울에 문닫는 골프장이 많아 따뜻한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골프장이 늘어나면 골프 요금도 내려 ‘골프 대중화’를 앞당길 것이라는 주장도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산을 깎아 짓는 골프장이 많고, 일본에 비해 한지형 양잔디를 심는 비율이 높다. 따라서 골프장 조성비가 18홀 기준으로 거의 1000억 원이 든다. 일본 골프장에 비해 관리비용도 훨씬 많이 든다. 따라서 이용료를 깎아주는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고 내리더라도 정부가 감면해주는 세금 수준에서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세금을 감면해준다는 것은 골프를 즐기는 5%의 극소수를 위해 대다수 국민이 희생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부자들을 위한 세금 감면정책이란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지역주민의 고용이 창출되고, 관광객이 늘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도 과장된 것이다. 거의 모든 골프장에서 지역주민을 고용하는 경우는 잡초를 뽑는데 동원되는 일용직 잡부 몇명이다.

또한 골프 치는 사람들이 라운딩 후 지역의 관광지를 둘러보거나 하는 경우도 제주도를 빼면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 골프가 끝나면 가까운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수도권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골프장 진입로에 있는 몇몇 식당 정도가 그 덕을 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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