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원 정부 재정지원 못 받게 되자 교수회 반발
“총장의 책임 있는 모습과 핵심 보직교수 교체” 요구

정부의 프라임사업에서 탈락한 한국교통대학교가 내홍에 휩싸였다. 이 대학 교수회가 김영호 총장의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하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사업(프라임사업) 1차 평가를 통과한 한국교통대가 이달 초 열렸던 프라임사업 최종 평가에서 고배를 마셨다.

프라임사업은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회변화와 산업 수요에 맞는 대학의 체질개선으로 인력의 부조화(miss-match)를 해소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또 현장 중심의 창의적 교육을 통해 학생의 진로 역량을 강화하고 대학생들의 사회 진출을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이다. 이 사업은 대학의 자율성 부여, 대학 구성원간 합의, 대학의 선제적 노력에 대한 재정적 뒷받침을 원칙으로 한다.

교통대는 이 사업에 선정되면 정원을 조정하는 대신 연간 150억원씩 3년간 모두 450억 원의 예산을 받을 수 있었다. 교통대는 국립대와 충북지역 대학(대형, 사회수요 선도대학)으로는 유일하게 1단계 평가를 통과해 최종 평가에서 이름을 올릴 것으로 기대됐다. 당시 교통대 관계자는 “프라임사업 대형에 선정되면 대학이 필요한 부분에 예산을 쓸 수 있어 대학 발전에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더욱이 교통대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대비해 지난해 전교 교수회에서 강도 높은 학사구조 개편 안을 확정해 추진에 들어갔다.

정부사업 연이은 탈락, 김 총장 ‘위축’

이 대학 구조조정안은 8개 단과대학을 5개로 줄이고, 52개 학과를 29개 이하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찬반여론이 팽팽한 속에 전체 교수 321명 중 272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39명(51%), 반대 133명(49%)으로 학사구조개편안이 가까스로 통과됐다. 교통대는 지난해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C등급에 준하는 별도조치를 받았다. 이에 따라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지난해 7월 23일 단과대학과 학과를 줄이는 큰 틀에서의 학사구조개편을 마련했고, 같은 해 8월 31일 평가 결과 하위그룹 탈출에 성공했다.

이어 학사구조개편 TF위원회를 출범시켜 4개월간 교수들의 설문조사와 학과장 회의, 전체교수 공청회, 선호도 조사 등을 거쳐 23개 모집단위로 구성된 최종 학사구조개편안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과는 통폐합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고, 증평캠퍼스는 충북대와의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등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대학의 살길을 찾아 강도 높은 구조개혁에 들어간 것으로 프라임사업을 위한 요건을 갖추기 위한 과정이었고, 교통대는 프라임사업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교통대는 최종 단계에서 탈락했다. 프라임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뒤 이 대학 김영호 총장은 대학 구성원 달래기에 나섰다.

김 총장은 탈락 소식을 접하자마자 대학 구성원들에게 서신을 보내 “대학 유사 이래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위해 가장 많은 에너지를 투입했는데 인정받지 못해 매우 가슴 아프다”는 심정을 밝혔다. 이어 “다른 국립대학이 감히 시도할 수 없는 대담한 구조개혁안을 제시했고, 국립대학 중 유일하게 본선에 진출했음에도 사립대학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되는 상황을 극복하지 못했다”며 “경위와 관계없이 프라임사업 탈락은 화가 나고 억울한 일”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실패의 모든 책임은 사업준비위원장인 자신에게 있다”며 “학생 중심의 교통특성화 대학을 만들지 못하면 날이 갈수록 학교 사정이 나빠지는 만큼 다시 자발적인 열정과 애교심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교수회 “구조개편안 원안에서 다시 협의”

하지만 프라임사업 탈락에 대한 후폭풍은 거세지고 있다. 교통대 교수 313명이 모두 포함된 교수회는 최근 긴급평의원회의를 열고 “탈락의 책임이 총장에게 있다”며 책임 있는 모습을 요구하고 있다. 교수회는 총장의 사과와 더불어 구조개편의 재검토 등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교수회 관계자는 “학내 구성원들에게 깊은 상처를 입히면서 추진됐던 프라임 사업 실패에 대해 총장이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며 “총장의 책임 있는 모습과 핵심 보직교수의 교체를 요구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학교의)운명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다. 학교가 더 이상 침체되기 전에 각성할 필요가 있다”며 “증평캠퍼스 학생 고발 취하, 증평캠퍼스 교수 징계 철회, 비상대책기구 구성 등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학교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만큼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프라임사업에 탈락한 인하대와 가천대 등의 교수회가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것과 맞물리고 있다. 교통대는 지난해 8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내년까지 정원 10% 감축 대상이 된데다 프라임 사업을 비롯해 ‘재정 지원 빅3 사업’이라고 부르는 CK사업, 링크사업에서 모두 탈락했다.

2014년 3월 김영호 총장 취임 후 굵직한 정부사업에서 모두 탈락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이 대학은 교육비 환원율과 장학금 지급률이 해마다 감소해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교수회는 우선 비상대책위원회부터 꾸려 프라임사업을 위해 협조했던 파격적인 학사 구조개편안부터 원안에서 다시 협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임종국 교수회장은 “교수회에서 할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서 요구사항이 관철되도록 할 것”이라며 “크게 어려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발전에 대한 대학본부의 의지가 있다면 가능하리라 본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학본부 측은 “교수회로부터 공식적인 요구를 받지 못했다”며 “공문이 도착하면 곧바로 검토한 뒤 견해를 전달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교통대 교수회는 오는 24일까지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혀 대학본부 측이 학교발전 및 학내 구성원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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