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 구조조정 발표…음성지사에 통합
농민, 피해 우려…진천, 30개단체 반대 대책위 구성

▲ 지난 13일부터 진천지역 30개 단체로 구성된 ‘농어촌공사 진천‧음성지사 통합반대 범진천군민 대책위원회’가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 농민단체가 농어촌공사 진천 지사에 게시한 현수막
▲ 1985년 농어촌공사 진천지사에 세워진 ‘안정조합달성탑’. 탑돌에는 이 탑에 사용된 돌의 유래를 적고 백곡저수지 농업용수가 진천지역 농토를 옥답으로 만들어주길 바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생거진천 쌀로 유명한 진천군 쌀 전업농 단체를 비롯해 농민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한국농어촌공사(이하 농어촌공사)가 진천지사를 폐쇄하기로 하자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집단 반발에 나섰다. 이들은 “진천지사가 폐쇄되면 농업용수 공급 등 농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농어촌공사 업무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 뻔하다”며 천막농성을 시작하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지난 13일 진천지역 30개 단체로 구성된 ‘농어촌공사 진천‧음성지사 통합반대 범진천군민대책위원회(상임위원장 유재윤, 이하 진천대책위)’가 농어촌공사 진천 지사 정문에 천막을 설치했다. 천막 주변에는 “쌀 전업농 다 죽이는 통합결정 철회하라”, “진천군민 무시하는 농어촌 공사 해체하라” 등 격한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진천대책위 천막과 농어촌공사 진천 지사 건물 사이에는 ‘안정조합달성탑’이라는 비문이 새겨진 석돌이 세워져 있다. 1985년 10월 진천농지개량 조합이 세운 이 석탑 하단에는 탑돌 유래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탑돌은 백곡저수지 내에서 두 개의 돌이 발견되어 그 하나는 백곡면 배티 성지에 세워진 순교현양 비석으로 공하고 하나는 여기에 세워진 탑돌이다. 이 돌의 유래를 소개하면 옛날 삼국시대 농다리를 축조하는데 사용하려고 어느 남매 장수가 운반도중 건승리 두거니 동네 서낭당에서 쉬고 있을 때 농다리 축조가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 놓고 갔다는 전설인 바 이는 국가적인 대역사에서 사용하려고 한 점과 두 남매의 정성이 깃들어 있는 돌로서 그 중 수돌은 백곡저수지 상부에 위치하고 암돌은 하부인 이 자리에 있으니 음양의 이치로 보아 백곡저수지의 수원은 항상 풍부하며 삼천여 정보의 옥답에는 가뭄을 모르는 전천후 농토가 이루어졌다”

 

농민들, 왜 뿔났나?

진천군은 진천읍으로 들어오는 제일 초입에 ‘생거진천 쌀돌이’ 조형물을 세웠다. 특히 농어촌공사 진천지사에 세워진 탑돌의 유래만 보더라도 진천지역에서 쌀 농업과 농어촌공사의 관계 비중을 한 눈에 알수 있다.

그런데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등 농민들과 오랜 기간 동안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 농민들이 ‘농업공사 해체’까지 요구하며 농성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4월 18일 농어촌공사는 전국 93개 지사 중 12개 지사를 감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농어촌공사는 진천지사와 음성지사를 통합하고 주 사무소를 음성지사에 둔다.

구조조정안이 발표된 후인 지난 4월 25일 진천군이장단 연합회가 회의를 열고 통합 반대를 위해 강력히 대응할 것을 결의했다. 이들은 곧바로 농업인단체 연합회 등 진천군 관내 30개 단체가 참여한 진천대책위를 구성했다. 이후 송기섭 신임 군수와 경대수 국회의원등을 만나 의견을 전달했다.

진천 대책위는 "통합으로 경영의 효율성을 기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조직을 방만하게 운영하면서 발생한 문제들을 주민들에게 떠넘기는 행위"라며 "일방적이고 졸속적으로 추진하는 이번 흡수통합은 군민을 무시하고 농민의 생존권과 농업을 말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유재윤 진천대책위 상임위원장은 “음성지사로 통합되면 농민들은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음성군까지 방문해야 한다”며 “농민들이 대부분 70대 고령인 것을 감안하면 불편한 점이 이만 저만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진천지역 농민들은 민원 우선순위에서도 음성지역에 밀릴 것을 우려했다. 유 위원장은 “복잡한 민원일 경우 최고 결정권자인 지사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아무래도 음성 지사장이 음성지역부터 챙기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실제로 통합대상 지사의 예산·인사·회계 등 조직과 인력 운영은 인근 음성지사로 통합돼 진천지사는 지사장(1급)과 부장급(2급) 등의 직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농어촌 공사가 시행하는 각종 공사도 음성 업체에 집중돼 진천 지역 경기가 위축될 것도 우려했다.

한편 진천대책위와 농어촌 공사는 지난 16일 진천지사에서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농어촌공사 김종필 기획실장은 "지부조직 신설을 통해 사업기능을 보강하고 행정관리 인력만 통합하는 것으로 지역에는 사업과 예산 상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민흥기 농어촌공사 충북본부장은 "현재 결정된(통합)문제를 재검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진천과 음성 양쪽 편익 도모를 위해 충북혁신도시내에 통합 청사를 두는 방안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진천대책위는 수용할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재윤 위원장은 "이번 문제는 진천지역 주민들을 완전히 무시한 일방적 처사다. 방만한 경영으로 적자가 난 것을 농민들에게 떠넘기지 말라"며 "혁신도시내 통합청사 건립 운운 하는 것은 현재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얄팍한 술수다"고 강하게 질책 했다.

유 위원장은 “구조조정안도 문제지만 이용자인 농민들과 한마디 말도 없이 발표하는 것이 더 문제다. 농민들을 무시하는 농어촌공사의 태도가 더 불쾌하다”고 말했다.

 

한국농어촌 공사는?

농업용수 관리부터 농지정리까지 기반시설 총괄

농어촌공사는 1908년 설립돼 농업용수 관리 등 농업 기반시설을 관리하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농어촌 공사는 설립 목적으로 환경친화적으로 농어촌정비사업과 농지은행사업을 시행하고 농업기반시설을 종합관리하며 농업인의 영농규모적정화를 촉진함으로써 농업생산성의 증대 및 농어촌의 경제.사회적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관에 명시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농어촌용수 및 수리시설 유지관리, 농어업 소득증대 및 경쟁력 강화 사업, 농어업 생산기반 조성 및 정비사업, 농어촌 지역개발사업과 농지관리기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종합하면 농지정리부터 물관리 까지 농사에 필요한 기반사업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1995년 농지개량조합과 농지개량조합연합회, 농어촌 진흥공사를 통합해 설립됐다. 일제 시대 식민지 수탈의 상징인 수리조합도 농어촌 공사의 전신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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