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육성준 사진부장

▲ 육성준 사진부장

선거 당선 세레머니 중에 이렇게 드라마틱하고 감격스런 순간은 없었다. 예비 당선인은 두 아들에게 들어 올려져 화답하고 구순을 넘긴 모친과 부인은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기다리던 사람들 모두에게 뜨거운 눈물이 허락된 시간이었다. 한 방송사는 이 광경을 생방송으로 담아냈다. 필자도 계속적으로 포즈를 요구했다. 그 감격의 순간을 보는 필자의 카메라 뷰파인더에도 눈물이 맺힐 정도였다. 4.13 총선 개표를 마친 지난 4월14일 오전12시 40분쯤 여섯 번째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한 새누리당 최현호 후보(청주 서원구)의 선거 사무실 풍경이었다.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고 내려올 때 쯤 귀를 의심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관외 사전투표함 8000표가 남아 있다고 하는데?” 분명 모든 투표함을 개함했다고 들었는데…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망설이다 결국 상대후보 사무실로 다시 이동했다. 선거참관인이 실시간으로 전해온 소식을 귀담아 듣고 상대 후보 사무실에서 온 터라 육감을 믿고 회사로 향했다. 하지만 결국 판세는 뒤집혔다. 1318표 차이로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불과 30분 안팎에 뒤집어진 결과로 좀전의 감격은 참으로 민망한 해프닝이었다.

지난 2000년의 16대 총선이 떠오른다. 당시 청원군 국회의원에 출마한 자민련 오효진 후보와 한나라당 신경식 후보의 대결이다. 개표 막판 수백표 차이로 오 후보가 앞섰고 개표방송은 ‘당선유력’이라 발표했다. 선거사무실에는 벌써부터 운동원들과 기자들이 당선을 축하하는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었지만 오 후보는 예상 외로 흐트러지지 않았다. 신 후보의 고향인 문의면 투표함이 아직 남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문의면에서 신 후보에 대한 몰표가 나왔고 재검까지 한 끝에 16표 차이로 신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일은 성급한 판단에서 빚어진 결과였지만 개표를 진행한 선관위도 이러한 혼란에 한몫을 했다. 서원구 개표소가 마련된 국민생활관에서 이미 개표가 다 끝났다고 했다가 뒤늦게 관외 사전투표함이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통상적으로는 사전투표함을 제일 먼저 개함한다.

최현호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장춘몽으로 끝난 당선해프닝, 그러나 30분간의 행복~ 5전 6기의 승리 현장은 말 그대로 꿈같았다”고 심정을 밝혔다. 개인적으로 당선 세레머니 사진을 얻기 위해 경솔하게 바람잡이(?)에 동참한 것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드리고 싶다. 그러나 비록 일장춘몽이었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얻은 세레머니 사진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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