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 홍강희 편집위원

▲ 홍강희 편집위원

지난 2일 충북참여연대가 공개한 충북도의회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들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보고 개탄을 금할 수 없다. 2년 임기의 의장은 매월 420만원, 부의장 2명은 각각 월 210만원, 그리고 상임위원장 6명은 월 13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있다. 또 1년 임기의 예결특위위원장은 연 5~6개월 활동하는 것을 감안해 연 650만원을 사용할 수 있다. 이들 모두에게 들어가는 업무추진비 총액은 연 2억90만원이다.

물론 이 돈을 다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석 결과 도의회를 끌고 가는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은 간담회를 한다는 명목아래 전체 업무추진비의 84%를 식비로 사용했다. 그것도 자신의 지역구가 대부분이고 심지어 부인 식당에서 매상을 대폭 올리기도 했다. 음식점도 개인 돈으로는 아까워서 못 갈 고급집만 갔다. 의장·부의장은 손님접대하는 차 재료와 사무실에 꽂아두는 꽃, 쓰레기봉투 등도 업무추진비로 썼다. 이 돈도 몇 천만원이 된다.

지방의원들이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을 하려고 야단인 이유는 감투를 써보고 싶은 욕심과 업무추진비를 ‘팍팍’ 쓸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일 것이다. 지방의회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포부는 서류상에나 존재하는 명목상 이유다. 이번에 공개된 도의회 간부들 중 업무추진비를 양심적으로 사용해 칭찬받은 의원은 한 명도 없다. 아니 많이 썼더라도 일을 그 만큼 했다고 도민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면 되는데 그런 의원도 없다. 역대 의원 중에도 없었다.

공금을 쓰고 영수증 끊는데는 음식점 만한 데가 없다. 대부분의 업무추진비가 식비로 쓰였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시민단체가 분석을 했지 경찰이 수사를 한 게 아니기 때문에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당연히 음식점 가짜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았을까 의심하게 된다. 이는 전형적인 공금 횡령·유용 ‘수법’ 아닌가. 그런데 이 보도가 나간 뒤 보인 의원들의 태도가 도민들을 더 화나게 한다.

이런 것을 아무리 분석해서 보도해도 의원들은 자신의 신상에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선거 때 ‘별 걸 다 기억하는’ 유권자는 없어 당락에 영향을 미칠리 없고, 선거법에 걸리지도 않으므로. 더욱이 나 혼자 망신을 당한 게 아니고 단체로 지적을 받았기 때문에 지나가면 그만이다. 5월 회기는 벌써 끝났고 한 달 후나 돼야 회의가 있다. 그 때 쯤 되면 기자들도 도민들도 다 잊어버릴 것이다. 이런 게 아니라면 도의회가 어찌 반성이나 사과의 말 한 마디 없이 이렇게 태연할 수 있는가.

아니면 다른 지방의회도 다 마찬가지인데 ‘재수없어’ 걸렸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실제 다른 의회도 그럴 것이다. 감시의 눈초리가 없는 군의회 같은 경우는 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가 분명히 드러났기 때문에 충북도의회는 차제에 도민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은 청주시의회를 비롯한 도내 기초의회, 더 나아가 전국 지방의회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 지적을 계기로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는 투명하고 양심적으로 쓰여져야 한다.

도의원들에 대한 도민들의 만족도는 대체로 낮다. 매년 의정비를 정할 때 인상에 인색한 이유는 만족도가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업무추진비까지 횡령·유용한다는 소리까지 듣게 생겼다. 그동안 심증만 있었으나 물증까지 나왔으니 변명할 수도 없게 됐다. 1년에 2억여원,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매년 주는 것이기 때문에 큰 돈이다. 아니 공금은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라 아무리 작은 돈도 큰 돈이다. 이언구 도의장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도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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