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역·서울-세종간 고속도로 신설노선 충북도 여론 자극
중부고속도 확장, 충청권행정협의회 공조사업 불구 미확정

20대 총선이 끝났으나 충북도와 세종시간에 후보자 공약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세종시 무소속 이해찬 의원은 KTX세종역 신설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충북의 반발을 사고 있다. 또한 후보자 토론회 과정에서 언급한 서울-세종간 제2 경부고속도로 건설계획 확정의 뒷담화도 문제가 됐다. 청주를 빗겨간 신설 노선에 반대해온 이시종 충북지사를 자신이 설득해 동의를 받아냈다는 내용이었다. 이 지사가 충북의 이해관계를 저버리고 세종시 국회의원의 요구에 응했다며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다.

KTX세종역 신설 공약은 이미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더민주당 이춘희 시장이 제시한 바 있다. 정주인구가 늘어나면서 KTX 이용자도 크게 늘었고 KTX오송역보다 더 가까운 역사 건립은 지역 숙원사업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사업타당성은 매우 낮다는 지적이다. 세종시는 오송역에서 불과 15㎞, 공주역에서 20㎞ 거리에 있다. 관문역인 오송역에서 간선 급행버스(BRT)를 타면 세종청사까지 17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충북, 충남, 대전, 세종시 광역단체장이 참여하는 충청권 행정협의회의 의제에서 번번히 제외됐다.

하지만 2년뒤 국회의원 선거정국이 되다보니 이해찬 의원이 또다시 공약으로 내걸었다. 세종시 북부권과 충북은 오송역을 이용하고, 세종시 남부권과 대전 북부권은 세종역을 이용토록 하자는 것이다. 호남선 KTX 정차가 무산된 대전 입장에서도 인접 지역인 세종시 금남면에 역이 신설된다면 내심 반길 일이다. 하지만 세종시 주변에는 이미 북쪽 오송역, 서쪽 공주역, 남쪽 대전·서대전역 등 KTX역 4개가 운영되고 있다. 세종까지 생기면 충청권에만 KTX역이 5개가 밀집한 상태가 된다.

후보자 생색내기 발언이 화근

선거운동 기간에 KTX세종역 공약이 논란이 되자 더민주당 도종환 도당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KTX세종역은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11~2020)에 포함되지 않았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세종역 논란이 있을 때 분명하게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며 공약 철회를 요구했다. 지역 언론매체인 <세종매일>조차 “분명히 세종시민과 세종시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편리를 제공하겠지만 큰틀에서 보면 부정적 영향이 큼에도 총선을 의식한 정치인의 행보는 여야를 상관없이 일관적”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세종간 제2경부고속도로 신설은 KTX세종역보다 더 해묵은 갈등요인이었다. 충북도의 반대로 충청권행정협의회에서 수년간 합의를 보지 못한채 공전됐던 사안이다. 계획노선이 충북을 지나지 않고 천안-세종-공주로 연결됐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밖에 없었다. 세종시와 충남도는 포화 상태인 경부고속도로 교통량 분산, 수도권 교통난 해소 필요성을 내세워 제2경부고속도로 신설의 당위성을 주장해 왔다. 충북도는 청주공항 관문 역인 KTX 오송역 기능이 축소되고 청주와 음성, 진천 일대의 산업단지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을 우려해 건설을 반대했다.

한편 충북도는 포화상태인 중부고속도로 확장을 현안 사업으로 제시했지만 충남, 세종시가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중부고속도록 확장은 이시종 지사 선거공약이었고 서울-세종 고속도로는 이춘희 시장의 공약이었다. 이견이 크다보니 충청권 행정협의회는 중부고속도로 확장과 제2 경부고속도로 신설 모두 의제로 상정하지 못했다. 정부와 국회는 이런 지역 갈등을 내세워 정부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서로간에 발목을 잡는 한 아무도 한발짝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지난해 9월 충청권행정협의회에서 최종 합의가 이뤄졌다. 중부고속도 확장과 제2경부 고속도는 별개 사업인 만큼 두 사업을 모두 충청권 공조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 명분보다 실리를 내세운 ‘윈윈 전략’으로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같은 합의 덕분으로 2개월뒤인 11월 정부는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추진을 결정했다. 총사업비 6조7000억원으로 4대강 사업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국책 사업이다. 경기도 구리시에서 시작해 서울시 강동구, 경기도 하남·성남·광주·용인·안성시, 충남 천안시를 거쳐 세종시 서쪽 장군면까지 연결된다. 1단계 구리~안성 구간은 내년말 착공해 2022년에, 나머지 안성~세종 구간 58㎞는 2020년 착공해 2025년 완공된다.

중부고속도 수요 재조사 긴장

이에반해 정부는 중부고속도로 확장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과 병행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속을 들여다보면 차순위 사업이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정부는 교통량 증가,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 추진에 따른 여건변화를 감안해 수요 재조사를 한 후 추진하겠다고 조건부를 명시했다. 수요 재조사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셈이다. 이미 2008년도에 설계가 완료됐지만 우선 순위에 밀렸던 사업을 수요 재조사 하겠다는 자체가 의심스런 대목이다. 특히 충북 주민을 위해 충남 연기와 충북 오송을 잇는 서울~세종고속도로 지선 건설을 검토하겠다는 것도 '출구전략'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에대해 지역 일부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충북 민심의 반발을 우려한 언론플레이가 아닌가 싶다. 결국 세종시는 서울-세종 고속도로 내년 착공이란 현금을 받은 반면 충북도는 조건부라는 어음을 받은 셈이다. 국토부가 확장 수요 재조사를 상반기 하겠다고 했지만 서울-세종 고속도 신설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교통분산 가중치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텐데 지역여론을 모으고 정치권이 힘을 합쳐야한다”고 말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2008년 조사한 교통량보다 30% 이상만 감소하지 않으면 타당성 조사 등을 거치지 않고 혼잡 구간에 대한 확장 설계에 들어간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2008년 이후 중부고속도로 주변에 많은 산업단지와 물류단지들이 신규 입주해 교통량이 20% 정도 늘어났기 때문에 서울-세종 고속도로와 관계없이 결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세종간 노선 직선화, 정답은 오송 경유

잠잠했던 중부고속도로 확장 사업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건 역시 세종시 이해찬 의원의 입을 통해서다. 선거기간 중 후보자토론회에서 자신의 치적(?)을 과시하는 발언이 문제가 됐다. 서울-세종간 고속도로를 반대해온 이시종 지사를 자신이 직접 설득해 양보를 얻어냈다는 주장을 펼친 것. 실제로는 4개 시도지사가 공동합의문을 통해 서울-세종 고속도와 중부고속도 확장을 공동추진키로 합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선거운동에 휩쓸리면서 한쪽은 치적으로 포장하고 다른 쪽은 이용당한(?) 꼴이 되버렸다. 오랜 기간 ‘밀당’ 끝에 주고받은 정책적인 딜이 일방의 승리처럼, 반대로는 실패처럼 포장된 셈이다.

특히 중부고속도로 확장이 불확실성을 더하면서 서울-세종 고속도로 노선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세종, 충남이 제시한 노선은 천안에서 세종시 서쪽을 거쳐 공주로 향하도록 했다. 직선 노선이라면 당연히 오송지역을 거쳐야 하지만 충북지역은 교묘하게 벗어나도록 했다.

이에대해 청주 미래도시연구원측은 “예정노선이 안성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은 것은 충남을 염두에 둔 꼼수다. 이대로 간다면 청주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로 인한 혜택을 충남권으로 넘겨주게 된다. 직선노선으로 바로잡아 오송지역을 통과해 세종시 동쪽인 당진-상주간 고속도로의 청주JC와 연결시켜야 한다. 여기에 예정돼있는 공주-청원간 고속도로를 연결하면 동서축 도로까지 완벽하게 사통팔달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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