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실시협약 지연, 1100억 원 규모 비용 분담 놓고 이견 보여

▲ 지난 1월 충북도와 충주시,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은 던스턴스 칼리지 교육재단과 학교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경제자유구역인 충주에코폴리스에 들어설 영국 명문사학 성 던스턴스 칼리지(St. Dunstan's College) 국제학교의 한국 캠퍼스 설립이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1100억 원 규모의 설립 비용 분담을 둘러싼 충북도, 충주시, 던스턴스 칼리지 교육재단의 이견이 계속되면서 일정 연기가 불가피하거나 무산될 것이란 조심스런 관측이 나오고 있다.

충주시 등에 따르면 에코폴리스에 건립 예정인 영국 성 던스턴스 칼리지 국제학교 설립 실시협약(MOA)이 지난 3월에서 이달로 연기됐다. 충북도와 충주시,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1월 던스턴스 칼리지 교육재단과 학교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해 2개월 뒤 영국 런던에서 MOA를 맺기로 했다. 하지만 협의가 늦어지면서 일정이 미뤄졌고, 지금으로선 이달 MOA체결도 불투명해 또 다시 일정연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충북도 관계자는 “던스턴스 칼리지와 학교 설립 일정을 협의 중인데 재정 조달 문제에서 견해차가 있다”며 “현재 상황으로는 이달 MOA 체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학교 개교 시기도 당초 구상보다 상당시간 늦어질 전망이다. 2018년 9월 개교 예정이었지만 적어도 1년 이상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충주시는 보고 있다. 수익형 민자사업(BTO)으로 추진될 국제학교 설립에서 양쪽의 가장 큰 이견은 1000억 원이 넘는 설립 비용 조달방법이다.

▲ 에코폴리스 조감도.

“학사만 운영, 학교 설립은 한국 몫”

학교설립과 기숙사, 교사 주택 건축에 1034억 원, 개교 전 운영비로 109억 원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던스턴스 칼리지는 국제학교 학사운영만 맡겠다며 자금 조달은 전적으로 한국 몫이라는 입장이다. 학교 설립 작업을 맡을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에 1억원은 출연할 수 있지만 나머지 비용은 충북도와 충주시가 부담하거나 민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법상 국제학교 운영자에 이익잉여금 배당이 허용되지 않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제학교 일정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전망과 설립이 무산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시와 도가 학교 설립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어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 관계자는 “국제학교 설립이 무산된 게 아니라 이견을 조율하고 있다”며 “던스턴스 칼리지 학국법인 설립을 통한 민자유치를 적극 지원해 학교 설립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던스턴스 칼리지는 1446년 영국 국왕 헨리 6세가 세운 명문학교다. 국제공통대입자격시험(IB)에서 전 과목 평균 40점(45점 만점) 이상인 학생 비율이 25%에 달하는 명문사학이다. 40점은 ‘아이비리그’로 불리는 미국 동부 명문대학의 합격선이다. 영국대입시험(A Level)에서도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 지원이 가능한 A이상 비율이 50.7%에 달한다. 영국 중등교육자격시험(GCSE) 합격률 역시 영국 전체 평균(68.8%)보다 훨씬 높은 97.1%나 된다.

한국과 두바이에 분교 설립을 추진 중인 던스턴스 칼리지는 한국 캠퍼스 입지로 충주를 택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던스턴스 칼리지 충주캠퍼스 설립에 대한 양해각서 체결이 이뤄졌다. 던스턴스 칼리지 충주캠퍼스는 기숙형 국제학교로, 2018년 9월 에코폴리스 내 9만 9000여㎡ 규모로 문을 열 예정이었다.

“아직 설립 무산 아냐, 이견 조율 중”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700명의 신입생을 모집하며, 정원의 50%까지 내국인 입학이 허용된다. 충주시는 던스턴스 칼리지가 외국 유학을 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영국식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인재 양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외국인 유학생과 관광객, 내국인 입학생의 유입으로 에코폴리스와 인근 충주기업도시의 조기 정착 및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때문에 충북도와 충주시는 에코폴리스 준공이 2020년 예정이지만 던스턴스 칼리지가 2018년 9월 개교를 원함을 고려, 일정을 앞당겨 학교 부지를 먼저 조성할 방침이었다. 던스턴스 칼리지 관계자들은 지난 1월 충북도청에서 학교 설립 양해각서(MOU) 체결 직후 학교 터를 둘러본 데 이어 현장을 다시 찾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학교 설립은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으로 추진될 전망이었다. 시가 학교 터를 제공하면 던스턴스 칼리지가 학교 건물과 시설에 투자한 뒤 나중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던스턴스 칼리지는 향후 50년 간 토지 무상 임대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교 설립 비용 분담을 둘러싼 충북도·충주시와 던스턴스 칼리지 교육재단의 이견이 계속돼 일정 연기가 불가피해졌고, 이달 현재 각종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학교 설립이 비용 분담 등 난항을 헤치고 충주에 들어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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