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기준안 2월 발표, 충북지역 학교 30% 통폐합 대상
1개 학교 통폐합하면 100억원 인센티브 교육청 길들이기

교육부는 농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 권고 기준안을 지난 2월 발표했다. 통폐합 기준이 강화돼 충북지역의 경우 이 기준안에 따르면 초‧중학교 484개교 중 34.9%인 169개교가 대상이 된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교육위원회에서는 지난 3일 이와 관련한 교육포럼을 열고 “교육의 균형발전과 농어촌 지역사회 존속을 위해 소규모 학교를 건전하게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임교육감 시절 26개 통폐합

 

교육부는 통폐합을 할 경우 해당 교육청에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이기용 교육감 당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충북은 26개교가 통폐합했다. 하지만 김병우 교육감은 인위적인 통폐합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교육부는 소위 인센티브로 교육청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 통폐합 권고 기준을 강화하는 대신 인센티브를 늘리고 있는 셈이다. 충북도교육청의 경우 2014년 단양 단산고, 청주 중앙초와 주성중이 통폐합 및 신설 대체 이전을 했다. 이로 인해 2015년엔 인센티브 210억원을 받았다. 2015년엔 통폐합 및 신설 대체 이전을 한 경우가 없기 때문에 올해 받을 수 있을 인센티브는 제로다.

▲ 지난 3일 충북참여연대에서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대한 교육포럼이 열렸다. 포럼에서는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됐다.

교육부의 통합 권고안은 지역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상대적으로 농산촌 학교 비율이 높은 곳은 30~50%까지 학교 문을 닫아야 한다. 충북이 30%대이지만 강원이나 경북은 50%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날 포럼의 발제자로 나선 이혁규 청주교대 교수는 “교육부의 통폐합 권고안은 지역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적정 규모 학교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또한 학교를 신설할 때 소규모 학교 통폐합 방안을 제출하라는 조건을 달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은 2019년~2020년에 약 8개 학교 신설을 염두에 두고 있다. 청주테크노폴리스 단지 내 내곡2초는 신설 대체 이전하고, 진천 혁신지구내 두촌초, 옥산 소로초, 솔밭 2초 등은 신설 계획을 잡고 있다. 통폐합 방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중앙투자심사에서 불리해진다.

최민영 충북교육청 사무관은 “통폐합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도심 공동화로 학생 수가 줄어든 학교를 신도심으로 옮기는 신설 대체 이전이나 초‧중학교 혹은 중‧고등학교 통합도 이에 해당된다. 인위적인 통폐합 대신에 이러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먼저 지역사회에서 학교 통폐합에 대한 의견수렴이 돼야 교육청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다. 일방적으로 학교를 찍어 통폐합을 유도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충북교육청은 학부모·동문회 등이 지역사회 교육 발전을 위해 요청하면 통폐합을 추진하지만 ‘1면 1학교 유지’ 원칙(초등, 본교)과 학부모 60% 이상 찬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폐합 안하면 신설 못한다고?

 

박달한 보은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농산촌 지역에서 학교는 보다 넓게 해석돼야 한다. 지역주민을 위한 사회교육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될 수도 있다. 농산촌 지역은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과 귀농‧귀촌 인구가 유입돼야 학교가 유지될 수 있다. 귀농‧귀촌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학교는 중요한 선택 포인트가 된다. 기존의 도시학교와는 다른 특화된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면 홍보효과를 거둘 것이다. 무엇보다 정주여건, 교육여건이 개선돼야 한다. 그간 학교 안에서만 이동 수업을 했다면 농산촌 학교를 특성화시켜 학교 단위로 이동수업을 한다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박 센터장은 일종의 ‘작은 학교 살리기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 살리기가 곧 마을 살리기의 관점에서 시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작은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 황수연 수성초 구성분교 교사는 “경제적인 논리를 뺀다면 학교가 작다고 문제될 것은 없다. 학교는 지금보다 작아져야 하는 게 맞다.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특화된 프로그램을 열 수 있다. 구성분교의 경우 올 상반기 동안 시민단체 ‘생명의 숲’과 연계해 ‘숲 교실’을 일주일에 한번 3시간씩 하고 있다. 도시학교에서는 안전 및 관리 문제로 학교 밖을 나가 수업하기가 어렵다. 작은 학교에서는 전교생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이들에게 교육과정을 피상적으로 운영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개별성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작은 학교가 벌이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질적 연구가 진행되는 것도 한 방법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서는 다양한 대안들이 쏟아졌다. 작은 학교 사례를 분석해 이를 알리는 백서를 발간하거나 도서지역 학부모와 도농교류를 통해 청주인근 지역의 학생을 유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 교수는 “공동학군제도를 운영해 도시학교와 작은 학교를 엮어주는 것도 좋고, 해마다 작은학교 페스티벌을 열어 홍보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농산촌 지역에서 최소 5~10년 단위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이렇게 할 경우 특화된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이날 포럼에선 가장 많이 나온 얘기는 ‘맞춤형 학교 지원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었다. 도시 근교 학교, 도심 공동화가 된 학교, 군단위 작은 학교에 따른 지원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통폐합이 절대적인 선은 아니지만 악도 아니다. 적정규모 학교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고 통폐합을 할 경우 학교를 살릴 수 있는 지원방안도 적절하게 제시해 병행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학교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고 맞춤화 지원과 함께 작은 학교를 특성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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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새로운 학교의 모델이 되다

남한산 초등학교, 전국적인 성공 사례

 

▲ 수성초 구성분교는 시민단체 생명의 숲과 연계해 주1회 숲교실을 운영한다. 구성분교 아이들 모습.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의 성공 모델들은 2000년 이후 나오기 시작했다. 수정초등학교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특화해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학교를 만들었다. 남한산 초등학교는 우리나라 공교육의 모순에서 대안을 찾기 위해 도시 학부모들이 모여 농촌학교에서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게 된다. 교육의 본질을 다시 되묻는 교육과정을 운영해 후에 혁신학교의 모델이 됐다. 거산초등학교는 머리가 아닌 자연과 더불어 몸으로 배우고 삶을 실천하기 위해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학교 살리기 운동을 전개했다. 삼우초등학교는 농촌형 작은학교로서 통폐합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교개혁 운동을 해왔다.

충북에는 2012년 가곡초등학교 대곡분교가 지역사회 농촌 마을 가꾸기 사업과 연계해 도시 아이들을 농촌에서 유학하게 하는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하지만 2016년엔 신입생이 한명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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