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연합회 임원들 폭로…평소 독단적인 조직 운영
잦은 욕설, 정치행사 동원…장학금 지급도 무원칙

이유자 시의원(46‧새누리당 비례)은 지난해 청주시내 한 중학교 학부모회장이면서 청주시 학부모연합회장을 맡았다. 학부모연합회는 도내 학교 학부모회장들의 모임으로 일종의 임의단체다. 학부모 회장 중에서 희망자만 가입한다.

▲ 이유자 시의원(2015년 학부모연합회장)에 대한 비위 혐의가 잇따라 밝혀지면서 사퇴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학부모연합회에선 해마다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을 장학금으로 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의원이 지난해 10월 청주시내 한 예식장에서 바자회 행사를 열고 얻은 수익금 1800여만원 가운데 일부 700만원을 본인 명의 통장에 입금해 개인 용도로 쓴 것이 밝혀졌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지난 4일 이 의원을 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뿐만 아니라 이 의원을 두고 각종 비위사실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사퇴촉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가 대표로 있던 회사 임·직원들의 해외원정 성매매, 공무원 유착, 불공정 수의계약, 시방서 위배, 불법대출 의혹 등에 대해 현재 경찰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4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성명을 내고 “각종 비리·비위에 연루된 이 의원은 그야말로 비리 백화점이다. 새누리당은 출당 조처하고, 이 의원은 자진 사퇴하라. 물러나지 않으면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그간 이 의원과 함께 학부모연합회 임원 활동을 했던 이들이 공식적인 문제제기에 나섰다. 이 의원의 비위 사실을 밝히기 위해 총 11명의 임원가운데 7명이 2달 여 동안 경찰조사를 받았다. 지난 4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학부모연합회 임원들은 “회계 문제뿐만 아니라 평소에 임원들에게 욕설을 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해왔다. 정치적인 행사에 학부모들을 동원하기도 했고, 밴드에 욕을 남기기도 했다. 심지어 제대로 회계정산을 하지 않고 다음 회장에게 넘기기 위해 충북도교육청에 위조된 사문서까지 제출했다”라고 증언했다.

△의혹 1 장학금 700만원 미지급, 임원들은 몰랐다

A임원은 지난 10월 열린 바자회에서 정산을 맡았다. 당시 이 의원이 1360만원 후원금을 받아왔고, 현금 입장료 수익은 1860만원이었다. 입장료는 학부모 회장, 교장, 행정실장, 학교운영위원장들이 5만원씩 냈는데 보통 15~20만원을 학교당 냈다고 한다. 이외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청 관계자들이 190만원을 냈고, 바자회 각종 물품대금이 203만 9000원 들어갔다. A임원은 “총 4500만원 수입가운데 식비와 이벤트 비용을 빼면 1800여만원이 남았다. 이 가운데 1100만원을 51개교에 장학금으로 줬는데 지급 기준을 본인이 정했다. 입장권을 3명 이상 구입한 학교에 우선순위를 줬다. 학교당 대개 15만원, 20만원을 줬고, 임원이 있는 학교는 특별히 30만원을 줬다. 또한 장학금을 지급할 때도 학부모연합회 명의가 아니라 본인 이름으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바자회가 끝난 후 이 의원은 돈통을 집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학부모연합회 임원들은 “내가 찬조를 100%받아왔기 때문에 후원금은 내 돈이다. 결혼식 축의금 받으면 다 나중에 갚아야 한다. 내가 다 써도 누가 뭐라고 하겠느냐”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소년체전에 가서 학부모연합회 임원들이 낸 회비로 3개 학교에 격려금 20만원씩을 주기로 했는데 이 의원은 2개 학교에만 격려금을 전달하고 1개 학교는 아예 주지 않은 것도 밝혀졌다.

A임원은 “솔직히 바자회 명목으로 걷은 돈이 공금이 되는 줄은 몰랐다.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알게 됐다. 이 의원에게 수차례 학부모연합회 공개밴드를 통해 정산서를 공개하라고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미뤘다. 나중에 공개된 정산서는 내가 기록된 것과 숫자가 맞지 않았다. 평소에 독단적으로 일처리를 해왔기 때문에 당시에는 미처 따지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 지난 10월 27일 열린 학부모 연합회 바자회에선 장학금 1800여만이 걷혔지만 실제 지급된 것은 1100만원이었다. 이유자 학부모 연합회장이 차액 700여만원을 개인 통장에 넣어 둔 것이 최근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의혹 2. 정치적인 행사에 동원했다?

학부모연합회는 임의단체이지만 정치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지난해 라마다 호텔에서 열린 정우택 국회의원 의정보고회에 학부모연합회 사람들을 불렀다. 또한 정우택 의원의 의정활동에도 학부모연합회 임원들을 수시로 불렀다. 학부모 연합회 B임원은 “행사에 오지 않으면 대놓고 면박을 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라고 말했다.

 

의혹 3. 도교육청에 위조된 사문서 제출했다

학부모연합회는 해마다 보통 3월 말에서 4월 초 새로운 임원들을 선출한다. 모든 임기가 1년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지난 4월 초 ‘4월 26일 학부모 총회를 통해 새로운 임원진을 선출하겠다’고 충청북도청주교육지원청에 공문을 보냈다. 회장과 부회장, 사무국장, 감사의 이름이 명시된 서류였다.

하지만 부회장, 사무국장, 감사는 이에 동의한 적이 없었다. 따라서 즉각 교육청에 문제가 있는 서류라고 회신했고, 교육청은 각 학교로 재공문을 보내 새로운 임원 선출을 잠정연기했다. 현재 학부모연합회는 청주시 학부모지원센터에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일체의 예산지원 없이, 다만 1년에 한 차례 새로운 임원을 뽑을 때 장소를 대관해주고 있다. 도내 학부모 회장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는 청주시 교육청 대회의실뿐이라는 설명이다. 유미 장학사는 “학부모연합회장의 직인이 있었기 때문에 서류에는 문제가 없었다. 후에 임원들이 문제제기해 취소한 상태다. 교육청에선 이번 일도 뉴스를 통해 알았다. 임의단체이기 때문에 어떠한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 장학금 모금 및 배분 또한 학부모연합회 측에서 주관하는 일이라 뭐라 말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모 시민단체 관계자는 “학부모연합회와 학교운영위원회가 학교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학부모 조직인데 교육청이 이렇게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감시·견제할 수 없는 것은 큰 문제다. 이러한 일이 또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는 일이다. 누가 회장을 맡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또 일이 벌어질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교육관련 시민단체인 충북교육발전소가 현직 청주시의원이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야 할 학부모연합회장을 맡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한편 이 의원에 대한 세 가지 의혹의 사실 관계를 알아보고자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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