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억원 들여 건설한 찌꺼기 처리시설… 총체적 부실
냉각탑 작동안되고 폐수 쏟아내… 군, 사실조차 몰라

▲ 이상정 음성군의원(오른쪽)이 일부 시설이 작동을 멈춘 음성군 하수찌꺼기처리시설을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 수억원이 들어간 냉동탑이 2년동안 작동을 하지 않은채 2년간 방치됐다. 시설 관계자가 이상정의원(가운데)에게 해당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음성군 상수도사업소의 관할 업무가 총제적 난맥을 보이고 있다. 총사업비 67억원이 들어간 음성군 하수찌꺼기처리시설(이하 찌꺼기처리시설)은 설계와 다르게 시공돼 일부 시설은 작동을 멈추었다. 1일 40톤 이하로 오폐수가 발생하도록 설계됐지만 실제론 450톤의 폐수가 발생해 하수처리장 무단 방류의 원인이 됐다.

음성군은 찌거기 처리시설을 정상적으로 인수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업체와 위탁 운영 계약을 맺고 3년 동안 30여억원을 지출했다. 위탁계약도 수상했다. 직접노무비가 연간 1억5000여만원 정도 부풀려져 업체에 부당한 이득을 안겨줬다. 연간 관리대행료가 11억원이 넘었지만 입찰도 하지 않은 채 수의계약을 통해 특정업체를 선정했다. 통상적으로 산정된 원가의 87% 내외에서 계약이 체결되지만 예정가액의 96%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황당한 계약 조차도 뒤늦게 체결됐다. 위탁업체는 2013년 7월부터 찌꺼기처리시설을 운영했지만 위탁계약은 5개월 뒤인 12월에 체결했다.

시설을 인수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위탁비를 부풀려 업체에 특혜를 주며 운영하는 상식 밖의 행정을 펼친 음성군. 더 황당한 것은 취재 도중에도 담당공무원은 이런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조차도 애교에 불과했다. 음성군 하수처리장이 3년 동안 생활하수 및 분뇨 오폐수를 무단 방류한 금왕읍 소재 응천에 음성군은 총사업비 160억원을 들여 생태하천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밤에는 분뇨오폐수를 쏟아 붓고 낮에는 하천복원사업을 한 것이다. 황당행정의 극치를 보여준 음성군 하수찌꺼기 처리시설의 실태를 조명한다.

 

2012년 음성군은 응천생태하천복원사업을 하겠다며 정부에 투융자사업을 신청했다. 군은 “도시의 발달로 인한 각종 오염물질의 유입으로 응천의 수질오염이 가속화되고 있어 하천이 가지는 수질 정화기능, 친수 기능 및 다양한 생물서식이 가능한 생태 하천조성은 물론 친환경적인 도시를 만들겠다”며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병암리 상돌보에서 걱정보 2.2 km 구간에 총사업비 160억원이 소요되는 대형사업이다.

생태하천 복원 사업이 진행된 응천에 음성군 금왕하수처리장은 2013년부터 지난 3월까지 하루 1000톤 가량의 분뇨 및 생활오폐수를 무단 방류했다. 본보 단독보도로 공개된 무단방류 사태는 음성군의 조사에 의해 사실로 드러났다.

음성군은 밤에는 응천에 분뇨 및 생활오폐수를 몰래 방류하고 낮에는 160억원의 혈세를 가지고 생태하천 복원 사업을 한 것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현재 경찰은 금왕하수처리장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K사 본사를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의 고삐를 죄고 있다.

취재결과 음성군 하수처리장의 오폐수 방류사태는 67억원이 소요된 음성군 하수찌꺼기 처리시설이 설계와 다르게 부실하게 시공된 것이 화근이 됐다.

음성군은 2011년 음성군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찌꺼기를 처리하는 음성군하수찌꺼기 처리시설을 금왕하수처리장내에 건설하기 시작했다. 군은 환경관리공단(이하 환경공단)에 공사 전체를 위탁했고 환경공단은 입찰을 통해 시공사로 A사와 B사를 선정했다. 군은 찌꺼기 처리시설의 핵심 공법은 부산에 있는 J사에 설계는 하수처리장 위탁운영업체인 K사에 맡겼다.

찌꺼기 처리시설은 2013년 2월부터 6월까지 시험운전 기간을 거쳐 2013년 7월부터 하수처리장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K사가 맡아 운영을 시작했다.

 

정화시설인데 오폐수만 ‘콸콸’

K사가 운영을 시작하자마자 문제가 터졌다. 찌꺼기 처리시설에서 예상치 못한 오폐수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2013년 9월 4일 K사가 작성한 내부 문건에는 “탑습탑에서 사용한 세정수가 하루에 450톤이 발생했다. 당초에는 1일 40톤 정도만 하수처리장으로 배출되도록 되었으나 탑습탑에서 사용된 세정수가 분진을 너무 많이 포함하고 있어 냉각탑 배관이나 탑습탑 노즐이 막혀 재 이용수로는 사용이 불가하다”고 기록돼 있다.

K사가 지적대로 450톤의 오폐수는 설계대로 기계가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이상정 음성군의원과 남평우 음성군 상수도사업소장과 함께 K사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당초 설계에는 사용된 세정수가 오폐수로 방류되는 것이 아니라 재사용 되는 것으로 설계됐다.

설계에는 처리과정에 사용된 세정수에 머리카락 등 찌꺼기가 섞이지 않도록 분리해야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머리카락과 분진이 너무 많이 섞여 있어 재사용이 불가했다.

설계와는 다르게 발생한 450톤의 오폐수는 다시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됐다. 오폐수가 유입되면서 하수처리장은 용량을 초과하게 됐고 결국 무단방류사태로 이어졌다.

6~7억원 가량 하는 냉각탑도 작동을 멈춘 채 방치돼 있었다. 냉각탑은 건조과정에서 뜨거워진 슬러지를 식혀 수증기 발생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밀폐형 방식으로 건설된 음성군 하수 찌꺼기 처리시설 냉각탑은 2014년 겨울에 정상 작동하지 못하고 내부 관로가 파열됐다. 불순물이 제거되지 않은 채 냉각탑 파이프에 유입되고 관로가 수시로 막히다 결국 파열된 것이다.

이에 대해 K사 관계자는 “불순물 때문에 관로가 파열돼 2014년 겨울부터는 작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찌꺼기 처리시설에서 나오는 악취를 막아주는 탈취기능도 일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 확인결과 찌꺼기처리시설 보일러가 1회에 30초씩 하루 100회 정도 작동이 중단됐다. 이 시간에 내부에는 찌꺼기에서 나오는 악취와 분진이 여과 없이 흘러나와 작업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었다. K사 관계자는 “악취 때문에 방독면을 쓰고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렇게 67억원이 소요된 찌꺼기 처리시설이 불량으로 시공돼 작동을 멈추고 무단방류 사태를 불러왔지만 군 관계자는 고장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상수도사업소 공무원 룸살롱‧골프 접대 ‘물의’

이필용 군수 친인척 공무원도 연루… 타부서 전출로 ‘봉합’

음성군 상수도사업소 공무원들이 하수처리시설 운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에는 기존 직원들이 문책성 전출을 받아 떠나고 신규직원으로 대체된 것도 작용했다.

음성군은 지난 2월 납품업자들과 골프여행을 다니고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은 상수도 사업소 공무원 3명을 다른 부서로 전출시켰다. 전출된 공무원 중에는 이필용 군수의 친인척도 포함됐다. 이들 공무원 3명은 상수도사업소에 물품을 납품하는 업자들과 함께 태국으로 골프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공무원 3명과 골프여행을 다녀온 업자 등 지역 업자 3명은 음성지역의 고급 룸살롱에서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 사실을 단독보도한 HCN은 룸살롱 접대 당시 성접대가 진행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HCN은 “여자들을 끼고 술 마셨다”는 해당 공무원의 녹취를 공개하고 “술만 먹기에는 수백만원대의 술값이 너무 고액”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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