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지방선거와 대선이 있는 해이다. 또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충청북도 의회에만 여성의원이 한 명도 없다. 따라서 올해 여성계의 가장 큰 목표는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하는 일이다. 후보를 발굴하고, 지원하고, 또 여성에게 유리한 선거제도를 만드는 일까지 그야말로 할 일은 많고 여건은 여러 모로 어렵다.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이야기할 때마다 받게 되는 질문은 항상 두 가지이다.
하나는 “여성들이 여성들을 안 찍어준다”는 것이다. 국민의 또는 도민의 반인 여성들이 여성을 찍어주기만 하면 누구든지 당선될 텐데 여성들은 질투심이 많아 여성후보를 지지하지 않으며, 이게 바로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성후보도 또 여성 유권자도 각기 자신의 입장이 있고 취향도 있으며, 장단점이 있다. 여성후보를 무조건 지지하지 않는 것이 여성의 질투와 연관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남성들이 특정 남성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남자들은 질투심이 강하다든가, 남자의 적은 남자라는 이야기는 들어본 일이 없다. 제한된 권력과 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해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누구라도 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성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의 문제이다.
또 한 가지 질문은 “여자들이 참여하면 뭐가 달라지느냐?”하는 것이다. 때로는 여자들이 하면 좋아질 수 있는 증거를 대보라는 주문도 종종 받는다. 이런 질문이나 요구는 “나를 설득시킬 수 있으면 나도 같이 지원부대 역할을 해 주겠다”는 호의(?)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여성들은 “여성들이 정치를 하게 되면 부패가 줄어들” 거라든가(아직 기존 정치에 오염될 기회가 적어), IMF 때 여성기업은 거의 망하지 않았던 것처럼 “여성들은 알뜰하니까 특히 (국회는 몰라도) 생활정치인 기초의회 같은 데서는 여성들이 더 잘할 수 있다”든지, 그리고 최근에는 그 유명한 매킨지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여성인력의 활용이야말로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전제조건”이라고 목청을 높여야 한다.
이 때 이러한 이유로는 납득이 잘 안 된다고 한다면 여성들은 집안에서 (엄청나게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인정해 주지 않는) 애나 낳고 밥하고 청소하는 일로 만족해야 할 것인가? 여성의 정치사회참여를 확대시켜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그동안 차별받고, 배제되어 온 여성들의 희망이자 권리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생산성이나 효율을 제고시킴으로써 국가사회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것은 양성평등의 목적이 아니라, 단지 그 결과일 뿐이다.
개인적 또는 사회적 경쟁력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만 확보되지 않는다. 한정된 파이를 놓고 적이 되어 싸우기 보다, 힘을 합쳐 파이의 크기를 키워나가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 경쟁해야 할 상대방이 아니라 함께 나아가야 할 동반자이며, 이것이 여성정치참여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