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오옥균 경제부 차장

▲ 오옥균 경제부 차장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다’라는 속담이 있다. 송전선로 건설을 놓고 옥산면 주민들은 ‘어떻게 하면 상황을 되돌릴 수 있을까’ 골몰하는데, 이를 바라보는 청주시의 태도가 딱 그렇다. 무심해도 너무 무심하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본보는 5차례에 걸쳐 오송 제2생명과학단지 전력공급을 위한 송전선로 건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취재과정에서 가장 의아하고 당혹스러웠던 것은 청주시를 지나는 안과 세종시를 지나는 안, 이 둘을 놓고 적임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청주시가 보인 입장이다.

입지선정위원회를 위탁 운영한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는 두 안의 직접 관계자라고 할 수 있는 해당 마을 이장과 지자체 담당 공무원을 선정위원으로 임명했다. 세종시 쪽 임명자들은 “우리 일이 아니”라며 위원회 활동을 보이콧했다.

사실상 반쪽짜리 위원회는 청주 관계자들과 한전 관계자들만 참석해 진행됐다. 그런데 그 위원회에서 내린 결론이 청주시안이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는 “소수의 의견도 중요하기 때문에 다수의 의견이라면 무작정 따르는 투표방식을 택하지 않았다”고 청주시안이 채택된 배경을 설명했다. 의도는 이해가 되지만 이번 일에서 만큼은 궤변으로 들린다.

방식의 문제를 인정하더라도 결과를 납득하기는 어렵다. 문제가 불거진 후 청주시는 ‘청주시안을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세종시를 찾아가 양보를 청하기도 했다. 정부기관에 주민들의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러한 청주시가 미연에 막을 수 있었던 입지선정위원회에서 왜 청주시의 입장을 관철시키지 못했을까.

답은 그럴 의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제스쳐를 취하긴 했지만 본심이 아니다. 당시 한 공무원은 “청주지역에서 쓸 전기를 가져오는 일인데(청주를 통과해야 한다는) 세종시의 주장도 맞다”고 말했다.

오송2생명단지에 입주할 기업 관계자들도 청주시민이지만 대대로 살아온 옥산면민도 청주시민이다. 머리 위로 고압선이 지나가면 좋을 게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건만 한 청주시 공무원은 “국가기간산업을 진행하는데 좀 객관적일 필요가 있다. 우리 집 옆으로도 송전선로가 지나가지만 그로 인해 죽었다는 사람은 본 적 없다”며 “언론도 객관적인 보도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물론 그의 말이 옥산 송전선로를 바라보는 청주시의 공식적인 입장도,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담당자의 공식적인 답변도 아니겠지만, 청주시가 송전선로 건설사업과 옥산시민을 바라보는 진짜 모습일지도….

최근 상황을 묻는 질문에 한 공무원은 “최근에도 한전 관계자와 옥산면을 둘러보는 등 사태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공식 답변을 했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남의 집 불구경이 아닌 내 집 불을 끄려는 진정성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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