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20대 총선 결과를 놓고 모두가 놀랐다. 정당인들이 가장 크게 놀랐고 선거보도를 맡은 언론도 놀랐다. 여론조사 예측과 너무 많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주요 접전지역의 예측 결과는 물론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1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 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 청주권 총선에서도 지역 방송사의 최종 여론조사 결과 4개 선거구 가운데 새누리당 2곳, 더민주당 2곳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는 더민주당이 3석을 석권했고 예상 득표율과 실제 득표율간의 격차도 컸다.

이번 총선 여론조사의 공통점은 휴대전화가 아닌 유선전화였다. 가정용 유선전화는 20, 30대 젊은층을 조사하기 힘들기 때문에 휴대전화 조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특정 선거구에서 휴대전화 조사를 하는건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렵다. 통신사를 통해 지역구 거주자의 안심번호를 받아 휴대전화 설문조사가 가능하지만 비용이 한결 높아진다. 법적으로 민간여론조사기관이 아닌 정당의 자체 여론조사에만 허용하고 있다.

현재 여론조사 기관 설립은 신고제다. 따라서 선거가 닥치면 선거 특수를 노린 '떴다방'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난립한다. 이름도 모르는 영세업체들은 선관위가 제시한 기본원칙도 안 지키는 엉터리 여론조사를 남발하고 있다. 청주에서도 정체불명의 여론조사 기관과 사이비 언론, 출마 후보간 불법적인 3각 고리가 적발됐다. 청주지검은 3월말 서원구 예비후보 여론조사를 조작한 혐의로 모인터넷신문, 모주간신문 대표를 전격 구속했다. 수사를 계속한 검찰은 서원구 예비후보측에서 여론조사 대가로 이들에게 수백만원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사이비언론에 여론조사 비용을 대주고 결과를 조작해 다시 보도하게 한 셈이다. 돈을 건넨 예비후보는 여론조사 결과 2위였지만 1위로 뒤바꿔 인터넷신문에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는 것. 공정선거의 뿌리부터 흔드는 조직적인 선거법 위반사건이라 할 수 있다. 지방선거나 총선 때면 여론조사 결과 보도를 놓고 언론사측에 이런저런 제안이 오기도 한다. 특정 후보측에 유리한 결과가 도출된 자료를 제시하며 기사화하면 보도사례를 하겠다는 식이다. 공신력있는 여론조사 기관이 아닌 ‘떴다방’식 업체를 통한 경우다.

물론 여론조사 보도요건만 갖춰 보도하면 언론사의 법적 책임은 면할 수 있다. 하지만 의문 투성이인 여론조사 결과를 게재하는 것은 언론보도의 기본을 포기한 행위다. 선거철 혼탁한 여론조사 시장의 문제점을 알리고 개선책을 내놓는 것이 취재의 기본이다. 개선책의 우선순위는 여론조사 기관 설립기준을 강화하는 것이다.

선거 여론조사는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공공성이 강하기 때문에 매출액이나 자본금 등의 일정 기준이 정해 등록제로 바꿔야 한다. 또한 휴대전화 안심번호 조사를 일반 여론조사 기관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선거일 6일전 부터로 돼 있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을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는 제한할수록 부작용이 커지고 허용할수록 자체적인 순기능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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