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격외도리/ 한덕현 발행인

▲ 한덕현 발행인

19대 국회가 이달 말로 끝난다. 이 때쯤 국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법안 처리에 대한 마무리보다는 차기 원구성에 따른 인물들의 역학관계다. 국회의장은 누가 되고 또한 각 당의 책임자들은 누가 되느냐에 모든 촉각이 모아진다.

이 와중에 정치의 고수, 아니 꾼(?)들이 툭툭 내던지는 ‘말’은 분위기를 끊임없이 업그레이드시키며 각종 뉴스를 양산한다. 요즈음으로 치면 국민의당 박지원이 대표적이다. 정통의 정치보다는 판을 흔드는 임기응변 정치에 능하다는 그가 과연 자신의 공언대로 20대 국회를 견인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목하 지역에서도 이에 못지 않은 유사한 정치담론이 쏠쏠한 재미를 안긴다. 이미 몇몇 언론을 통해 공론화된 지방의회의 후반기 원구성에 관한 것이다. 압권은 충북도의회에 대한 향후 전망이다. 지난 전반기 원구성을 놓고 워낙 파열음이 컸던 터라 당사자인 의원들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충북도의회 후반기를 입에 올리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그 중심에 후반기 의장이 있다.

충북도의회는 오는 7월 7~8일로 예정된 임시회에서 후반기 의장을 비롯한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게 된다. 의장 1명과 부의장 2명, 상임위원장 6명 등이 해당된다. 현재로선 후반기 의장의 1순위는 단연 새누리당 김양희 의원(청주2)이다. 전반기 때 현 이언구 의장한테 당내 경선에서 지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 후로도 김 의원의 행보는 줄곧 후반기 의장을 향한 로드맵으로 귀착됐다. 그만큼 정치적 의지가 강하다.

어차피 후반기 의장도 절대 다수당인 새누리당에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새누리당 20명, 더불어민주당 10명, 무소속 1명의 구도에서 다른 변수는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같은 재선의원인 최광옥(청주4) 강현삼 의원(제천2)도 강력한 후반기 의장후보로 꼽힌다. 만약 이들 세 사람이 당내 경선을 피하고 단일화를 이룬다면 의장등극은 따놓은 당상이 되겠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 앞으로 소속 당이 이들을 놓고 어떻게 교통정리할 지도 지금으로선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인지 도의회 주변에선 최근 ‘신(神)의 한 수’를 예단하는 억측들이 뜬금없이 출몰한다. 대략 두가지 측면에서다. 하나는 야당의원 발(發)이고 다른 하나는 현 의장인 이언구 발이다.

지난 상반기 원구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의회직 9자리 모두를 새누리당에 헌납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번 만큼은 작심하고 덤빌 태세다. 순리대로라면 어차피 야당몫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2자리 정도는 무리없이 차지할 수 있겠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의장선출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할 공산이 크다.

얼마전 새누리당 김인수의원 탈당으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수는 20 대 10으로 재조정됐다. 김양희 최광옥 강현삼 셋중에 누가 야당의 전략적 지지를 받는 가운데 새누리당에서 4~5명만 이탈해도 얘기는 달라진다. 여차하면 세명 모두 동료인 여당의원보다 야당 의원에 목을 매야하는 ‘경우의 수’도 무시할 수 없다. 표의 반란은 충북도의회에서 이미 몇 차례 경험한 바 있다.

이언구 의장과 관련된 얘기는 그의 재임설이다.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까지도 맡는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이는 당사자로선 불감청고소원이 될지언정 현실성이 떨어진다. 전반기 의장선출 당시 당내 의원총회에서 ‘전반기에 (의회)직을 수행한 자는 후반기엔 못한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것에 강제성이 없다는 점이다. 도의적 책임이 따르는 그저 약속일 뿐이지 법적인 구속요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의장의 연임설은 지난 4.13 총선 말미에 갑자기 불거졌다.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새누리당이 도내 8개 의석 중 많게는 7석까지도 넘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내려지면서 여기에 이시종지사(더불어민주당)의 저격수 김양희 의원마저 도의장을 맡게 되면 도정운영의 삐걱거림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그럴바에 차라리 같은 지역(충주) 출신에다 전반기에 호흡을 맞춘 이 의장의 연임이 원활한 도정에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언구 의장의 연임을 놓고 그 가능성 여부가 지역사회에서 일부 검토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무슨 구체성을 띤 게 아니라 관심있는 사람들에 의해 단순히 지나가는 말로써 거론된 것으로 듣고 있다”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런 전후과정을 의식했음인지 이시종 지사가 이름만 들어도 자다가도 벌떡 깬다는 김양희 의원은 벌써 몇달째 본인의 트레이드마크인 강경발언을 자제하며 조용한 처신으로 일관, 이 또한 세인들의 관심거리가 됐다. 비록 지금은 발톱을 숨기고 있지만 도지사 킬러로서의 내성(耐性)은 언제든지 재연된다는 게 중론이다.

한가지 분명한 점은,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현재 거론되는 후반기 의장 후보들에 대한 평가엔 하나같이 비토와 토가 달린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 누가 의장이 되면 도의회는 물론이고 집행부까지도 심각한 아노미(anomie)를 겪게 된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신의 한 수’라는 묘수가 이래저래 궁금해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