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루스도미니 어린이 합창단 전선하 지휘자의 도전기
3년간 국제대회에서 우승…“실력 평가받고 싶었다”밝혀

지역의 한 합창단이 무려 3년 연속 세계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했다. 천주교 청주교구에서 운영하는 안젤루스도미니 어린이 합창단 이야기다. 안젤루스도미니는 라틴어로 ‘주님의 천사’라는 뜻이다. 안젤루스도미니 어린이합창단은 2014년 필리핀 보홀 국제합창대회에서 어린이 부분 금상, 전체 대상을 받았고 2015년엔 부산국제청소년합창대회에서 은상과 가장 아름다운 합창단상을 받았다.

▲ 안젤루스도미니 지휘자. 사진/육성준 기자

지난 4월 9일에는 스페인 또레비레하 시에서 개최한 제22회 국제 하바네라 청소년 합창대회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다. 한국 어린이 합창단이 1등상인 그랑프리를 차지한 것은 대회 역사상 처음이었다. 안젤루스도미니 어린이 합창단은 지정곡인 하바네라 3곡과 자유곡으로 새타령을 불렀다. 한국적인 정서와 새들의 지저귐을 소리로 표현했고 퍼포먼스로 새들의 움직임을 보여줘 현지 관객들과 심사위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합창단 활동 통해 배려 배운다

 

창단 초기부터 안젤루스도미니 어린이 합창단 지휘를 맡고 있는 전선하 씨는 “스페인에서 수상소식을 들었을 때 모두가 함께 울었다. 세계대회에 나가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특히 합창단이 지역과 교구 안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세계적인 합창단으로 성장해나갈 것인지는 늘 고민되는 일이다. 적어도 3년 동안 세계대회에 출전해 실력을 겨뤄보자고 생각했고, 오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주는 수상 결과였다”라고 말했다.

안젤루스도미니 어린이 합창단은 1998년 창단해 이듬해 창단연주회를 열었다. 현재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43명의 단원이 활동 중이다.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에 모여 3시간 넘게 연습을 하고 있다. 수곡동 본당에 있는 최광조 신부가 10년 넘게 합창단을 맡고 있다. 천주교 교구가운데에서도 청주교구 어린이 합창단은 서울과 대구에 이어 3번째로 생겼다.

전 지휘자는 “7년 넘게 합창단 생활을 하다 보니 여행 한번 제대로 가보지 못한 분들이 많다. 일단 아이들이 합창단 오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졸업생들 가운데 20여명이 성악의 길을 택했다”라고 말했다.

 

어린이합창단의 공연 무대가 없다

 

안젤루스도미니 어린이 합창단은 스페인 공연까지 총4회 해외 연주를 한 경험이 있다. 전 지휘자는 “아이들이 성장한 후 자신들의 공연했던 곳에 따로 배낭여행을 갔다고 하더라. 아이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것은 추억이다. 합창단 생활이 고될 수도 있겠지만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기억을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 지난 4월 스페인에서 열린 국제합창대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안젤루스도미니 어린이합창단 공연 모습.

한 때 한 방송사에서 합창 프로그램이 열려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 때 합창단이 많이 생겨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열기가 사그라졌다. 무엇보다 어린이 합창단의 경우는 전국에도 많지 않다. 일단 요즘 아이들이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합창단이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합창을 통해 아이들은 배려와 책임감을 배우게 된다. 내 목소리만 튀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소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대회에서 3번 연속 우승을 했지만 아직도 ‘지역의 종교 합창단’이라는 틀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했다. 일단 세계대회를 나갈 때도 아이들은 수업을 빼기 위해 ‘체험활동계획서’를 제출해야 했다. 또한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해 우승을 했지만 우승 이후 불러주는 이가 없다고. “모두 자비를 들여 대회에 나갔고, 시험기간이 겹쳐있어서 부모들 사이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모두 충북지역 아이들이다. 종교와 지역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많은 이들이 안젤루스도미니를 알아봐주고, 초청해주면 좋겠다. 아이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아지면 자부심도 생길 것이다. 그런 점이 좀 안타깝다.”

청주지역 어린이 합창단은 3개의 지역방송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정도다. 전 지휘자는 “방송사 합창단과 안젤루스도미니 어린이합창단은 갖고 있는 성격이 다르다. 지역에 합창대회나 페스티벌이 열려 다양한 색깔을 가진 합창단이 나와 실력을 뽐내면 좋겠다. 사람들이 파리나무 십자가나 빈 소년합창단은 알아도 지역의 합창단은 잘 알지 못한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실력이 정말 뛰어나다. 실력을 보여줄 무대가 없다”라고 말했다. 전국에 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있는 곳들이 많지만 충북은 불모지다.

안젤루스도미니 어린이 합창단은 이번 스페인 대회에서 지정곡 ‘하바네라’를 연주하기 위해 따로 스페인어 선생님을 모셔야 언어공부를 했다. 새타령 안무를 소화하기 위해 춤도 따로 배웠다. 6~7개월 정도 대회 출전을 위해 연습을 거듭했다. 전 지휘자는 세종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카톨릭대에서 음악학을 전공했다. 지역에서는 충북참여연대 ‘우암코러스’지휘와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꿈나무 마을의 알로이시오 합창단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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