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놀고, 책 보고, 모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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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놀고, 책 보고, 모임 한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6.05.03 2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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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도서관 탐방기/평생학습 실현하고 장소도 쇼핑센터·지하철역·병원 등 다양
평범한 도서관은 없어···특성 살리고 각기 빼어난 건축미·아름다운 실내장식 자랑

4월 20~30일 덴마크·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도서관을 탐방할 기회가 있어 다녀왔다. 북유럽은 골고루 잘사는 복지국가이며 대학을 가지 않아도 기죽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복지국가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도서관은 부러울 정도로 잘 돼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도서관이 많이 생기고 질적수준이 높아지고 있으나 북유럽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북유럽 도서관의 장점을 벤치마킹하길 바라며 몇 몇 도서관을 소개한다.
 

▲ 스웨덴 스톡홀름시립중앙도서관의 내부. 일부만 나왔지만 원통형으로 둥그렇게 이어진 모습이 장관이다

북유럽에는 일단 도서관이 많다. 스웨덴 스톡홀름시 인구는 90만명인데 도서관은 43개나 된다. 그리고 도서관은 ‘동사형’이다. 앉아서 사람을 기다리지 않고 찾아 나선다. 그래서 도서관이 일정한 틀안에 갇혀 있지 않다. 대형 쇼핑센터, 지하철역, 문화센터, 병원 등지에 도서관이 둥지를 틀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라 대단히 흥미롭게 느껴졌다. 한 도서관 사서는 “요즘은 쇼핑센터 측에서 도서관을 유치하려고 한다. 도서관이 들어서면 서로 윈 윈 할 수 있어 좋은 점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북적북적대는 대형 쇼핑센터를 지나면 윗 층에 도서관이 있고 이 도서관에는 이용객들이 많았다. 지하철역 도서관에는 지하철을 기다리거나 누군가를 만나러 왔다가 책을 보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리고 대형병원 어린이 도서관에서는 어린 환자와 보호자들이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이런 운영 시스템은 이동도서관 형태의 ‘북 버스(Book bus)’에서도 나타난다. 유치원, 초등학교, 여름 해수욕장, 축제장,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사는 곳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으로 독자를 찾아 나선다고 한다.
 

▲ 대형 쇼핑센터에 위치한 스웨덴 스톡홀름시의 시스타도서관

스웨덴 시스타(Kista)도서관은 대형 쇼핑센터 시스타 갈레리아 2층에 있다. 시스타는 에릭슨,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1000개 이상의 정보통신기업과 스웨덴 왕립기술원, 스톡홀름 공대 등이 모여있어 ‘북구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주민 3만명 가운데 70%가 넘는 인구가 외국인인 다문화지역이다. 이 곳의 주 이용층은 이민자들과 IT기업 직원들이다.
 

그래서 디지털과 다문화 서비스가 강점이다. 언어 자원봉사자들이 이민자 자녀들의 숙제를 도와주고, 최근 스웨덴으로 이주한 난민들이 스웨덴어를 배우기 위해 몰려든다고 이 도서관 관계자는 알려줬다. 이민자들을 배려해 소장자료의 40%를 스웨덴어가 아닌 다른 언어 자료를 구비해 놓고 있다는 것.

 

시스타 도서관은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이 주관하는 2015년 ‘세계 최고 공공도서관’ 선정에서 수상했다. 이 도서관은 다문화지역에 있는 도서관으로 지역사회와 협력, 디지털 서비스 등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대형 쇼핑센터 2층에 자리잡은 핀란드 헬싱키의 셀로도서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위성도시인 에스포시에는 셀로(Sello) 도서관이 있다. 이 곳도 대형 쇼핑몰에 위치해 있다. 청소년 도서관을 특화시킨 게 특징. 이 도서관 사서는 “12~20세의 청소년실에서는 교육은 조금하고 많이 놀게 한다. 젊은 사서들이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사랑·낭만·스포츠 등을 주제로 꾸몄다. 공부하라고 하지 않고 마음껏 놀게 하면서 상담도 해준다. 위 층에서 공부하다 내려와 머리를 식힐 수 있는 방”이라며 “날마다 인형극, 영화상영, 그 외 공연 등의 이벤트를 연다”고 말했다.
 

한 바퀴 둘러보자 그림을 그리고 뭔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 음악적 끼를 마음껏 발산하도록 각종 악기를 구비해 놓고 옛 LP판과 CD가 가득 놓여 있는 공간, 3D 프린터로 재미있는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 등이 나란히 있었다. 우리나라 도서관은 대부분 청소년실이 따로 없다. 때문에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지하철 기다리다 잠깐 책보고 사람 만나고


그런가하면 지하철역 도서관도 특이했다. 스웨덴의 회그달렌(Ho"gdalens) 도서관은 지하철역 근처에 있다. 이 지역은 스톡홀름시의 남쪽 외곽에 위치해 이민자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이민자들을 위한 각종 언어 책을 비치해 놓았다. 이 곳은 또 지하철역이라는 장점을 살려 누군가를 기다리고 만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주택가에 있던 것을 2008년 역 근처로 옮겼다고 한다. 이 도서관의 사서는 “만일 이용자가 원하는 책이 없으면 다른 도서관에서라도 가져와 빌려준다. 이 때 학생은 무료이지만, 어른은 약간의 이용료를 낸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지하철역에는 무인도서예약 대출 반납기가 각 지자체 도서관과 연계돼 설치돼 있다. 지난 2013년 서울 지하철 역사 12곳에는 ‘해피북스테이션’이라는 곳이 만들어졌으나 관리소홀과 이용저조로 4곳만 남아있고 여기마저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전문사서 없이 도서만 비치해놓는 수준에 머무르기 때문이라는 게 시민들 말이다.
 

그럼에도 부산지하철이 부산문화재단에 위탁 운영하는 아트폼북하우스나 서울의 동네북·금호역북카페, 부천의 만화상상정거장·칙칙폭폭도서관, 고양시 백마역의 청소년 문화공간 깔깔깔 등은 잘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곳은 자원봉사자들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북유럽 도서관은 거의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전문사서가 있다. 우리나라도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지고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작은도서관도 민간인들이 어렵게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은 병원에도 어린이도서관을 만들었다. 5명의 노벨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명문 의과대 카롤린스카대학병원은 스웨덴의 국민작가로 일컬어지는 린드그렌의 이름을 붙여 린드그렌(Lindgren)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린드그렌은 ‘말괄량이 삐삐’ ‘사자왕형제의 모험’ ‘미오, 나의 미오' '명탐정 카트레군의 모험'등을 쓴 동화작가. 전세계에 번역돼 선풍적인 인기를 끈 ‘말괄량이 삐삐’는 우리나라에도 소개돼 대단한 사랑을 받았다. 린드그렌은 스웨덴 지폐에도 나올 정도로 국민영웅 대우를 받고 있다. ‘유니바켄(Junibacken)’이라는 곳에는 린드그렌의 동화나라가 펼쳐져 있다. 아이들은 이 작가가 쓴 동화를 보고 듣고 읽고 체험한다.
 

이 도서관 사서는 “아픈 아이들이 오는 곳이기 때문에 그림책, 건강과 병에 관한 책, 교육에 보탬이 되는 책들이 있다. 그리고 심리적 치료를 위한 책, 손으로 만져 사물을 느끼게 해주는 책들도 있다. 54개국 언어의 책이 있으며 한국어 책도 있다”고 말했다. 이 도서관에는 비행기 모형을 만들어 안에 들어가 책을 볼 수 있게 해 놓았고, 인테리어도 밝고 환했다. 여기서는 연 20회 정도의 공연을 하고, 병실에 책도 배달해준다. 아픈 아이들과 보호자들을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이든 가능한 도서관
 

▲ 자연광을 살린 핀란드 헬싱키대학도서관의 내부모습

북유럽 도서관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평등’이다.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국가와 지자체는 고른 혜택을 주고 있다. 외국인들과 최근 늘어나기 시작한 난민들을 위한 책들도 고루 갖춰져 있다. 우리나라 책도 간혹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곳의 최고 미덕은 도서관을 책보는 곳으로 한정하지 않고 평생학습의 장으로 대폭 확장했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도서관에서 책보고 놀고 대화하고 모임을 한다. 또 공부를 하고 취미생활을 하며 상담도 받는다. 공부방과 사무실, 회의실도 빌릴 수 있다. 어떤 도서관은  시민들에게 자전거와 집에서 필요한 공구 등을 빌려주며 마을의 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사서들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사서 사무실이 공개된 장소에 있고 언제든지 이용자들의 질문을 받게 해 놓은 것은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스웨덴 스톡홀름시립중앙도서관의 아름다운 외관. 오른쪽에 1928년 건립됐다고 쓰여있다.

북유럽 도서관을 반하게 하는 것 중 하나는 빼어난 건축미와 아름다운 실내장식이다. 지난 1928년 지었다는 스웨덴 스톡홀름시립중앙도서관(Stockholms stadsbibliotek)은 88년이나 지났는데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내부는 둥근 원통형 3개층으로 설계돼 있는데 규모와 모양 면에서 탄성을 자아냈다. 이용자들은 계단으로 각 층을 올라가 책을 볼 수 있다. 조명은 창문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와 밝고 따뜻하다.

 

이 도서관이 생긴 후 유럽 도서관의 모델이 됐다고 한다. 당시에도 도서관내에 어린이도서실이 있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사서는 당시 가구 중 일부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오래전에 지은 건물이라 장소가 협소해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 핀란드 헬싱키의 파실라도서관. 가운데 지식의 샘이 있다

지난 1986년 건립된 핀란드의 파실라(Pasilan)도서관 본관은 내부가 독특하다. 2층에서 내려다보면 은하계 모양에 가운데 ‘지식의 샘’이라 불리는 연못이 있는 구조이다. 책을 읽는 동안 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동전 넣고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있어 연못에 동전이 수북했다. 이 곳에서는 핀란드의 작가 토베 얀손이 만든 캐릭터 ‘무민’을 그려넣은 북버스로 헬싱키 시내외 초등학교와 유치원 등에 책을 배달해주고 있다.


 

▲ 덴마크 쿨투어베레프트의 아름다운 모습. 바다와 기막힌 조화를 이루고 있다.

100년 이상 된 조선소가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덴마크 ‘쿨투어베레프트’···반대의견 있었으나 이제는 명소가 되다

 

문 닫은 조선소가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탈바꿈해 명소가 됐다. 덴마크 헬싱에르시에 있는 쿨투어베레프트(Kulturvaerft)이다. 여기서 Kultur는 문화, vaerft는 조선소, 즉 문화조선소라는 뜻이다. 거대한 조선소 중 일부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꿔 도서관, 공연장, 전시장, 카페 등을 갖추고 있다. 나머지 건물들은 아직 사용처가 정해지지 않아 그대로 있다.


아름다운 바닷가에 위치한 쿨투어베레프트 앞에는 크론보르성이 그림처럼 서있다. 이 성은 대서양과 발트해를 연결하는 해협에 자리잡고 있다. 헬싱에르시 조선소는 지난 1882년 건립됐다. 이후 시민들은 조선업을 중심으로 생활했다. 그러나 100년후 오일쇼크가 터지면서 경쟁력을 잃자 문을 닫는다.
 

이 도서관의 사서 도르티아는 “조선소가 문을 닫자 3600명의 직원과 가족·친척들은 재난상태에 빠졌다. 한동안 문 닫은 상태로 방치돼 있다가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자각을 하게 됐고  2000년대 이후 리모델링 방안을 논의했다. 개발하자는 쪽과 문화공간으로 꾸미자는 쪽이 대립했다. 반대파들은 문화분야에서 어떻게 일자리를 만드느냐고 했다. 결국 정부도 나서 문화부장관이 추진위원회를 조직했다. 그러나 문화공간을 만들자며 반대파들을 열심히 설득했던 시장은 다음 선거 때 낙선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 덴마크 쿨투어베레프트 내부. 조선소였던 모습을 그대로 살렸다

이런 힘든 과정 끝에 도서관이 탄생했고 올해 6주년을 맞이한다. 이제는 시민들 사이에서 잘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도서관의 특징은 과거의 역사를 단절시키지 않고 그대로 계승했다는 것이고,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스토리텔링 했다는 것이다.
 

실제 건물 천장과 곳곳에는 조선소 당시 썼던 건물 뼈대가 그대로 있고, 엔진실을 살려 아이들 책보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또 배 모양 조형물을 비치하고 당시 직원들의 이름도 새겨 놓는 등 옛날 모습이 많다. 어린이실에도 배와 관련된 소품이 여기 저기 놓여 있다. ‘햄릿’성으로 불리는 크론보르성을 스토리텔링해서 이와 관련된 것들을 전시하고 있고 1층 로비에서는 햄릿 티셔츠와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세익스피어 서거 400주기라 여러 가지 행사가 열렸고 팸플릿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배포하는 운동까지 벌였다고 도르티아 사서는 설명했다.


헬싱에르시는 인구가 6만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다. 그러나 이 도서관을 보러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아름다운 건축물은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수많은 삼각형 유리와 철제, 알루미늄 구조는 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국제도서관협회연맹 평가 결과 지난해 별 6개 최고점을 받았다. 그래서 이제는 헬싱에르 시민들의 자부심이 됐다. 헬싱에르시 예산으로 전액 운영된다. 이 도서관을 보면서 옛 청주연초제조창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이 곳에 직지의 도시 청주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도서관을 만들었다면 청주의 가치가 부쩍 높아졌을 것이다.

 

▲ 증평군립도서관 어린이실 내부

홍성열 증평군수, 북유럽 벤치마킹하고 군립도서관 건립
어린이실 놀이공간으로 꾸미고, 성인실 평생학습공간으로

 

홍성열 증평군수는 지난 2010년 군수에 당선되자 ‘희망찬 교육문화’ 확충을 군정목표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교육여건이 미비해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타개책이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것이 군립도서관을 지은 것이다. 홍 군수는 그 해 담당직원을 대동하고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3국을 찾아갔다.


홍 군수와 함께 다녀온 김광철 비서실장은 “복합문화공간 건립을 목표로 북유럽의 장점을 벤치마킹하고 국내 도서관도 많이 보고 왔다. 북유럽에 가서 어린이 도서실이 놀이공간처럼 재미있게 꾸며져 있는 것과 성인실이 평생학습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 봤다. 그래서 우리도 유아·어린이실은 안전하면서 친환경적이고 밝은 분위기를 살려 재미있는 놀이기구와 책을 적절히 배치했다”고 말했다. 군립도서관은 2014년 4월 개관했다.
 

실제 아이들은 터널에 들어가거나 우주선을 타고 책을 본다. 그 외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이 많다. 성인실은 조명을 은은하게 하면서 책상에 스탠드를 놓아 눈이 피로하지 않다. 안내판 한 개도 디자인과 색깔에 일일이 신경을 썼고, 어린이실 서가는 친환경 자작나무로 만들었다. 이후 증평군은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됐고, 이 도서관은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증평군은 도서관 건립과정을 담은 백서를 발간해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또 향후 도서관과 연계해 근처에 독서왕 김득신문학관을 지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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