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수 청주시립국악단 상임지휘자 철학 읽히는 취임 후 첫 공연
“마이크 및 음향 모두 배제하라”지시…국악 본연의 소리 들려준다

11대 청주시립국악단 조정수 상임지휘자는 취임 후 첫 공연에서 그의 음악신념을 보여주는 선언을 했다. 디지털 음향을 배제한 아날로그 소리만을 들려주겠다는 것이다. 공연에 앞서 보통 100여대의 마이크가 설치됐고, 일일이 음향을 맞추는 게 리허설의 70%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 지휘자는 국악기 자체의 소리와 풍류를 들려줄 것이라고 말한다.

“화장을 하지 않는 민낯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알려줄 것이다. 국악기는 방안에서 연주해야 하는 악기였다. 시대가 변하고 산업사회로 왔지만 악기는 그만큼 진화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마이크와 음향에 많은 것을 기댔다. 하지만 본 모습이 아니다. 언제나 예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화장을 하고 가면을 쓰는 일은 그만해야 한다. 첫 공연에서 소리가 나쁘다는 비판을 듣더라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는 한 달 전 취임했다. 국악기 본연의 소리를 들려줄 때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2년 임기동안 신디사이저나 디지털 악기는 절대 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화려한 스타와 쇼가 부각된 공연이 아닌 국악기 소리만으로 감동을 주겠다고 말한다.

“퓨전은 퓨전대로 가야하지만 국공립 국악단마저 그러한 모습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예술적 가치를 찾고 이야기하는 게 국공립단체들의 역할이라고 본다.”

다만 국악단 전체 단원 수가 부족해 공연을 할 때마다 객원단원을 뽑아야 한다는 건 안타깝다고 말한다. “피아노 연주자라고 하면 건반이 절반밖에 없는 데 연주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 객원단원 비율이 높으면 안정적인 연주를 하기 힘들다. 이런 부분은 개선되기를 바란다.” 그는 현재 시립국악단원은 40명인데 적어도 65명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주시립국악단 101회 정기연주회 '춘래가악 절세풍류'는 3일 오후 7시30분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공연된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침향무'로 막을 열고 이어 청주시립무용단이 축하의 의미를 담은 '축연무'를, 청주시립국악단은 국악관현악곡과 바리톤 정록기 교수(한양대)의 협연을 선보인다.

조 지휘자는 러시아의 거장 지휘자 에브게니 스베틀라노프(Evgeny Svetlanov)의 마지막 제자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를 역임한 조 지휘자는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관현악과를 졸업한 후 프랑스 파리 말메종 국립음악원에서 지휘 관련 학위를 취득했다.

조 지휘자는 앞으로 청주에서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고 했다. 일단 ‘오페라 직지’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준비 중이다. “내년에는 매달 청주아트홀에서 주부를 대상으로 한 브런치 콘서트를 열고 싶다. 현재는 4개 예술단이 돌아가면서 하다 보니 공연 횟수가 너무 적다. 공연의 횟수를 늘리고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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