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남부시장 30개의 청년몰 운영, 야시장은 필수 관광코스
수원 못골시장 상인들 커뮤니티 활성화…합창단, 방송국 운영

‘나이 든’ 시장의 해법찾기
잘되는 시장은 이유가 있다

전국의 시장 가운데 소위 잘나가는 곳은 다 이유가 있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데다 이미 관광지화 된 곳도 있고, 죽은 시장도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띄운 곳도 있다.

전주 남부시장은 금‧토요일 야시장을 개최하면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모인다. 청년몰만 30개가 운영돼 그야말로 먹거리‧볼거리로 발걸음을 붙잡는다. 인근 한옥마을과 연계해 1박 2일 여행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상인회에선 1일 평균 5000명 이상이 이곳을 찾는다고 말한다. 20~30대 젊은 층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시장에 활력이 생겼다는 것.

▲ 전주남부시장에는 청년몰 30개가 운영되고 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오후 6시부터 야시장이 운영되는 데 하나의 관광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청년몰이 운영된 것은 2014년부터다. 이전의 남부시장에겐 빈 점포가 많았다. 빈점포에 청년들이 들어왔고 직접 인테리어도 하면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이는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 사업의 성과물이기도 하다.

인천 신기시장은 시장 내에서 쓸 수 있는 화폐 ‘신기통보’를 유통시키고 있고, 인근 국제공항과 연계해 외국인 환승객을 시장으로 유치하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신기통보 6개(3000원)을 무료로 지급해 시장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쿠폰을 20매 가져오면 하나은행이 개인 계좌를 통해 2000원을 입금해 주기도 한다.

수원 못골종합시장은 상인회 조직이 활성화된 곳으로 유명하다. 상인회비 6만원을 받고 있는데 시장라디오, 요리교실, 합창단, 밴드, 신문발행 등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다. 인근에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팔달문, 팔달산 등 경제‧문화벨트가 조성된 것도 유입인구를 늘게 하고 있다.

서울시 중곡 제일시장은 시장 내 SSM입점을 허용해 대기업과 상생관계를 구축한 사례다. 신선식품은 기존 경쟁력을 확보하고 전통시장의 약점인 공산품 판매는 SSM를 통해 극복해낸 것이다.

 

사업평가 기준 미미해

 

현재 청주시의 골목형 시장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청주시상권활성화관리재단 관계자는 “전국의 시장들을 벤치마킹해보니 이유가 분명했다. 전문가집단의 지속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상권활성화재단은 전국에 12곳이 있다. 상인회의 자생적인 노력이 중요하고, 소비자의 기호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역사문화적 자원과 지역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야 하고 무엇보다 젊은 층이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원사업 과정 중에 상인이 참여해야 사업이 끝나도 그 일이 지속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다양한 시장 활성화 사업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를 평가하는 기준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사업 결과에 대해선 상인만족도, 고객만족도 조사를 실시하는 것에 그친다. 청주시상권활성화관리재단 관계자는 “예전에는 시장활성화 사업을 하면서 매출액을 조사했지만 그 부분이 명확하지 않은 자료이다보니 요즘에는 아예 이러한 내용을 뺀다. 시장 상인들이 매출액 공개를 꺼리기 때문에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시장 화폐 발행을 통해 매출액을 가늠해보는 정도다. 이광진 단장은 “시장 화폐 사용을 처음에는 상인들이 ‘덤’을 준다고 생각해 꺼리게 된다. 시장 화폐가 활성화되면 시장이 얼마만큼 매출이 오르는지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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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시장 삽겹살거리 ‘될 듯 잘 안 되네’

주차장 부지 다시 확보 나서…치밀한 마케팅 필요해

 

서문시장보다 삼겹살 시장이 이제 더 익숙하게 느껴진다. 현재 서문시장 내 삼겹살 점포는 15개다. 제일 많았을 때는 18개였다. 2011년 삼겹살 거리가 조성된 이후 많은 부침이 있었다. 처음에는 싼 임대료와 보증금이 메리트가 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임대료는 2배 가까이 뛰었다. 그럼에도 삼겹살 거리는 전국에서 유일한 삼겹살 시장이기 경쟁력이 있다. 삼겹살 거리를 2010년 처음 시에 제안한 김동진(함지락 대표)는 2012년 이곳에 삼겹살 가게를 냈다. 김 대표는 “5년이 지났지만 시장이 죽지 않았다. 앞으로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삼겹살 시장 자체는 전국에서 이름이 났다. 너무 빨리 활성화되는 것도 좋지 않다. 시간을 갖고 천천히 변화해야 끝까지 살아 남는다”라고 말했다.

▲ 서문시장 삼겹살 거리엔 현재 15개의 삼겹살 전문 가게가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그는 “삼겹살로 해야 할 아이디어와 사업들이 많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했다. 소스 개발도 할 수 있고, 삼겹살을 이용한 재미있는 이벤트도 많다. 무엇보다 삼겹살은 남녀노소 신분을 떠나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소통의 먹거리다. ‘삼겹살에 소주한잔’이라는 말 자체에 많은 함의가 있다. 인근 청남대와 연계한 패키지 관광상품으로 삼겹살을 팔 수 도 있다. 삼겹살 시장이 성공하려면 일단 젊은층과 외지인들이 많이 와야 한다. 오늘도 외지에서 손님이 많이 왔다. 시장 안에 다양한 먹거리 골목이 조성되는 것도 필요하다. 먹거리하면 서문시장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서문시장은 현재 주자창을 조성 중이다. 몇 군데가 물망에 올랐지만 마지막 가격 조정단계에서 건물주가 높은 가격을 원해 성사되지 않았다. 공구상가 골목이나 로얄호텔 등이 거론됐지만 무산됐다. 청주시는 로얄호텔 주변 모텔과 여관 5~6개를 매입해 주차장을 만들 계획이다. 지난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서문시장에 다녀간 후 박근혜 대통령 지시로 서문시장에 국비 50억이 내려왔다. 25억원은 주차장으로, 25억은 고객지원센터를 만드는 데 쓰게 돼있다. 돈을 받은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건물값 때문에 성사되지 못한 셈이다.

▲ 김동진 함지락 대표는 서문시장 내 삼겹살 거리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냈다. 그는 아직은 시작단계라고 강조한다. 사진/육성준 기자.

서문시장은 올해 골목형 시장 사업에 선정되면서 벽화를 비롯한 입간판 설치 등 시장 내 시설 현대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한 청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는 지난해 10월 야시장을 서문시장 내 개설했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개점휴업상태다. 26개 점포로 시작했지만 현재 남아있는 곳은 4곳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아무리 잘되는 아이템도 현지 실정에 맞게끔 해야 한다. 삼겹살 거리가 갖고 있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상인회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가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원해야 한다. 청주에 1박 2일 관광코스가 없지 않나. 외지인들이 많이 왔을 때 서문시장은 활성화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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