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겨울철 꽉 끼는 동복 외투를 입기 불편해서 가디건 위에 까만 패딩을 입고 갔다가 압수를 당해서 눈이 펑펑 오는 날 가디건만 입고 집에 온 적이 있다”(서울 D고등학교) “손톱은 손가락 끝에서 1mm 길이규정 있습니다”(부산 D고등학교) “고3한테만 적용 점심시간 운동금지, 독서금지(도서관에서 책 대출목록 확인 후 3학년의 대출기록 확인시 체벌)”(울산H고등학교)

“남자반을 지나가는 통로를 여자애들이 못 가게 하고 선생님들이 거기서 감시를 했습니다.(대전 D고등학교)

최근 서울 모 민간교육단체가 주관한 ‘2015 불량학칙 공모전’에서 학생들이 공개한 사례들이다. ‘불량’ 학칙을 찾다보니 학생들이 다소 과장된 하소연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열거한 사례만 봐도 필자의 386세대와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그렇다보니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2015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3년간 청소년 자살 사망수는 4만4493명. 스무살도 채우지 못한 꽃봉오리가 하루에 40송이씩 사라지고 있다. 자살의 최대원인인 학업 스트레스 지수는 50.5%로 유니세프 조사 대상 29개국 중 우리나라가 1위다. 학업스트레스가 높은 만큼 학교생활 만족도는 30개국 중 26위다.

대한민국 어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자조해왔다. 하지만 21세기가 15년이나 지난 지금은 어떤가? 오히려 자살률이 더 높아지고 만족도가 더 떨어진 이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필자는 교육문제가 대화의 주제가 될때면 ‘우리 어른들이 죄짓고 있다’고 단언한다. 걱정과 자조만 쏟아낼 뿐 제대로 고치고 바꾸지 못했다. 하루에 40명의 우리 자식들이 세상을 뜨는데도, 내 자식이 아니라는 안이함으로 바라보는 건 아닌가. ‘그래도 우리 애는‥’이라는 부모 이기심(?)으로 만족도 최하위의 학교에 자식들을 밀어넣는 것은 아닌가.

충북도교육청의 교육공동체권리헌장 제정 추진에 대해 보수적 민간사회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16일 타운미팅 방식의 도교육청 공청회를 폭력적 방식으로 저지하기도 했다. 필자의 판단을 유보하고 사실만을 정리해 독자의 판단을 구하고자 한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서울과 광주, 전북 등 4곳에서 시행하고 있다. 작년 5월 대법원은 교육부장관이 전북의회를 상대로 낸 학생인권조례 무효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인권조례는 헌법과 관련 법령에 따라 인정되는 학생의 권리를 확인하거나 구체화하고, 그에 필요한 조치를 권고하고 있는데 불과해 교사나 학생의 권리를 새롭게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인권조례의 구체적인 내용이 법령에 어긋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유엔에서는 아동권리협약(The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을 통해 아동의 기본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4월말 ‘제5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정신인 비차별 및 아동이익 최우선 원칙과 아동의 생존·보호·발달·참여의 권리를 모든 국민이 인식할 수 있도록 헌장을 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충북교육공동체권리헌장의 내용 가운데 유엔아동권리협약과 국내 4곳의 학생인권조례와 다른 부분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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