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올빼미’ 노동자들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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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올빼미’ 노동자들의 외침
  • 충청리뷰
  • 승인 2016.04.2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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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생각한다/ 선지현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 운동본부 집행위원
▲ 선지현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 운동본부 집행위원

얼마 전 집회에 나갔다가 유성기업에 다니는 한 노동자의 발언을 듣고 경악했다. “일하다가 잠깐 자리 비웠다고 임금을 깎습니다. 항의하러 가면 또 자리 비웠다고 경고장을 보냅니다. 그렇게 쌓인 경고장이 수 십장입니다. 정당하게 항의해도 출근정지를 시킵니다. 부당하다고 항의하면 소송 걸라고 합니다. 조퇴하겠다고 하면 파업하고 나가라며 불허합니다. 불법 CCTV를 설치해 노동자들을 감시하는 것도 모자라 관리자들이 매시간 돌아다니며 감시합니다. 오죽하면 관리자 한명이 ‘나는 CCTV가 아니다’라며 회사를 그만 뒀겠습니까. 회사 정문을 들어서는 게 너무나 싫고 두렵습니다. 함께 일했던 광호를 죽게 만든 것은 바로 회사입니다.” 도대체 유성기업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유성기업, 2011년 노사합의로 추진키로 했던 ‘심야노동 축소(주간연속 2교대)’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창조컨설팅과 공모해 직장폐쇄, 용역투입, 부당해고로 노조를 탄압했던 기업으로 국회청문회까지 열렸던 기업이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식 밖에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유성기업 노조탄압의 배후에 현대자동차가 있었다는 구체 자료들이 공개됐고, 지난 4월 14일에는 회사가 주도해 만든 노조가 ‘설립 무효’라는 판결까지 받았다. 메탄올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유해물질을 사용하고 있었음에도 노동부의 제재조치가 없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여기에 5년간 지속돼 온 차별과 감시, 1080건에 이르는 고소고발과 87명에 달하는 출근 정지 징계까지, 노조탄압은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일하던 노동자가 계속되는 탄압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택했다. 이에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우리는 합법이고, 회사가 불법인데 왜 우리가 죽어야 합니까! 이제 이 고통을 끝내고 정말 인간답게 살고 싶습니다”라고 외친다.

주야간 교대근무, 토요일 특근까지 해야 빠듯한 생계비를 해결할 수 있는 노동자들에게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첫째가 돈 걱정 없이 사는 것이다. 나아가 비록 지금 생활은 힘겹더라도, 미래에는 나아지리라는 꿈과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를 꼽으라면 가정, 노동현장, 사회에서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점점 거꾸로 가고 있다. 양극화는 점점 심해져서 ‘일해도 가난한’ 사회가 된 지 오래다. 2015년 8월 통계를 기준으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222만 명, 비정규직노동자는 868만 명이다.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노동자들도 잔업특근이 전체 월급의 40%를 차지해 장시간 노동이 아니면 생계비를 확보할 수 없다. 흙수저론, 망한민국 등이 청년세대들의 정서를 대표하는 이야기가 된 것은 이 사회가 ‘더 나은 삶을 향한 꿈과 희망’조차도 품을 수 없는 절망의 사회라는 것을 말해준다.

꿈과 희망이 없는데 가족, 노동현장, 사회를 건강한 공동체로 바꿔내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여기에 지난 몇 년간 계속되는 거듭되는 민주주의 후퇴는 공동체적 삶의 지향조차 파괴시키고 있어 ‘인간다운 삶’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성기업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단결해왔던 노동자들은 자본의 노조파괴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꿈을 빼앗겼다. 심야노동을 없애서 더 이상 올빼미로 살지 않겠다는 그 소망은 무참히 짓밟혔다.

노동자들이 다치지 않고, 죽지 않는 공장을 만들어왔던 그들의 노력은 2015년 산업 재해율 1위 공장으로 물거품이 되었다. 자율적 노사관계는 사라지고 거대공룡이 된 재벌대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재벌대기업의 노무관리의 꼭두각시 공장이 되어버렸다. 급기야 함께 일하던 동료까지 잃었다.

45년째 계속되는 저 외침에 이제 이 사회는 어떤 화답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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