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수희 대한미용사회 충북도지회장

지난해 10월경 충청북도 공무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오수희 대한미용사협회 충북지회장은 펄쩍 뛰었다.

“오송에 대기업이 미용실을 내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절대 안돼요.”

“화장품 단지에 구색으로 넣는 것뿐이에요.”

“절대 안돼요.”

오 회장이 기억하는 당시 충북도 공무원과 대화 내용이다. 취재진은 궁금했다. 한번 생각해보고 대답할 수 있는 일이었을 텐데, 오 회장은 왜 단호한 반응을 보였을까. 바로 학습의 결과였다.

“지금처럼 구체적이지는 않았지만 수년 전에도 대기업이 미용업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기업이 SSM을 진출시킬 때도 사람들은 설마설마했다. 하지만 지금 어떠냐? 대기업이 1000원짜리 콩나물도 팔고, 2000원짜리 두부도 판다. 동네상권이 대기업에 잠식당했고, 내 이웃과 내 친척이 운영하던 동네슈퍼가 문을 닫았고 실업자가 됐다”고 덧붙였다. 오 회장은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 미용인들의 터전을 지킬 것이다. 절대 대기업의 진입을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2009년 공정위, 대기업 진입 시도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구조 개선을 위한 각종 진입규제 정비에 나선 때가 있었다. 당시 공정위는 미용실과 안경점에 법인 진출을 허용하기 위한 여론몰이를 진행했다. 각종 토론회를 통해 법인진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들 편에 선 자칭 경제전문가들은 이ㆍ미용실 및 안경점 시장에 법인 진입을 허용하고, 여러 개 지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율경쟁을 하면 서비스 질은 높아지고 가격은 낮아져 결국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반대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법인 진입이 자본력이 떨어지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과적으로 법인 진입은 허용되지 않았다.

오 회장은 지금의 논쟁도 그때처럼 또 그렇게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도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인의 이‧미용업 진출이 다시 불거진 것은 정부가 시도별로 2개 산업을 선정해 지역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규제프리존’ 도입을 발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충북은 바이오산업과 화장품산업을 지정 신청했고, 선정됐다. 지역전략산업을 육성의 근거가 될 특별법 제정 절차가 진행됐고, 화장품 규제프리존 내 법인의 이미용업 진출을 허용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미용계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전국 미용사들의 시선이 충북으로 향했다. 더 정확하게는 오 회장의 행보로 향했다. 청주시의원을 지낸 정치인으로서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40년간 미용업에 종사한 지역 미용계 좌장으로서 이번 일은 어떤 가치와도 타협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역 미용인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다 .업권 수호는 대한미용사회 충북지회장으로서 책임지고 해야 할 의무다.” 충북에만 3000여개의 미용실이 있고, 오 회장은 올해로 12년째 대한미용사회 충북지회장을 맡고 있다.

▲ 대한미용사회 충북도지회가 진행한 궐기대회.

이시종 지사 “진입 막겠다” 약속

지난 21일 오 회장은 시·군지부장 10여명과 함께 충북도청을 찾아갔다. 이시종 지사에게 항의하기 위해서다. 이에 앞선 지난 19일 이 지사가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시도지사협의회에서 법인의 미용실 진출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규제프리존 특별법안 통과를 촉구한 데 대한 항의다.

규제프리존 내 법인의 이·미용업 진출을 놓고 충북도는 그동안 불분명한 입장을 취했다. 미용계에는 진출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하고, 정부나 정치권에 이 같은 의지를 전달하지는 않았다. 오 회장은 논란이 일 때마다 충북도청을 방문했고, 이 날도 이 지사로부터 규제프리존 내 법인의 이·미용업 진출을 못하게 막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같은 날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과도 면담을 갖고 “19대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는 “우리의 입장은 한결같다. 법인 진출은 어떤 경우에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약속한 만큼 약속이 꼭 지켜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법인의 미용업 진출이 제기된 후 오 회장은 수차례에 걸쳐 회원들을 만났다. 법인 진출의 여파를 설명하고,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오 회장은 “도내는 물론 전국 미용실의 95%가 영세한 ‘1인 업소’다. 기업 진입을 용인하면 전국 12만 미용업소가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는다. 당장 별 일 아닐 것이라고 대응하지 않으면 회원들은 물론 미용사를 꿈꾸는 후배들의 꿈도 사라진다고 회원들에게 설명한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법인 진출이 포함된 ‘규제프리존 특별법안’이 폐기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법인진출이 삭제된 특별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오 회장은 “충북경제에 보탬이 될 규제프리존을 막자는 게 아니다. 미용사들의 생존권을 지키려는 것”이라며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대처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 미용업계에 대기업이 진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 대한미용사회 충북도지회가 진행한 궐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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