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이병관 충북·청주경실련 정책국장

▲ 이병관 충북·청주경실련 정책국장

흔히 충북의 정치성향을 전국 판세의 바로미터라고 말한다. 하지만 제20대 총선에서 충북은 바로미터는커녕 전국 판세와 아주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총선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집권 여당이 참패하며 끝이 났다. 당초 새누리당은 개헌 의석수인 180석까지 노렸으나, 122석에 그쳐 123석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에 제1당의 자리마저 내주었다. 이는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 가계부채 증가, 심각해지는 청년 실업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여당, 그리고 독선과 불통으로 일관한 박근혜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의 결과였다.

결과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승리한 것으로 보이나, 이는 야당이 잘해서 나온 결과가 아니다. 선거 전 야당이 보여준 모습도 국민들을 많이 실망시켰으나, 여당과 박근혜정부는 그 보다 더 큰 실망을 주어 야당은 어부지리로 승리를 얻은 셈이다. 도무지 출구를 찾을 수 없는 경기 침체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국민들이 야당에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여야는 선거 승패를 떠나 이러한 국민들의 뜻을 헤아려야 할 것이며 자기 반성과 혁신을 게을리 하면 안 될 것이다.

그런데 타 지역의 정치지형이 요동친 것이 비해, 충북에 불었던 바람은 너무 약했다. 당초 새누리당이 싹쓸이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더불어민주당이 청주에서 3석이라도 건진 것이 변화라면 변화였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엉터리 여론조사로 인한 착시효과로 처음부터 변화는 없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충북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책이나 공약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의 역동성, 신선함, 새 인물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총선 결과를 충북에 한정하면 ‘기득권 유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번 선거의 성과 중 하나는 오랜 고질병 중 하나였던 영호남 지역주의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대구·부산에서도 야권 후보가 당선되고, 호남에서도 여권 후보가 당선되었다. 이는 적진(!)에 뛰어들어 지역주의 타파에 도전했던 후보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또 그 지역 주민들이 변화를 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반면 충북 정치엔 도전정신도 새 인물도 보이지 않았다. 비단 당선자만이 아니라, 당선자를 위협했던 경쟁 후보 역시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청주권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6번째 도전하는 청주시 서원구에 출마한 최현호 후보의 동정론이 통할 것이냐 마느냐였을 정도로 도전자들도 인물난이 심각했다.

선거전 ‘현역 물갈이론’이 이슈로 부각되었지만, 현역 7명은 모두 생환하였다. 유일한 새 인물은 송광호 전 의원이 철도 납품비리에 연루되어 출마하지 못한 제천·단양 선거구에서 당선된 권석창 후보뿐이었다. 이 지역도 송광호 전 의원이 구속되지 않았다면 새 인물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충북은 적진에 뛰어들어 도전하려던 후보도 없었고, 새로운 인물을 키우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정치권에 변화가 없으면 사람들은 현재의 상태가 계속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갖는다. 물론 고인 물은 쉽게 썩기도 한다. 이는 정치 영역을 넘어,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른 영역에도 영향을 주며, 결과적으로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고 변화를 정체시키는 방향으로 흐른다. 데일 카네기의 말처럼,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기 위해선 앞으로 달려가는 방법밖에 없다. 충북 정치권에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충북의 유권자들이 앞으로 달려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이 지역 정치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다.

선거는 끝이 났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선거를 앞두고 많은 약속을 하였다. 그런 약속이 또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유권자들이 선거 이후에도 계속 긴장감을 갖고 앞으로 달려가며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선거는 끝났지만 유권자의 의무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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