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소설가 이항복 국장, 3번째 소설집 ‘붉은 오솔길’ 출간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은 시점에 세월호 피해 유족의 아픔을 소재로 한 소설을 청주 작가가 출간했다. 제목 ‘붉은 오솔길’은 떨어진 동백꽃들이 핏빛으로 땅을 적신 모습을 보고 18세 어린 나이에 피었다 진 세월호 동백꽃들을 은유한 것이다.

‘붉은 오솔길’은 세월호 참사로 손자를 잃은 할아버지의 통한과 절망을 그린 서간체 소설이다. 참사 2주기인 2016년 4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할아버지가 숨진 손자에게 흉중을 털어놓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현직 언론인으로 이미 2권의 소설집을 펴낸 이항복 국장(59·복지TV 청주방송 보도국장)이다. 2003년 장편소설 ‘사랑의 조건’을 첫 출간했고 2010년 단편소설집 ‘배냇소’에 이어 이번에 중편소설까지 섭렵한 셈이다.

“몇년전에 막역한 옛 친구가 군대까지 마친 아들을 잃고 절망에 빠진 모습을 보고 함께 펑펑 울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친구의 고통이 시시때때로 내 가슴을 적셨다. 그러던 중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충격 속에서도 그때 그 친구의 아픔을 소설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초 참사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 부조화, 불합리가 고스란히 드러난 가장 큰 사건이다. 작가로서 문학을 통해 모순된 체제의 상황인식과 시대가 겪는 고뇌, 번민, 갈등을 투영하고자 했다”

할아버지가 팽목항을 찾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참사 이후 풍비박산된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나 뿐인 손자 은호가 참변을 당한 후 치매를 앓던 할머니는 아파트에서 뛰어 내린다. 은호 엄마는 충격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할아버지도 극심한 우울장애로 자살을 결심하게 된다.

손자의 유년시절 함께 다녔던 여행지를 다시 돌아보며 추억을 반추한다. 마침내 할아버지는 인간의 결핍은 다른 존재에 의해 채우고 변화하는 것임을 깨닫고 자신을 추스려 타인을 위한 희생적인 삶을 다짐하게 된다. 어쩌면, 권선징악적인 당연한 결말에 독자들이 아쉬워 할 수도 있다.

“비극적 결말이 여운도 남고 소설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억울하게 숨진 손자의 죽음에 대한 의미에 방점을 찍어봤다. 죄없는 손자를 죽음으로 몰고간 사회체제나 구조를 사랑과 이해로 포용하고 타인을 위한 삶을 결심, 인간적 품위를 돋보이게 함으로써 손자의 죽음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이 국장은 1987년 충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고 1994년 ‘문단’에서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소설집에는 단편 ‘남한강’과 ‘겨울십자매’도 함께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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