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4.13 총선이 전국 판세는 야권의 승리, 충북 판세는 여권의 승리로 끝났다. 전국 선거에서는 정권 심판론이 기세를 떨쳤으나 충북에서는 판을 뒤집진 못했다. 새누리 5: 더민주 3, 지난 19대 총선과 판박이가 됐다. 청주의 야당 3선 의원들은 마지막까지 살얼음판 승부를 펼쳤다. 재선에 성공한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도 1700여표라는 간발의 차로 승리를 거뒀다. 다선의원들이 지옥의 문턱에서 생환했지만 유권자들이 전한 메시지는 강렬했다. '지금처럼 해서는 안된다'는 매서운 경고를 보낸 셈이다.

그나마 노영민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청주 흥덕구에서 도종환 후보가 선전한 것이 신선했다. 3선 의원의 텃밭을 물려받은 덕도 있겠지만 유권자에게 참신한 새 인물이라는 점이 부각됐다고 본다. 제천단양의 새누리당 권석창 후보도 정치인 출신이 아닌 새 인물론이 먹혀든 경우다. 국민의당이 전국에 비해 충북에서 열세를 면치 못한 것도 인물부재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당 지지도를 넘어서는 득표를 한 후보가 단 1명도 없다면 공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20대를 거울 삼아 야당은 새 인물 발굴에 더 매진해야만 한다. 특히 학교만 졸업하고 외지로 떠났다가 선거 철새로 찾아온 선량들은 이번 선거에서 대부분 고배를 마셨다. 지역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중앙 정치무대로 입성하는 인력풀 시스템이 자리잡아야 한다.

새누리당은 지난 17대 총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도내에서 단 1석도 건지지 못했다. 하지만 18대에서 2석을 회복했고 19대에서 5석을 차지해 다수당이 됐다. 이번 선거에서 다시 승리해 집권당이자 도내 절대 다수당이 됐다. 이같은 선거결과에 대해 새누리당은 무한 책임의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

더민주당 소속 이시종 지사와 보조를 맞춰 도정 발전과 도민의 이익에 복무해야 한다. 일부에선 2년뒤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소모전을 우려하고 있다. 국회와 지방의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언제든 칼집을 잡은 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힘이 커진만큼 그 책임론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따라서 새누리당 당선자들은 다수당에 걸맞는 광폭의 소통과 대화를 나눠야 한다. 야당 후보들을 지지한 표가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해 네편내편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시민사회단체의 정책질의에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은 아쉬움을 넘어 불안했다. 모 후보는 ‘시민단체의 정파성'을 답변 거부 이유로 밝혔지만 충북여성정책포럼은 정파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단체였다. 이 단체가 여성·아동·청소년 관련 정책과제 16개를 선정해 각 정당 후보자 21명에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새누리당 후보자 8명 가운데 답변서를 제출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새누리당 후보들이 정파성을 의심하는 단체들은 수백명의 회원들이 매월 납입하는 회비로 운영된다. 반면 지역의 보수적 시민단체들은 회비 납부가 전혀 없거나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시민단체의 존립 명분은 자발적 참여다. 다수 회원들의 순수 회비로 운영되지 않는 단체야말로 정파성의 위험에 노출됐다고 봐야 한다. 건강한 여론 청취를 위해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와 열린 자세로 마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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