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년제 구간 무단산행… 산악회장에게 과태료 50만원부과

(=속보)지난 10일 월악산 꾀꼬리봉을 등산 후 하산하던 중 조난을 당한 충남 논산시 W산악회원 23명이 11일 오전 8시께 무사히 하산했다.

W산악회원 39명은 9월 정기산행을 맞아 전세버스를 마련해 월악산을 찾았다. 이중 25명은 오전 11시께 계곡휴식년제 구간(용하수-강서대, 2005년 말까지)의 등산길에 올랐고 중도에 2명이 등산을 포기했다. 나머지 23명은 꾀꼬리봉(890m)을 등정하고 하산하던 중 길을 잃고 헤맸다.

기자는 이 같은 내용의 제보를 받고 제천소방서 상황실로 전화를 걸었다. 상황실에 따르면 "조난등산객들이 119에 구조를 요청한 시각은 밤10시 28분께, 위치는 월악산 꾀꼬리봉 인근,부상자는 없으며 휴대전화로 통화가 가능하다"라는 내용이었다.

11일 0시 50분. 기자는 월악산(덕산면 용하수)으로 향했다. 차량의 앞 유리창에는 빗방울이 맺히기 시작했으며 그 줄기는 점점 굵어져 와이퍼를 작동해야만 했다. 시내를 출발해 청풍면 소재지를 통과할 때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다.

새벽 1시 00분. 이동하며 현장의 제천소방서 119구조대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 막 현장에 도착했으며 이미 관리사무소 직원 3명, 경찰관 1명, 주민2명으로 구성된 선발구조대가 꾀꼬리봉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선발구조대에 이어 119구조대도 함께 구조작업에 합류한 것이다.

새벽 2시 20분 시내를 출발한지 90분만에 월악산 용하수에 도착했다. 구조대의 '임시본부'가 마련된 팬션이었다. 경찰과 119구조대,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처마밑에서 비를 피해 삼삼오오 머리를 맞대고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조난자들은 절벽에서 밧줄을 잡고있으며 아프고 쥐가 나고 있다는 내용이 전해졌다. 수분 전 까지만 해도 원활하던 조난자와 구조대와의 통화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빗줄기는 더욱 굵어져 좀처럼 그칠 줄 몰랐다. 조난등산객 J모(69세)씨외 22명은 50대가 훨씬 넘겼음을 감안할 때 시간이 점점 흐름에 따라 구조대의 마음도 조급해 보였다.

"1030고지 표시를 봤다. 일부 몇 명이 탈진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현재 모닥불을 피고 있다. 바위 밑에서 자고 내려간다. 기초비상식량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통화내용이었다.

새벽 2시 30분, 선발구조대가 꾀꼬리봉에 도착했으나 조난등산객들을 찾을 수 없었다는 무선내용이 전달됐다.

새벽 3시 07분, 선발구조대가 하산했다. 구조대는 "꾀꼬리봉 인근에 없는 것으로 보아 충북제천과 경북문경의 경계지역인 대미산(1115m)방향으로 이동했을 것이다"고 추정했다.

조난자들은 현재 나침반과 지도를 소지하고 있었으나 랜턴은 없다. 주위의 지형을 파악할 수 없어 현 위치를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새벽 3시 20분, 구조단은 다시 머리를 맞댄다. 더 이상 수색작업이 어렵다고 판단, 날이 밝으면 수색작업을 다시 전개하기로 했다. 제천119구조대는 덕산구조대에서 경찰구조대는 임시 본부에서 눈을 붙였다.

새벽 5시 30분, 비가 계속 내려 계곡물도 많이 불었다. 구조대가 다시 집결했다.
새벽 6시 10분, 조난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경북 문경쪽으로 하산하고 있다. 구조필요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로써 구조대는 모두 철수했다.

11일 오전 6시 40분, 임시본부에서 5분여를 내려오자 주차장에서 관광버스를 볼 수 있었다. 등산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이 버스 안에서 밤을 지샌 피곤한 모습이었다. 산악회원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경북 문경시 동로면을 향해 출발했다. 기자 일행은 단양 방곡리를 거쳐 문경 동로면으로 이동하기 위해 지름길로 핸들을 돌렸다.

오전 8시 05분, 경북 문경시 동로면 소재지에 도착했다. 산악회장(J모ㆍ64세)에게 전화를 걸어 하산예정지점의 인근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오전 8시 37분, 문경소방서 상황실에 전화를 걸었으나 아직 접보된 상황은 없었다. 버스에 있는 산악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난자들이 관음리 쪽으로 하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기자는 여우목고개를 넘어 관음리로 이동했다.

오전 9시, 관음1리에 도착했을 때 이미 조난자들은 본진과 합류해 버스에 모두 올랐으며 출발준비가 한창이었다. 현장에는 경찰이나 구조대,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 그 누구도 없었다.

산악회장은 "8시쯤 하산을 완료했다"며 "산을 잘 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지친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오전 9시 22분, 산악회원들을 태운 버스가 충남을 향해 출발했다. '월악산 등산객 23명 조난'건은 이렇게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번 조난신고건과 관련 관리공단의 한 관계자는 "산악회장에게만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면서 "과태료부과 대상자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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