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하나씩 입으로 곱씹어보면
가슴에 따스한 기쁨이 괴어옵니다.

하늘

사람
짐승

나무



바람
나비

잠자리
아침

저녁
소리

여름
가을
겨울
아득한
그리움
만남과 헤어짐
삶과 죽음
뭐 끝도 없을 것 같이 많습니다.
우리말은 겨레얼이 실려있는 값진 그릇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들어온 말들이 제멋대로 섞여
겨레얼이 흐트러져 있음을 엿보게 합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닭도리탕이라는 말도 안되는 말,
'도리'는 일본말로 '닭'이라는 뜻입니다.

일본에 가서 가방을 잃어버린 일이 있는데
그 때 '가방'이 일본말인 줄을 알고는
참 몹시 놀랐습니다.

한 때, 배운 사람이라고 껍죽대면서
영어를 함부로 써 대던 일, 그보다 앞서
배운 사람이라면 의레 한문을 많이 써야 한다고 여겼던
부끄러운 지난 날도 있고,
아직도 거기서 못 벗어난 어리석은 사람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말을 살려쓰는 일은 겨레얼을 추슬러 일으키고,
결 곱게 가다듬는 일입니다.
떠들썩하게 할 일이 아니라, 그저 물 흐르듯이 말입니다.

오늘 익힘달 열하루 아침,
하늘에서 가을비가 곱게 내리고 있습니다.
'여름지기'들은 걱정이겠으나, 아름다운 가을아침인 것만은
틀림없는 일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
- 들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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