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세평/ 김윤희 산림치유학 박사

▲ 김윤희 산림치유학 박사

현대인은 바쁘다. 대부분의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생애의 95%이상을 실내에서 보낸다고 한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숲에서의 활동이 주는 긍정적 효과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는 필자도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화창한 4월 첫날 오후 졸음을 꾹 참고 책을 보고 있을 때, 지인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박목월 시인의 표현처럼 빛나는 꿈의 계절인 4월이 돌아왔습니다. 화창한 봄날 목련꽃 그늘 아래서 양서를 한편 읽어 보심도 좋을 것 같습니다.”라는 내용이다. 필자가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누누이 강조하며 하는 말, “공부를 핑계로 노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마십시요. 노는 것도 때가 있으니, 놀 수 있을 때, 틈틈이 놀아야 후회하지 않습니다.”가 스쳐 지나간다.

과감히 하던 일을 멈추고, 학교 숲으로 향한다. 노란 개나리와 산수유 꽃길을 지나고, 핑크빛 벚꽃 길을 지나니 하얀 목련꽃이 내 눈 앞에 보인다. 목련꽃 주변 화단에는 보랏빛 무스카리꽃과 노랑 수선화, 새하얀 앵두나무 꽃, 하얀 솜털이 갈색꽃잎을 덮고 있는 할미꽃, 하얀 냉이꽃과 노란 민들레, 보랏빛 제비꽃들도 소담하게 피어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목련꽃 그늘 아래로 향한다. 목련꽃 그늘 아래에 앉으니, 목련꽃 향기가 가득하다. 목련꽃 그늘 아래에 앉아보니, 왜 목련꽃 그늘 아래에 앉아 편지를 읽고, 편지를 쓰라고 했는지 시인의 마음이 느껴졌다. 목련꽃 그늘 사이로 햇빛이 들어온다. 바람이 불어오니 목련꽃 향이 더 진해지는 듯하다. 하얀 목련꽃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행복하다.

바람이 불어오자, 미련도 없이 하얀 목련꽃 잎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갑작스럽게 목련꽃잎이 떨어지는 한가운데 내가 앉아 있다. 우리의 짧은 인생이 느껴져, 아쉬움이 느껴진다. 어느새 땅 바닥은 하얀 목련꽃잎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 때를 놓쳤다면, 올 봄에 목련꽃을 못보고 지나쳤겠구나. 올봄 목련 꽃을 만나게 해 준 지인에게 감사하다.

필자는 식물에 대해 많이 잘 알고 있다고 그동안 착각하고 있었다. 올 봄 회양목(黃楊木) 꽃을 보기 전까지 말이다. 회양목과의 회양목은 상록성이고, 추위와 공해에 견디는 힘도 강해서 정원수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 3월 어느날 길을 걷다가 회양목에 노란꽃이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가까이 가니 꽃향기가 좋다.

나는 왜 지금까지 매년 봄 피었던 회양목 꽃을 한번도 보지 못했을까? 잘해야 한다는 생각과 욕심이 많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날, 나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노란 회양목 꽃을 만났다. 경험을 통해 진짜로 자연과 만나는 경험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연에 대한 이론과 지식, 실제 대상이 아닌 그림을 통해 자연을 만나고 이해하고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지식으로 자연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교감의 대상으로 만나는 자연의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꽃피는 4월, 행복하고 싶은가? 숲으로 가서, 오감을 열어 숲을 만나고, 봄과 교감해 보라.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왜 숲에 가면 행복해 지는지….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