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너나 할것없이 힘든 한해를 보내왔기에 ‘돈 많이 벌라’는 인사말이야 덕담치고는 현실적인 덕담이 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면서도 새해 첫인사로 ‘돈 노러라니 어쩐지 배금주의에 물든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을 보는 듯 해 씁쓸한 느낌을 숨길 수 없습니다.
사실 지난 날 동양의 유교사회에서는 돈을 곱게 보지는 않았습니다. 돈에는 반드시 재앙이 따르기 때문에 ‘황금을 돌로 보라’고 가르치면서 심지어 ‘돈은 똥(錢本糞土)’이라고 한 것은 모두 그것을 멀리하라는 경고였던 것입니다.
서양속담에 ‘돈은 산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죽은 사람을 무덤에서 불러내기도 한다’고 하였습니다. 또 중국 명언에 ‘돈은 신(神)과도 통한다’고하여 전가통신(錢可通神)이라 한 것 을 보면 돈의 무소불위 에 대한 인식은 고금(古今)이 없고 양(洋)의 동서가 없는 듯 합니다.
이 세상에 돈을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모두 돈을 갖고 싶어합니다. 돈이 있으면 하루아침에 명예와 권력을 얻을 수도 있고 갖고싶은 것도 모두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한결 같이 돈을 갖기 위해 노심초사합니다.
그러나 돈은 갖고 싶다고 해서 많이 가져지는 것은 아닙니다. 옛 글에 대부유천(大富有天) 소부유근(小富有勤)이라 하였습니다. 큰 부자는 하늘이 내고 작은 부자는 부지런함에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고 너도나도 부자가 되기 위해 허공을 향해 ‘돈,돈,돈’을 부르짖으며 허우적댑니다. 갖지 못한자는 갖기 위해, 가진 자는 더 갖기 위해 잠을 설칩니다.
그런데 문제는 돈에는 반드시 재앙이 따른다는 사실입니다. 머지 않은 지난날 대통령이 두 사람씩이나 영어(囹圄)의 몸이 됐던 것도, 장관이, 국회의원이, 그리고 더 많은 내 노라 하는 사람들이 패가망신을 한 것도 모두 돈 때문이었음을 우리는 수 없이 보아왔습니다.
돈은 좋은 것이지만 사람들은 그것이 좋은 줄만 알았지 그 돈이 평생 쌓아올린 권세와 부와 명예를 한 순간에 빼앗아 가는 마력을 가지고 있는 줄은 알지 못 합니다. 어제오늘 돈 때문에 많은 이 들이 덫에 걸려 화(禍)를 입고있는 것을 보면 아닌게 아니라 돈에는 마(魔)가 따르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돈은 정재(淨財)와 악재(惡財)가있습니다. 정재는 순리에 따라 깨끗이 번 돈이고 악재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은 더러운 돈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정재의 길을 택하기보다 버는 데만 혈안이 돼 선악을 가리지 못 합니다. 그 때문에 패가망신을 자초하는 것입니다.
돈이 신(神)이 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돌로 볼 수는 없습니다. 또 죄악시 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깨끗한 돈과 더러운 돈을 분별할 줄은 알아야 하겠습니다. 오늘 이 땅의 젊은이들이 새해인사로 ‘돈 많이 버세요’한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 돈을 모으되 정직하게, 순리대로, 땀 흘려 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사회를 위해 다시 되 돌려 줄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 하겠습니다.
필자는 소년시절이던 40여 년 전 한 친구가 써 준 글을 아직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잘 살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라. 그러나 이것을 구분해야된다. 돈을 위한 인간과, 돈을 필요로 하는 인간을…’. 오늘 다함께 음미해 봐야할 교훈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영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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