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되면 정치부 기자는 곡예를 한다. 소위 줄타기 기사가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시기가 바로 이 때다. 특정 후보 내지 특정 현상에 대해 냉정한 잣대를 적용하지 못하는 현실적 한계가 원인이다. 마음같아선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뚝 잘라 말하고 싶어도 그렇지가 못하다. 선거의 상대성 때문이다. 분명 ‘저 사람은 아닌데’도 정곡을 찌르지 못하고 에둘러 말하거나 변죽만 울린다. 진실을 말했다간 십중팔구 특정 후보의 주구(走狗)로 몰린다. 오히려 사이비의 굴레가 씌워지는 것이다. 더 곤혹스런 경우는 평소 친했던 인사가 출마할 때다. 인지상정으로야 당연히 남들보다 더 신경을 써줘야 하겠지만 이것도 쉽지가 않다. 기사에 기교(?)를 부려 요령껏 대처한다해도 화끈한 홍보를 기대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선 항상 불만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선거철의 정치부기자는 자칫 잘못하다간 의리없는 인간으로 찍힐 수도 있다. 실제로 필자는 이런 경우를 여러번 경험했다. 실정법을 준용하더라도 사실 우리나라에서 언론의 선거보도는 자유롭다. 의도적 음해가 아니라면 후보자에 대해 얼마든지 비판할수 있다. 물론 사실에 입각한 경우다. 선거 때 언론이 제대로 역할하려면 후보자에 대한 각종 정보공개는 필수다. 유권자의 합리적인 선택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은 언론들이 이에 과감하지 못하다. 언론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선거문화 자체가 이런 것에 익숙하지 못하다. 그러나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여론의 조작이다. 선거 때엔 기사 한줄이 후보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준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우리 충북에서도 작위적인 여론조작이 여러번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은 오히려 역효과로 끝났지만 선거보도의 함정과 맹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후보자의 자질검증이 벌써부터 걱정거리다. 이에 대해 가장 객관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주체와 절차는 무엇일까. 필자의 사견을 말한다면 두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시민운동과 방송토론이다. 시민운동은 다수의 공감이 전제된다는 점에서 사(私)가 덜 개입될 것이고, 방송토론은 후보자를 있는 그대로 투영시킨다는 점에서 위장(僞裝)이 불가능할 것이다. 지난 4.13 총선 때의 낙천 낙선운동에 비록 일부 불법의 굴레가 씌워졌지만 오는 지방선거에서도 시민단체의 유권자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엔 합법적 테두리에서의 적극적 정보공개가 시민단체의 화두가 될 조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방송사의 공개토론이다. 굳이 미디어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후보자의 실체를 유권자에게 가장 객관적이고 가장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 바로 공중파를 통한 방송토론이다. 이에 대해 꼭 한마디 하고 싶다. 올해엔 제발 촌스러운 후보자토론은 집어치라는 것이다. 틀에 박힌 출연진과 정해진 각본에 의한 지역방송의 도식적 토론은 식상함만 준다. 방송사고가 두렵다면 불필요한 의욕도 갖지 마라. 변하지 않으면 ‘채널 고정’이 어려울 것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