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교사들이 뭉쳐 만든 팟캐스트 ‘행복교육수다방’
2주마다 꾸준히 업로드, 동시대 교사들 고민 나누고파

▲ 지난해 9월부터 꾸준하게 팟캐스트 업로드를 하는 교사들이 있다. 행복교육수다방에서는 충북교육과 교사들의 고민을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풀어낸다. 사진 왼쪽부터 행복교육수다방 일일 게스트로 온 조기영 교사, 진행을 맡고 있는 천선진 교사, 패널을 맡고 있는 김기홍 교사, 심진규 교사다. /사진=육성준 기자

보수색이 짙은 충북에서 교사들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충북교육’에 대해 말한다는 것. 때로는 비판도 서슴지 않는 이들은 분명 용기있는 교사들이다. 자칭 전문MC인 천선진(수곡중·미술)교사와 패널로 심진규(진천 옥동초), 김기홍(청주 성화초)교사가 출연해 지난해 9월부터 팟캐스트 ‘행복교육수다방’을 운영하고 있다. 충북에선 유일한 교사들의 팟캐스트다. 전국에서도 교사들의 팟캐스트는 손에 꼽는다.

처음 시작은 충북교육에 대한 홍보였는데 점차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교사들에게 말을 걸고 싶어졌다고. 팟캐스트를 듣는 방법은 간단하다. 팟빵 어플 설치해 행복교육수다방(http://m.podbbang.com/ch/10155)을 검색해 구독하면 된다. 특히 출·퇴근 시간이 긴 교사들에겐 심심치 않는 위로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이들은 한 달에 2번 매주 월요일 마다 팟캐스트 녹음을 하고 있다. 한번 녹음에 2시간 남짓이 걸린다. 집중수다, 책 잇수다, 고민이슈 3개의 꼭지가 업로드 된다. 집중수다에서는 게스트를 초청해 충북교육현장의 논란과 이슈를 되묻는다. 혁신학교, 무상급식, 누리과정에 대해 다뤘고 충북은 왜 수능에 집착하는지 대해 분석하기도 했다. 오늘 게스트는 10년 동안 교사 연극동아리 ‘딴짓’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기영(음성 생극초)교사다. “음질은 전국에서 제일 좋다”고 자랑하는 교사들은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팟캐스트 어떻게 시작됐나.

 

▲ 천선진 교사

심진규=충북교육을 어떻게 홍보할까 아이디어를 내다가 팟캐스트가 떠올랐다. 지금까지 제일 많이 다운로드 받았을 때 500~600명 정도였다. 매주 기획을 따로 하기보단 그때그때 단체 카톡방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천선진=모르는 분에게 인사를 했는데 바로 그 ‘천선진 선생님’이냐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그러면 진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웃음) 교사들이 한 교무실 안에 있어도 고민을 공유하기가 어렵다. 함께 공감하는 시간이라고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

김기홍=팟캐스트에서 공적이야기가 너무 쉽게 나오는 것 같아 다소 아쉬움이 있다. 조금만 다듬어서 얘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천선진=내 생각은 다르다. 무거운 이야기도 대중적인 호흡을 잃으면 전달력이 없다고 본다. 그나저나 교장·교감 선생님들이 이 방송 좀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

김기홍=방송을 하면서 마음은 솔직히 편하지 않다. 그래도 팟캐스트는 듣고 싶은 사람만 듣는 거니까 편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김기홍 교사에게는 팟캐스트를 통해 ‘두두야 놀자’라는 열혈팬도 생겼단다.)

▲ 심진규 교사

심진규=딱 한번이지만 신규 교사에게 이메일을 받은 적이 있다. 고민을 어디다 말해야 할지 몰랐는데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고마웠다는 내용이었다.

조기영=청취자로서 처음엔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 또 개인적으로 다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라 걱정도 됐다. 처음보다 더 나아지는 것 같다.

 

-‘책 잇(EAT)수다’에서는 동화 1편과 청소년 책을 소개하고 있다. 이 코너를 맡은 심진규 교사는 올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401호 욕할매’로 등단도 하지 않았나. 이젠 전문가 코너로 자리매김한 건가.

 

심진규=예전에는 그냥 말해도 됐는데 이젠 타이틀이 붙어서 좀 부담스럽다(웃음). 내가 좋은 책을 골라서 읽어주기도 하고 느낌을 나누기도 한다. 학급문고에 이러한 책이 놓였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

천선진=팟캐스트에서 가끔 주옥같은 얘기도 나온다. 집중수다에서는 게스트를 초청해 시의성 있는 주제를 놓고 얘기한다. 개인적으론 김재훈 교사가 나와서 ‘충북 교육은 왜 수능에 매달리는가’라는 얘기를 나눌 때가 기억에 남는다.

▲ 김기홍 교사

심진규=누리과정으로 논란이 될 때 유치원 교사들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가장 많은 사람들이 다운로드를 해서 들었다. 그 때 순위 600위까지 진입했다.

 

-팟캐스트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심진규=일단 예산이 전혀 없다. 팟캐스트 올리는 데 한 달에 9900원이 든다. 자비로 하고 있다. 예산이 없으니까 교육청에 대해서도 비판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돈 받고 이 일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천선진=그래도 최소한의 경비는 나오면 좋겠다. 나만 그런가. 좋은 방향성을 갖고 시작했는데 좌충우돌한 면이 없지 않다. 교육문제가 정답은 있어도 현실과의 괴리감이 크다. 지난해 덴마크에 7박 9일 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정말 교육정책부터 노동정책, 사회복지시스템까지 많은 얘기를 들려줄 수 있어 좋았다.

김기홍=개인적으론 집중수다 코너가 의미가 있다. 교육 정책이나 이슈에 대해 좀 더 전문적인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천선진=원래 심리분석을 하려고 이 자리에 왔는데 어쩌다 보니 진행을 하고 있다. 교사나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의 고민을 듣는 상담코너를 진행하고 싶다. 그러려면 내담자 사연을 받아야 하는데 팟캐스트는 양방향이기보단 일방향의 경향이 있어서 못하고 있다.

 

-충북에서 교사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한 마디씩 듣고 싶다.

 

천선진=퇴근할 때 다들 녹초가 된다. 선생님들이 일단 너무 할 일이 많다. 덴마크 교사들은 주당 25시간을 수업하는 데 우리나라는 보통 33시간이다. 이런 것은 끊임없이 우리교육이 고민할 문제다. 지금 팟캐스트를 하는 것도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육과정을 보면 우리나라는 문화예술교육이 너무 처참하다. 교육을 받는 것도 살면서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인데 너무 불필요한 지식을 배우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한다.

▲ 조기영 교사

심진규=이 모임을 하는 것도 개인적으론 즐겁기 때문이다. 어떤 업무를 하면 결과물이 나오는데 팟캐스트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나누는 느낌이 좋다.

김기홍=교육과정에서 교사들이 타협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 일종의 신화에 휩싸인 모습도 본다. 성화초는 혁신학교다. 기존의 관습에 딴지를 많이 걸고 있다. 각론으로 들어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에 의구심을 품는다. 팟캐스트에서도 그런 얘기를 자주 전할 것이다.

조기영=충북에 연극 한편 못 보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 오지에 있는 아이들에게 연극을 보여주는 게 교사로서 큰 보람이다. 올해도 이 일을 꾸준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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