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는 모두가 그렇듯 적지 않은 술자리에 참석하게 된다.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고 좋지 않은 모습은 모두 버린채로 새해를 맞이하자고 의기투합한다. 막걸리 잔 기울인 소시민은 물론 지난 한해 우리를 슬프게 했던 권좌의 그 분들도 예외는 아니다. 모두가 그렇게 세밑을 의미(?)있게 보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맞이한 찬란한 새해를 보며 또 그렇게 다짐한다. 1년 전이 아닌 어제의 약속을 꼭 실천하겠다고…
그러나 새해는 없었다. 달력의 모습만 바뀌었을 뿐 방 한 켠에 걸려 있던 그 위치조차도 변하지 않았다. 그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바뀌는 해에 억지로 의미를 부여해 변화발전을 꾀해 보지만 지는 해에 묻혀버린지 이제야 깨닫는다.
스스로에게 약속한 우리는 그렇다쳐도 국민사기극의 주범인 일부 정치권은 또 얼마나 큰 실망을 주려는지 벌써 호들갑을 떨어댄다.
올해는 중요한 해이다. 지방의 살림은 물론 국가의 살림살이를 위한 안주인을 모시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뿐인가? 세계경제의 침체 속에서 힘겹게 굽혀왔던 우리의 지친 허리를 달래볼 수 있는 중차대한 시기이다.
그러나 작년 한 해 상대방을 헐뜯어 얻어낸 업적을 계승하지 못하면 헤게모니를 빼앗길까 고심하는 그들을 보면 측은한 생각마저 든다. 正道를 알지만 행하지 못하는 그들의 심정이야 그렇다쳐도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고 싶어하는 소시민들의 심정은 어디에 호소할까.
하지만 요즘 새로운 기운이 싹터오는 것에 내심 안도의 마음과 함께 기대감을 가져본다. 정치권의 자정에 대한 새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의 민주화를 이루어내고 정책정당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내 일각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여당의 책임을 의식하고 정당민주화의 큰 그림을 완성해 본 뜻을 살리기 위한 실천작업에 착수하여 새바람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구체적 정당민주화 방안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한나라당도 변화를 꾀해보려 하는 고심이 엿보인다.
이들의 변화에 일단은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실질적 정당민주화를 추구하는 것인지 아니면 올해 대선을 겨냥한 정당간 인기유지용 샅바싸움인지가 그것이다.
먼저 시행에 들어간 민주당의 경우를 보면 대선후보 ‘국민경선제’와 1인 보스정치를 청산하는 ‘집단지도체제’등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어 갈것이다. 이번을 기회로 민주당이 새롭게 거듭나길 기대하며 상향식 정당정치의 모범을 머릿 속에 그려본다.
이러한 변화발전의 흐름에 제1야당인 한나라당도 동참할 것을 기대해 보지만 언론에 비춰진 모습을 볼 때면 고민이 많은 듯하다. 이것이 또 다른 형태의 대립과 갈등구조를 생성할까 걱정된다.
이렇듯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대립과 갈등을 무조건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이것을 변화발전의 토대로 삼아 새로운 대의를 키워나가야 함에 더욱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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