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에게 환호했다면 이젠 바둑소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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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에게 환호했다면 이젠 바둑소설을…
  • 충청리뷰
  • 승인 2016.03.2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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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대국 관전기 <명인>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이은자 前 공무원

▲ 명인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민병산 옮김 솔 펴냄.

지난 3월 9일부터 15일까지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와 최고의 인간 실력자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이 끝났다. 인간과 과학이 맞붙은 세기의 대국은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인류가 지켜보는 가운데 결국 알파고의 4승 1패로 끝이 났다.

알파고는 엄청난 첨단장비와 조직과 정보의 지원을 받으며 반상 앞에 실체조차 보이지 않았다. 반면 이세돌은 기계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초조하고, 불안하고, 안타까운 지극히 인간적인 고뇌의 모습을 보였다. 승패를 떠나 혼신을 다하여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은 지켜보는 많은 이들에게 바둑의 미학적 낭만과 깊은 감동을 보여주었다.

오래 전에 현재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가 쓴 <박치문의 바둑명인>에 30세 기타니와 최후의 본인방 슈사이(秀哉) 명인의 생애 마지막 승부바둑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무려 6개월에 걸쳐 전국의 유명한 정원을 옮겨 다니며 14번에 나누어 바둑을 두는데 65세 명인은 대국이 끝난 후 심지가 말라 다 타버린 초처럼 결국 탈진하여 이듬해 죽음을 맞이했다.

이 대국의 관전기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맡아 64회에 걸쳐 마이니치 신문에 연재하면서 공전절후의 인기를 모았고 훗날 <명인>이란 소설로 펴냈다.

바둑소설뿐 아니라 문학적으로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고 소개한 이 책은 출판 된지 오래여서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만난 그 책은 낡고 오래되었으며 글씨도 잘고, 색깔도 누렇게 바랬지만 테이프로 붙이고 깨끗이 손질되어 마치 몰락한 반가의 비첩을 보는 것 같았다.

책의 내용은 그저 시종일관 대국을 소개하며 오늘은 어디에서 어디까지 두었는데 어떻고, 다음엔 어디에서 둔다는 대국과 기보 소개가 단조롭고 지루하게 반복되었다. 마치 마태복음 1장의 “아브라함은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다와 그의 형제들을 낳고, 낳고....”하는 식이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수준 높은 문학성을 기대하였는데 그 책은 아쉽게도 나와 궁합이 잘 맞지 않는 것 같았다. 흥미진진한 박치문의 <명인열전> 속 바둑의 뒷담화나 야사를 기대하는 내게 그 책은 더디고 힘들게 읽히며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다.

가정적으로 불우했던 가와바타

저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생애는 너무도 외로워서 가슴이 다 짠하다. 1899년 오사카시에서 태어난 그는 의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문학에도 취미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2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3세 때는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다. 하나 있는 누이와 함께 조부모 밑에 어린 남매만이 남겨졌다.

그 후 누이는 백모 댁에 맡기고, 조부모와 세 식구가 살았는데 7세 때에는 할머니가 세상을 뜨고, 몇 해 후에는 누이도 죽고 말았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남은 셈인데, 그가 중학교 3학년일 때 그 할아버지마저 소년 가와바타를 홀로 남겨 두고 눈을 감았다.

할아버지의 죽음이 임박한 당시에 쓴 일기는, 그 후 <16세의 일기>라는 작품으로 발표됐다. 결국 그는 노벨문학상을 받고 영예의 절정에 오른 4년 후인 1972년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실을 하고 말았다. 그의 절친한 친구가 바로 동양의 바둑천재인?오청원과?조훈현을 길러낸 스승인 세고에였고 그가 자살하자 친구인 세고에도 상심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기계는 인간의 직관을 닮고 싶고, 인간은 기계의 정확성과 냉철함을 닮고 싶다.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으로 말미암아 기계가 곧 인간을 정복하는 날이 다가오리라는 위기와 불안감도 있지만, 반면 저변에 바둑 인구가 확대되고, 우리나라의 바둑계와 과학계에 더 큰 변혁과 발전을 가져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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