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 홍성학 교수

지난 2월 4일 박근혜 대통령은 전국 20개 사립대학 총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는 일부 대학의 비리로 전체 대학의 자존심이 상처를 입지 않도록 ‘비정상적 관행’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부터 대학의 비리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아 때 늦은 아쉬움은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이명박정부 기간에 해당하는 2008년에서 2012년까지 언론보도를 통해 나타난 사립대학의 설립자, 전·현직 이사장, 총장 등이 부정·비리에 연루된 건수는 53건에 달한다. 우리나라 사립대학이 약 300교 정도이므로 5년간 사립대학 6곳 중 1곳 이상에서 부정·비리가 발생한 셈이다. 그 이전 정부에서 발생한 건수를 포함하면, 거의 대부분의 사립대학이 부정·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육부 종합감사결과 2008년에서 2012년까지 적발된 손실금은 일반대학 1341억여원, 전문대학 628억여원에 달한다. 대학 당 평균 손실액은 일반대학이 84억원, 전문대학 70억원으로 나타났다.

박근혜정부 출범초기에도 제대로된 사학비리 척결에 대한 의지 표명이 없었고, 서남대, 한려대, 광양보건대, 신경대, 안양대, 경남정보대, 수원여대, 대구한의대, 영진전문대, 대구공업대, 숙명여대, 동서울대, 수원대, 서해대, 건국대, 성신여대, 동남보건대 등 수많은 사립대학의 부정·비리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사립대학의 부정·비리를 제대로 척결하려면 먼저 ‘일부 대학’의 문제라는 인식부터 바꾸어야 한다. 사립대학의 부정·비리는 대부분 대학의 문제이고,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고 일상이다’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 ‘오래된 현재’이고 ‘미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정·비리의 규모가 크다.

2014년도 교육통계에 따르면 전문대학 중 사립전문대학이 94.2%를, 일반대학 중 사립대학이 83.2%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이 부정과 비리로 일상화되어 ‘적폐’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교육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에 반하는 행보를 해서는 안된다. 지난 3월 3일 교육부가 ‘교직원 인사 및 학교운영과 관련된 소송경비(부속병원 관련 비용 포함) 및 자문료’를 교비회계 및 부속병원회계에서 지출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학비리 척결 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법을 무시하고 하위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사립학교법 제29조(회계의 구분) 제6항은 대부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이루어지는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이나 재산은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 실제 소송비용의 교비회계지출은 현행법상 횡령행위에 속한다. 예로 작년 3월 11일 대법원은 순천제일대학교 총장이 학교법인이 교원의 임면에 관한 소송을 진행하면서 소송비용을 교비로 지출한 것을 횡령으로 판결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사립학교법에 반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고쳐 사립대학 법인의 불법을 합법으로 변경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2014년 대학 교원의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청구 건수는 295건이나 된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 이후 대법원까지의 행정소송과 민사소송 등이 진행된다고 하면 막대한 소송비용이 들게 된다.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도록 노력해야 할 교육부가 시행령을 개정해서 학생들의 등록금을 소송비용에 사용하게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립대학의 부정·비리 척결에 나서야 할 교육부가 본인이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교원과 달리 대학 측의 소송비용 부담을 줄어주어 부정·비리를 지적하고 민주적인 활동을 하는 교원의 교권을 더욱 침해할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잘못된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비정상’을 ‘정상화’하고 ‘적폐’를 척결하겠다고 한 바 있다. 남은 임기 동안 사립대학 부정·비리의 근본적 척결에 대한 강한 의지의 진정성과 추진력을 기대한다. 교육부의 변화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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