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극회 창립20주년 공연 ‘트랜스 십이야’

박천하 박현진 부부는 지난 20년간 상당극회의 제작자, 대표, 상임연출, 배우로 활동하며 지역연극계의 척박한 토양을 일궈냈다. 박현진 상당극회 대표는 “제작자와 배우를 겸하며 남몰래 속않이를 많이 했죠. 하루하루 전쟁하듯 보냈습니다”라고 그간의 세월을 술회했다.

상당극회는 84년 2월, 박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연극을 못해 ‘환장했던’ 7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창단했다. 원년멤버로는 박종관, 이승부, 박천하, 박현진씨 등. 박종관씨는 충북민예총 사무처장을 맡으며 ‘외도’했지만 나머지 이름들을 보면 지역연극계의 뿌리가 돼있음을 알수 있다. 박대표는 “그때만해도 우리들 나이가 24, 26살이었죠. 연극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무려 창단한 해 7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으니까요”라고 회고한다.

지금은 시민극장, 청년, 청사, 새벽등이 각기 다른 칼라로 연극계를 지키고 있지만, 그당시에는 시민극장이 유일한 연극무대였다는 것. 그런데 갑자기 배우들의 사정으로 문을 닫아 버렸고, 따라서 공백을 메꾸기 위해 만들어졌던 것이 바로 ‘상당극회’였다고 한다. 박대표는 “그동안 상당극회를 통해 발굴된 배우들이 현재 다른 극단의 대표를 맡고 있죠. 아마 천여명의 단원들이 우리 극단을 거쳐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연극판을 하나둘씩 떠날때 마음은 아팠지만 잡을수가 없었죠”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20주년공연에서는 박종관, 이윤혁씨가 특별출연해 원년멤버로서의 자격을 톡톡히 해낼 예정이라고 한다.

상당극회는 그동안 관념적이고, 다소 무거운 주제의식이 뚜렷한 작품을 해왔다. 그런만큼 팬들도 많았지만, 적들도 많았다. 이제 상당극회는 20년이라는 적잖은 세월을 보냈다. 박대표는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예전에는 변변한 무대와 연습실이 단 한군데도 없었죠. 예총 건물 옥상에서 연습하고 , 밥 해먹으며 정말로 한솥밥 먹으며 살았죠. 공연은 예총전시실무대나 YMCA예식장 사설 공연극장에 올렸는데, 그당시 입장권 가격이 천원이었어요”라고 회고했다.

또한 한솥밥 먹으며 노력한 작품이 전국에 알려지는 ‘대형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92년 ‘사로잡힌 영혼’으로 상당극회는 전국연극제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된 것. 도내에서는 처음있는 일이라서 카퍼레이드와 열렬한 환영식을 치뤘다고 한다.

그러나 박대표는 “솔직한 심정으로 앞으로의 20년을 장담할수 없어요. 하지만 20년을 열심히 싸워온 만큼 20주년 기념공연에 욕심을 부렸죠. 서울에서 송형종 연출을 불러왔고, 연습기간도 두달넘게 가졌죠. 연출이 몸 연기를 중요시해 나이들어 춤추느라고 고생좀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20주년 기념공연은 세익스피어의 ‘십이야(十二夜)’를 각색한 ‘트랜스 십이야’다. ‘트랜스 십이야’는 이미 서울에서 인기를 몰았던 작품인데, 그는 또다른 ‘트랜스(Trans)’된 작품을 만나볼수 있을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20주년에 내놓은 ‘트랜스’는 어쩌면 앞으로 지역연극이 살아남아야 할 방향에 대한 터닝포인트 일지 모릅니다. 대중미디어 발달로 웬만한 감동과 쇼크에 관객이 움직이지 않아요. 이 세대에 그나마 웃고 함께 나눌수 있는 연극을 하려고요”라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16일과 17일 청주예술의전당 대전시실에서 열린다. 트랜스는 남녀의 성정체성을 코믹하게 변주한다. 오동식·송형종 각색, 송형종 연출로 박천하 박현진, 박종관, 이윤혁, 정인숙, 서윤석, 한승수, 정윤재등이 출연한다. 공연문의 252-3066, 257-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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