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최은희 충청북도 지역사회 서비스단장

▲ 최은희 충청북도 지역사회 서비스단장

우리는 연일 자녀학대, 자녀살인이라는 뉴스를 접하며 부모들의 잔혹함에 분노하고 상처 입은 어린 영혼들에게 연민을 동시에 느끼면서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일이 유독 올해 많이 발생하는 것인지, 아니면 보도를 많이 하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혼란스러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결같이 자녀를 죽인 부모에 대해 이웃들은 ‘평범했어요’, ‘친절했어요’ 라고 말한다. 과연 무엇이 진짜인지 알 수가 없다.

실제 자녀학대는 아동학대예방사업이 시작된 2000년 이래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학대로 인한 아동사망은 전국적으로 2013년 22건, 2014년 17건 발생하였다. 이러한 학대와 사망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의 상호작용으로 우리는 부모들의 상황적 변수와 그 과정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최후의 만찬’ 속 평화와 빛을 갖춘 예수의 모델이 세월이 흘러 살인자가 되어 냉혹한 유다의 모델이 되었듯...가해자인 부모들도 세상에 태어났을 때는 누구보다 여리고 고운 존재이었고 빛나는 청춘시절을 보냈을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다. 그런데 어쩌다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비난받는 존재가 되었을까?

가해부모들은 사회경제적 스트레스와 고립, 양육태도와 방법의 부족 및 부부갈등을 경험하는 특징이 있다. 사회적으로 실패의 경험이 누적되고 지지해줄 수 있는 지원체계가 부족할 때, 그리고 무직·실직으로 인한 경제적 빈곤이 만성화될 때 가족 간의 갈등은 증폭되고 자녀를 학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비단 저소득층의 양육지식이 결여된 부모에게만 나타는 현상이 아니다.

경제수준 및 아동학대의 정도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전문직의 양부모가족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사회 전반적으로 자녀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문제를 민주적으로 해결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어떻게 자녀와의 관계에서 문제를 민주적으로 풀어갈까? 전문가들은 다음의 몇 가지를 조언한다.

먼저, 자녀를 함부로 대하지 말고 자녀에게 어떤 요청을 할 때 정중하게 대하고, 인격적으로 요청을 하여 자녀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없을 때는 나-전달법을 사용하라고 한다. 나-전달법은 자녀의 행동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문제행동이나 상황을 그대로 말하고 그에 대한 부모의 느낌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긍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자주 보상을 해주고, 자녀가 그릇된 행동을 했을 때는 그와 관련되어 나타나는 결과에 대해 논리적으로 수반되는 대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동이 부정적인 행동을 했을 경우 즐거운 상황에서 아동을 즉시 격리시켜, 조용하고 지루한 장소에 두어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에 대하여 관심이나 그 밖의 보상을 받지 못하게 하는 타임아웃을 활용하라고 권한다.

이러한 조언은 자녀를 키우면서 한번쯤은 들어보았고 시도해 본 방법으로 사실 새로운 것들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체화시키지 못하여 자녀와의 갈등 시 소리를 지르거나 비난하는 등의 부적절한 방법을 더 먼저 사용한다. 이러한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우리의 행동을 자녀들은 아주 빨리 학습하여 그 다음 세대에게 전한다. 이처럼 각인된 기억은 사슬처럼 세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아동학대 관련법 강화, 사례관리, 신고의무자 제도 확대, 인프라 확충 등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꼭 필요한 일이고 모두의 관심이 더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가정의 울타리에서 부모의 노력도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시스템은 강화되나 여전히 가정에서 자녀를 반복적으로 날 서게 대하고 그 목소리가 담장을 넘지 않아 거짓 평화만이 존재한다면 우리의 자녀들은 자유롭게 날 수 없다. 부모로서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부모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면 자녀는 더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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