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상담사와 전문교사 같은 일해도 월급차이는 2배
교육공무직이지만 전체 보수표에는 빠져 조건 열악해

박희숙 전문상담사는 학생수가 1200명이 되는 충북고의 유일한 상담사다. 2009년 상담인턴교사로 시작해 지금은 전문상담사로 8년째 생활하고 있지만 처우는 달라진 게 없다. 처음에는 학기 중에만 근무하다가 2010년 10개월 계약근무로 바뀌었고 2014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그의 월급봉투에는 매달 기본금 160만원에 지난해 교육공무직 투쟁으로 얻은 급식비 8만원이 찍힌다. 여기에 세금을 뺀 실수령액은 154만원이다. 현재 충북 도내 전문상담사는 박씨처럼 학교에 근무하는 wee클래스 전문상담사 121명과 11개 교육지원청 wee센터 및 117센터와 본청, 청명학생교육원에 74명이 채용돼 있다. wee센터 근무자는 기본급 172만원에 급식비 8만원을 더해 180만원을 받지만 실수령액은 160만원이다.

 

▲ 전문상담사들은 이번에 장기 농성을 해서라도 처우개선을 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올해 1월부터 도교육청 앞에서 한 달 넘게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5년째 임금 동결됐다

 

전문상담사는 현재 교육공무직에 속해있지만 전체 보수표에는 빠져있다. 교육공무직 보수표는 ‘가’군은 영양사 등이 포함돼 있고 ‘나’군은 조리원 조리사, 행정실무사들이 있다. 박 씨는 “수년간 전문상담사들은 언젠가 처우 개선이 될 줄 알고 참아왔다. 교육공무직 내에서도 전문상담사의 월급이 제일 적은 편이다. 전문상담사가 되려면 최소한 관련 과를 니와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다. 박사들도 많다. 어디 가서 창피해서 월급을 이정도 받는다고 말도 못하다가 더 이상 안 될 것 같아 올해부터 단체 행동에 들어갔다”라고 설명했다. 박 씨는 현재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충북지부 수석부지부장을 맡고 있다.

전문상담사들은 타 지역 사례를 들며 처우개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 씨는 “대전, 세종, 충남, 서울, 인천, 경북이 이미 ‘가’군에 전문상담사가 속해져 있다. 제주도만 ‘나’군으로 보수표에 들어가 있다. 전문상담사가 보수표에 아예 빠져 있는것도 지난해 알게 됐다. 지역마다 임금의 차이도 나는데 충북의 보수가 가장 적은 편에 속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바람대로 보수표 ‘가’군에 전문상담사가 포함될 경우 보통 월급이 20~25만원 오르게 된다. 박씨는 “보수표에 들어가게 되면 해마다 수당 문제로 싸울 필요가 없다. 기본급에 급식비, 근속수당, 명절수당, 가족수당 등을 해마다 받게 된다. 해마다 기본금도 3%가 오른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될 경우 실제 투입되는 예산을 뽑아보면 9억원 정도다.

 

도교육청, 교통비만 주겠다

 

충북도교육청은 전문상담사들에게 기존에 주지 않았던 명절수당(연 2회 20만원씩)과 교통비 6만원을 주겠다고 협상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될 경우 소요되는 예산은 2억 8000만원 정도다. 도교육청은 “교육재정이 열약해 더 이상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상담사들은 “이 협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처우가 열악하다는 것을 호소했으나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 다음 주 부터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할 것이다. 이번기회에 처우개선을 기필코 이뤄내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1월부터 한 달 넘게 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앞으로 도교육청 현관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투쟁의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교통비의 경우도 2015년 7월부터 월 6만원이 지급됐지만 올해부터는 중단됐었다. 도교육청은 교육부에서 올해 2월에 내려온 학교회계직원(교육공무직) 처우개선안에 전문상담사가 빠졌다며 교통비 지급을 중단했다.

전문상담사와 달리 전문상담교사가 학교에 있다. 전문상담교사가 되려면 일반교사들이 10개월 연수를 받아 진입하거나 정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에 한해서 전문상담교사 임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사립은 자체 내에서 임용을 실시한다. 도내 학교의 경우 100명 이상의 인원이 있는 곳에만 전문상담사 또는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된다. 전문상담사와 전문상담교사가 하는 일은 동일하다. 전문상담교사는 도내 50명이 있다.

박 씨는 “같은 일을 하고 근무시간도 동일하지만 월급 차이가 많이 난다. 보통 전문상담사는 전문상담교사에 비해 월급이 절반정도다. 월급봉투를 볼 때마다 비정규직의 설움을 느낄 때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문상담사는 한 달을 일하나 5년을 일하나 월급이 달라지지 않는다. 직종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 일을 하면서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 아닌가. 오랫동안 근무해도 미래가 없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더욱 절실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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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무직과 도교육청 충돌 ‘번번이’ 왜?

급식비‧정원축소‧교통비 놓고 갈등 잇따라

김병우 교육감 당선 이후 교육공무직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관련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교육공무직들의 급식비 보조 투쟁이 장기간 이어졌다. 결국 급식비 8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하지만 도내 90개 일선학교에서 급식비 징수를 예고하면서 갈등이 일고 있다.

충북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최근 ‘급식비 징수면제 지침시행 촉구’기자회견을 열어 “적지 않은 초·중·고교가 '식생활관(학교 급식소)' 종사자에게서 급식비를 징수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부당한 처사로 도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밥값을 걷지 말라’는 지침을 내려보내라”고 요구했다. 반면 학부모단체는 학교급식소 조리종사원들로부터 급식비를 당당하게 징수하라고 충북도교육청에 요구했다. (사)충북교육사랑학부모협회와 충북학교아버지회연합회는 “매월 8만원씩 식비를 지급받으면서도 급식비를 내지 않겠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징수를 촉구했다.

도교육청은 급식비 징수 문제는 학교장의 재량행위에 속한다면서 개입하지 않고 있다.

스포츠 강사 문제도 도교육청이 당초 120명 고용에서 100명으로 줄이려고 하자 장기간 농성을 벌여 결국 당초 안이 철회됐다. 이번엔 전문상담사들이 나섰다. 장기 농성을 해서라도 처우개선을 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이에 대해 교육계 관계자 모 씨는 “교육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교육감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진보교육감이라는 타이틀도 있는데다 그간 투쟁을 하면 약속을 해주는 모양새가 반복됐다. 처음부터 선을 확실히 긋고 타협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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