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 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일하는 여성이 경력단절이 되는 2번의 고비가 있는데 첫째는 육아휴직을 받지 못할 때이고, 둘째는 첫 아이 입학 때이다. 첫 번째 고비를 넘겨도 두 번째 고비에서 넘어지게 된다는 게 선배들의 조언이다.

막상 아이를 학교에 보내니 문제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의 수업 스케줄은 오전밖에 없으니 아이에겐 유치원과 달리 남아도는 시간이 존재하고 부모들은 그 긴 시간을 함께 보낼 수가 없다. 학원을 몇 개 돌리거나, 방과 후 수업을 몇 개 신청하는 것. 그것이 최적의 대안이다. 아이의 친구들도 각자 학원으로 떠나고, 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친구들끼리 놀라는 말도 쉽게 꺼내지 못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긴 여백의 시간, 과연 무엇을 해야 하나. 이 고민은 아직까지는 부모의 몫이다. 초등학교에선 돌봄교실이 운영되고 있지만 예산이 줄어 2개 교실에서 1개 교실로 줄었다. 대기자로 겨우 이름을 올려놓았다. 언제 대기자 신분을 벗어날지 기약할 수 없다.

혁신학교를 보내고 싶지만 초등학교는 단 2곳이니 갈 수가 없다. 오히려 중·고등학교보다 초등학교에서 혁신학교를 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해보인데. 그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 모두가 겪는 상황이라고 넘길 수도 있지만 아이의 얼굴을 보며 그 현실을 마주하기가 버겁기만 하다. 공교육이 어디까지 아이들을 책임지고 돌봐줄 수 있을까. 적어도 유치원 시간 만큼만 오전·오후 수업이 진행된다면 좋겠다고 바랄 뿐.

학교는 어떻게 부모를 안심시킬 수 있을까. 적어도 아이들이 학교 다니기를 행복해 해야 하는데 주변 아이들에게 물어봐도 선뜻 학교가 좋다는 아이를 보지 못했다. 싫지만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당장 초등학교 1학년, 사교육 시장에 의존해야 한다. 예체능 학원이라도 다녀야 긴 시간을 소비할 수 있다. 방과 후 교실이라고 있지만 영역별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검증된 강사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방과 후 교실에서 어떠한 프로그램을 진행할지는 단순히 전단지만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 일반 학원에서는 적어도 커리큘럼에 대한 소개를 받을 수 있는데 학교는 너무 불친절하다. 게다가 학교를 데려다주며 만난 엄마들은 벌써부터 몇 반 선생님한테 걸리면 안 된다며 리스트를 만들어 뒷담화를 까고 있었다.

교사들은 이러한 현실을 알고 있을까. 선생님이 아이에게 한말은 다시 엄마 귀에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사실. 막상 내 일이다 보니 모든 주변의 상황들이 또렷하게 보인다.

아파트 문화가 갖고 있는 폐쇄성, 그리고 인프라의 문제. 신도시 개발로 형성된 동네에선 갈만한 곳이 없다는 것. 골목도 없다는 것. 공동체라는 말 자체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그렇게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니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공교육에 대해 생각해본다. 공교육,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부디 그 믿음이 깨지지 않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