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세평/ 감연희 설치미술가

▲ 감연희 설치미술가

지난 5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독일 뮌헨에서 ‘살아있는 소녀상’ 퍼포먼스가 열렸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 메사추세츠주 로렌스 직물공장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참정권과 노동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이 그 시작이다. 진보한국을 위한 유럽연대는 ‘살아있는 소녀상’ 퍼포먼스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역시 여성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이며 인류에 대한 범죄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퍼포먼스 참여자들은 이날 뮌헨 도심 한복판 칼츠플라츠 광장에서 치마저고리를 입고 소녀상과 똑같은 자세로 앉아있는 여성 옆에서 ‘역사교과서에 위안부 사실을 포함하라', ‘위안부 여성들을 위한 정의' 등의 문구가 쓰인 배너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 퍼포먼스에 행인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촬영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소녀상 퍼포먼스의 의미를 물었고 이렇게 충격적인 역사가 있는 걸 미처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개봉된 영화 귀향을 통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재조명하고 있다.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던 수많은 소녀들이 어느 날 가는 곳도 모른 채 끌려갔다가 238명만이 돌아왔다. 그리고 현재 46명만이 남아있다.

기차를 타고 또래의 여자 아이들과 불안과 공포 속에 도착한 곳은 중국의 어느 일본군 부대. 이때부터 소녀들은 지옥 아닌 지옥에서 그들의 노리개로 여성의 모든 것을 빼앗긴다. 하루에 십 여 명을 상대하며 폭행과 굶주림으로 나날을 보내면서 오직 귀향만을 꿈꾸던 소녀는 우여곡절 끝에 일본군의 손아귀에서 탈출하게 된다. 그러나 탈출하면서 같이한 동무를 잃었고 남은 건 다 망가진 몸과 정신뿐. 차마 고향으로도 돌아가지 못하고...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져 이 영화에 대하여 뭐라고 말한다는 건 어려울 것 같다. 그동안 우리는 뼈아픈 역사 속에서 위로받아야 할 피해자를 감싸주지 않고 되레 손가락질하며 살아왔다. 이제는 영화를 직접 보면서, 역사를 숨기려는 자들에게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민족은 다시 그 역사를 반복 한다'라는 말을 기억 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를 세상에 낳아주신 어머니도 여성이고 우리의 딸들도 여성이다. 그러나 아직도 여성이 남성과 똑같은 기회를 얻는 곳은 없다. 전 세계 6200여만 명의 어린 여성이 교육기회에서 배제되고 5억여 명의 여성이 글을 읽지 못하며 여성을 불리하게 차별하는 법률을 운용하는 나라가 155개국에 달한다. 너무 많은 나라에서 가난한 집에서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 자체가 불평등, 압제, 빈곤의 종신형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소녀상 퍼포먼스에 참여한 한 작가는 “약자가 소리 낼 수 있고 그들의 인권이 보호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고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는 시간 이었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단지 한일 양국이나, 여성과 남성 젠더의 문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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