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지도층이여! 새해에 정신좀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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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생각한다] 지도층이여! 새해에 정신좀 차리자
  • 충청리뷰
  • 승인 2002.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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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교수신문이 조사한 ‘올해의 한자성어’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다. 돌이켜 보면 최근 우리사회의 혼미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초부터 언론개혁과 검찰개혁에 대한 논의가 들끓었으나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건강보험개혁과 교육개혁도 소리만 요란했을 뿐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IMF의 뒤치닥꺼리를 위해 국민혈세로 마련한 공적자금중 상당부분이 거덜났지만 누구하나 책임질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자금세탁방지법‘에서 보듯 예의 부도덕성과 집단 이기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그 결과 사회적 병리는 깊어만 갔다.
’친구‘등 폭력미화 영화가 극장가를 휩쓸면서 조폭이라는 말이 일상어로 자리잡자 청소년들은 폭력배들을 우상으로까지 동경하게 되었다. 정보화를 위해 어렵사리 마련한 컴퓨터로는 초등학생들마저 폭력게임이나 음란물만 즐기게 되었다. 그것도 모자라 대형 부정비리사건은 하루가 멀게 터져나온다. 그 내용을 보면 하나같이 뇌물을 고리로 업자와 정치인, 관련분야 고위 공무원들이 폭넓은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이제껏 ’게이트‘ 나 ’리스트‘치고 속시원히 파헤쳐진 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부정부패 척결의 사령탑들이 바로 사건 당사자이고 권력기관의 고위층이 연루자가 되고보니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가 없는 것이다. 그나마 세상에 알려진 것은 어떤 이유 때문에 정보를 흘렸거나 누군가의 실수로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들은 대형사건이 터져도 별 관심이 없다. 商, 政, 官이 한통속이 되어있고, 수사 역시 ’짜고 치는 고스톱‘ 같으니 흥미로울 게 없다. 특검제나 국정조사를 한다 해도 이미 결론마저 꿰고 있으니 기대할 것이 없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는 유독 지루하고 짜증나는 한해일 수밖에 없었다. 오죽했으면 교수들마저 우리사회를 ‘오리무중’이라 했겠는가.
그러나 새해는 달라져야한다. 아직은 절망할 단계가 아니다. 비록 황하의 누런물 때문에 ‘백년하청(百年河淸)’이란 말이 생겼다지만 어디서건 한줄기 맑은 샘물이 솟는 한 황하의 물도 언젠가는 맑아질 것이다.
지난 세밑에 구세군 자선냄비에 담긴 불우 이웃돕기 성금이 사상최고액이었던 것이나, 어머니에게 자신의 콩팥하나를 떼주고 아직 수술자국도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대입논술시험을 친 최근호 군과 같은 청소년은 분명 이 사회를 맑게하는 한줄기 샘물이다. 이들이 있는 한 우리사회는 결코 망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좀더 건강해 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제라도 사회지도층이 변해야 한다. 개혁은 구호나 제도의 변경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스스로 반성하고 양심을 일깨우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
70년대초 우리는 새마을 운동을 펼친 적이 있다. 이 운동이 실패로 끝난 것은 정신운동으로 승화시키지 못한 데다 사회지도층은 아예 이 운동의 열외에 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새해부터는 지도층이 먼저 각성하고 솔선하자. 굳이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회로부터 그만큼 은혜를 입고, 그만큼 누렸으면 이제 되갚을 때도 된 것이다. 물론 자신들이 더 노력했고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었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이나 아이디어도 사회가 있었기에 실현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백성이 잘못해서 나라가 망한 경우는 없다. 지도층의 부패와 실정(失政) 때문에 나라가 망한 예는 동서고금을 통해 너무도 많다. 전직대통령들이 추징금을 물지 않고 ‘배 째라’고 버티고, 현직 법무차관이 ‘부정한 돈을 한푼이라도 받았으면 할복하겠다’고 공언하다 구속되는 마당에 백성들에게만 정직하게 살라고 한들 어디 씨나 먹힐 소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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