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육성준 사진부장

▲ 육성준 사진부장

영화 ‘렌버넌트’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한 엠마누엘 루베즈키는 촬영조건이 있었다고 한다. ①시간 순서대로 촬영할 것. ②자연광으로 촬영할 것. ③롱 테이크(하나의 숏을 길게 촬영하는 기법). 흔히 ‘조명발’로 멋지고 예쁘게 보이는 영화와는 다른 거짓없이 있는 그대로 관객들에게 보여주자는 뜻이다. 영화는 주인공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생사를 넘는 시간을 한 치의 과장과 끊김없는 사실적인 영상에 압도되었다.

선거철은 보도진들에게 더욱 바쁜 시즌이다. 자신의 얼굴을 알리는데 미디어만큼 손쉬운 수단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계속되는 기자회견에 충북도청 브리핑실은 이맘때면 늘 북적인다. 순서는 항상 출마기자회견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일까 단순노무처럼 기계적으로 그들이 발표하는 면면을 카메라 앵글에 담는 필자에게 가끔은 카메라 메모리 카드 용량이 아까운 면도 종종 있다.

지난 대선 때 한 대선후보의 연설에서 그가 보여준 ‘세상을 바꾸는 약속’이라며 보여준 공약이 눈에 선하다. 피켓에 쓰인 내용은 ‘신용불량자 50% 감면, 암 진료비 국가부담 100% 등 현실가능한 것처럼 보인 공약은 지금현실에서는 사진 그대로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빨간색 바탕에 흰 글귀는 색 대비만으로도 인공조명 없이 확연히 드러났고 긴 연설과 더불어 청중들에게 먹히는 장면이었다. 현장의 카메라는 그가 내세운 공약과 후보의 연설을 대비해 다수의 미디어 소비자들에게 전파되었다.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다가왔다. 시간의 순서를 보면 출마기자회견까지 했으니 이젠 본격적인 선거운동과 공약발표다. 여론조사의 추이를 보며 될 만한 후보들만 남는다.

그들은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며 유권들에게 다가간다. 또 그들의 공약은 사실로 카메라에 담아 전한다.

영화 레버넌트 촬영조건처럼 순수하게 자연광으로 찍을 순 없겠지만 후보자들이 긴 호흡을 갖고 정책을 만들고 진실된 모습으로 유권자를 대하는 모습을 담고 싶을 뿐이다. 나만 잘 보이면 되는 식의 ‘조명발’ 선거운동은 결국 진실이 드러난다. 이들이 또 어떤 허황된 공약을 내세울지 카메라에 담을 것이다. 활자의 힘은 영원하고 사진은 기록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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