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충북도와 무상급식 예산분담에 어렵게 합의한 도교육청이 또다른 급식비 시비에 휘말렸다. 5천여명의 학교급식 종사자들이 급식비 면제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아이들 무상급식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어른 무상급식’이 새 쟁점이 된 셈이다. 충북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상당수 학교에서 급식소 종사자들에게 급식비를 징수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이니 도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밥값을 걷지 말라는 지침을 내려보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종사자들에 대한 급식비 징수여부는 개별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결정하고 있다. 정규직 교사나 교무실무사 등 다른 비정규직은 급식비를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학교에서 조리종사자는 예외로 인정해왔다. 급식 업무 담당이다보니 제 시간에 식사하기 곤란하고 상대적인 처우도 열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조리종사원의 급식비를 징수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몇몇 학교에서 입장을 바꾼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난해 5월 도교육청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급식종사자에게 매월 정액급식비 8만원을 지급하도록 임금협상을 끝냈기 때문이다. 종사자 5000여 명에게 지급한 10개월 치 급식비 예산은 44억원. 그러자 일부 학교장단 회의에서 급식비 징수 당위론이 제기됐고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방침을 바꾼 것이다.

이들은 “조리원의 급식비를 면제하면 학부모가 그만큼 더 부담해야 한다. 정식으로 급식비가 지급되는 만큼 이젠 밥값을 내는 게 이치에 맞다. 행정보조원 등 급식비를 내는 다른 비정규직과 형평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에서 교직원에게 징수하는 급식비는 하루 한 끼 기준 대개 월 5~6만원 선이다. 급식종사자들이 임단협을 통해 어렵게 얻어낸 급식비 8만원이 졸지에 2~3만원으로 깎이는 셈이다. 급식종사자들은 “정규직 교사와 영양사의 정액급식비는 월 13만원이다. 그나마 처우개선 명목으로 우린 8만원을 받고 있는데 1년도 안돼 5~6만원을 토해내라고 하는 셈”이라고 항변한다. 말그대로 1년만에 ‘줬다, 뺏는 격’이 되버렸으니 급식종사자들의 반발도 이해할 만 하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도교육청과 정액급식비에 합의하면서 급식비 면제여부에 대해 선을 긋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확인결과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2012년부터 급식종사자의 급식비 징수여부가 논란이 됐었다. 충북과 마찬가지로 학교운영위와 학교장이 결정권을 갖다보니 학교마다 사정이 달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 것. 도교육청이나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나 이런 논란을 알면서도 예민한 문제는 미뤄두고 합의라는 성과에 급급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결국 10개월만에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식의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

급식비 부담은 세종시는 교육청에서 ‘면제’를 부산 등 5곳은 ‘징수’ 결정을 내렸다. 나머지 서울과 충북 등 11곳은 학교장이 결정하라며 교육청이 관여하지 않고 있다. 결국 지역마다 학교마다 들쭉날쭉인 셈이다. 이제 공은 김병우 교육감에게 던져졌다. 이 공을 학교장에게 다시 넘긴다면 논란은 가열될 것이다. 냉정하게 방향을 잡고 책임감있게 차내야 한다. 어느 일방이 옳고 다른 일방은 틀리다고 말할 순 없는 상황이다. 교육감이 판단하고 진지하게 설득하는 일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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