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표현하는 일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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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표현하는 일의 소중함
  • 충청리뷰
  • 승인 2016.03.0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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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세평/ 정순영 옥천순환경제공동체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로 손꼽힌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글을 읽지 못하거나 쓰지 못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맥락 속에서 글을 읽고 쓰고 이해하는 문해력은 선진국 중에서도 최하위에 속한다고 한다. 쉽게 말해 받아쓰기 시험은 전 세계 1등이지만 ‘읽고 소감 말하기’, ‘주제에 대해 글쓰기’ 앞에서는 우리 모두가 한 없이 작아진다는 말이다. 왜 그런 것일까? 우선 많은 이들이 제도권 교육 안에서 이뤄진 오랜 주입식 교육을 그 이유로 꼽고 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어찌 교육 현장에만 돌리겠는가. 가부장제로 대표되는 뿌리 깊은 유교 문화는 젊은 세대에겐 윗세대를, 여성에겐 남성을 거스르지 말 것을 강요해왔다. 오랜 일제강점기는 일상에서조차 우리말과 글을 앗아갔다. 1945년 해방이 되고 이제는 우리말과 글로 우리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을 줄 알았으나 이번엔 국토의 분단이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의 자유를 앗아갔다. 87년 6월 항쟁 이전까지의 군사·독재정권들은 정권에 반하는 모든 목소리에 ‘빨갱이’란 딱지를 붙이고 탄압을 일삼았다. 특히 18년에 이르는 박정희 독재정권은 말 한마디 잘못하면 막걸리를 마시다가도 잡혀갈 수 있다는 이른바 ‘막걸리 보안법’, 즉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으로 국민들의 삶을 옥죄었다.

바로 이러한 정치·사회적 경험이 지금 한국 사회 주류를 이루는 기성세대들에게 뿌리 깊은 공포감을 심어준 것은 아닐까. 나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나누는 일은 결코 함부로 해선 안 될 일이라고 말이다.

세월은 흘렀고 90년대 이후 들어선 정권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형식적으로나마 보장하려는 태도를 취해왔다. 하지만 이게 웬 마른하늘에 날벼락인지, 아버지 박정희가 빼앗아갔던 국민의 자유를 2016년 현재, 그 딸인 박근혜 대통령도 대를 이어 빼앗아가겠다는 것이 바로 ‘테러방지법’이다. ‘국가안보’로 국민을 협박하며 국가 감시망 아래 국민의 사생활을 놓겠다는 발상, 바로 높아진 국민의식 수준과 무관하게 30년 전 독재 권력을 휘두르던 그 시대착오적 발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여당의 횡포에 우리 사회 미래를 이끌어 갈 어린이·청소년과 청년들이 또 다시 ‘나를 표현하는 일’에 두려움부터 가지게 될까 너무도 우려스럽다. 제발 국민은 내버려두라고, 지금 입을 좀 닫아야 할 것은 테러방지법 제정을 강행하려는 바로 당신들이라고 소리치고 싶다.

옥천에선 이런 속 터지는 상황에서의 화병을 예방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 저녁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광장에 나온 주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마이크를 잡고 자신의 생각을 이웃과 나눈다. 그 이야기 속엔 국가폭력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 농민이 있고 차가운 감옥 속에서 투쟁 중인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있으며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있다.

희망적인 것은 어른들보다는 오히려 광장을 지나던 청소년들부터 발걸음을 멈추고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서명에도 동참한다는 것이다. 이 세대들이 우리 사회 주류가 될 즈음에는 한국 사회 문해력도 훨씬 높아지고 다양한 주제와 주장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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