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다시 보기<시사 격외도리> 한덕현 대표이사

▲ 한덕현 대표이사

근자에 우리나라에서 전쟁의 분위기가 가장 높았던 시기는 단연 2010년 3월의 천안함 침몰 때다. 국가 지도자들까지 전쟁 불사를 공언하는 바람에 국민들조차 ‘한판 붙자’는 결기를 서슴없이 드러냈다. 당시 주요 외신기자들이 서울과 휴전선을 왕복하며 르포를 쏟아내던 기억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언론의 입장에서 보면 전쟁의 위기감을 전달하는 것만큼 역동적인 먹이감도 없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위기론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6년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천안함 사건 때는 남북한의 양자 구도였지만 지금은 세계대전까지도 가정하는 이른바 글로벌한(?) 차원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 이후 보여지는 미국과 중국 일본의 움직임을 놓고 여차하면 한반도가 동방의 발칸반도로 변할 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예단까지 나온다.

작금의 현상들을 곰곰 생각하면 ‘전쟁은 정책의 연장이다(클라우제비츠)’는 말을 언뜻 떠올리게 된다. 미국의 최첨단 무기가 한반도로 출격, 출동하는 것을 정부가 드러내놓고 홍보를 하고 보수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현 정권의 결단력과 차별화를 추켜세우기에 급급하다. 이런 와중에 이에 공감하고 심지어 환호하는 이들이 주변에 예상외로 많다. 인명의 대량살상이 필연적인 전쟁을, 마치 정책이나 정치의 수단쯤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착각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더욱 헷갈리는 것은 막상 국민들의 일상에선 이같은 위기감과는 전혀 상반된 분위기가 빚어진다는 사실이다. 전쟁은 절대로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그렇거니와, 미국의 한반도 보호의지와 오랫동안 지속돼온 남북한 간 ‘평화의 상태’ 역시 여간해선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이 그렇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할 것은 예나 지금이나 미국은 철저하게 자기나라의 입장과 이익에서만 세상일을 재단한다는 사실이다. 북핵의 문제도 결국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북한의 생존전략 사이의 충돌일 뿐인데 작금의 추세는 미국을 너무 맹신하고 있다. 현 정권의 단발적이고도 선언적인 외교로 북한을 비롯한 중국과 일본 미국 등 주변국에 대한 균형외교가 파탄난 상황에서 국민들의 이런 자세는 오히려 두려움 그 자체다.

한반도에 최첨단 무기가 대책없이 유입되는 현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지켜준다고 굳게 믿는 국민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국가존립의 첫 번째 요건인 민족자결(民族自決)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 한반도의 발칸반도화 우려는 이래서 나온다.

무려 150만명의 사상자를 내고 문명을 30년 뒤로 후퇴시킨 6.25의 참혹함을 경험한 한반도에서 또 한번 남북한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100만명이 희생되고 국가 인프라는 다시 60~70년대로 돌아간다는 몇 년전의 시뮬레이션 결과는 차라리 점잖은 예측이다. 지금처럼 남북한이 서로 핵무기 경쟁을 벌이면서 만약 그것의 한 방만을 터뜨려도 순간 100만명이 희생되기 때문이다.

멀게는 당나라와 거란, 몽고의 외침에서부터 가깝게는 일제침탈과 남북전쟁에 이르기까지 수십, 수백번의 국가 수난으로 지금까지도 위안부니 이산가족이니 하며 그 상처를 안고 사는 우리가 또 다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는다면.....생각만 해도 한민족이 너무 불쌍하다.

무려 180여년이라는 시공을 넘어 여전히 전쟁이론의 창시자로 불리는 클라우제비츠가 끝내 실토한 것 역시 전쟁행위의 이러한 비극적 요소다. “전쟁은 위대한 서사시와 위대한 영웅을 남기는 게 아니다. 눈물과 고통, 피만 남게 되는 비참한 것임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입에 거품을 무는 국가 리더들과, 그리고 그들이 내뱉는 전쟁불사론에 국민들이 대책없이 현혹되고 있다. 이제 겨우 서른네살의 인생 풋내기 김정은과 맹목적인 받아쓰기 각료들만 넘쳐나는 현 정권이 벌이는 ‘2016년 판 전쟁놀이’는 이래서 잘못된 표적을 향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세습독재자가 스스로 권좌를 포기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다. 그러기에 북한의 변화는 세계 초유의 3대세습으로 상징되는 권력의 대물림을 끊어야 가능하겠지만 만약 그 변화를 위한 동인이 전쟁이라고 믿는다면 이 나라의 미래 역시 더 이상은 없다.

하지만 저들이 그토록 전쟁까지도 불사하겠다면 방법은 딱 하나 있다. 군대를 기피한 현 정부의 고관대작들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녀의 외국국적을 취득시켜 군대를 안 보낸 정치인들이 전선의 최전방에 선다면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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