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오옥균 경제부 차장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시청앞 천막농성, 청주시노인전문병원에서 간병인 등으로 일하던 노동자 60여명은 다시 일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길거리에서 겨울을 났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그들을 사지로 몰아붙이고 있다.

결국 사단이 벌어졌다. 단식으로 타협할 수 없는 복직 요구를 전달하던 권옥자 분회장은 메아리 없는 외침에 지쳐 청주시장을 향해 분신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다행히 불발로 끝났지만 청주시장은 최소한의 측은지심도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법질서를 해치는 세력으로 간주하고 행정대집행이란 이름으로 천막을 강제 철거했다. 청주시는 “불법적인 노조의 위법사항에 대해 법질서 확립차원에서 강력대응 하겠다”며 행정대집행의 당위성을 알리는데 열중했다.

청주시에 묻고 싶다. 청주시가 수백억원을 들여 노인전문병원을 세운 목적이 무엇인지를, 또한 의명의료재단에 묻고 싶다. 금전적 이익만 있으면 기본적인 윤리의식도 져버리는지를….

청주시가 보여주는 행태는 철학의 부재에서 오는 천박함이다. 공공의료기관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왜 필요한지 안다면 한 사람의 목숨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권 분회장을 분신으로 이끌고,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며 농성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든 장본인이 청주시인데, 적반하장 그들을 불법 시위꾼으로 폄훼하고 여론 몰이한다.

3차 공모 당시 원사업자의 폐업으로 고용승계 조항을 넣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청주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2차 공모까지 명시했던 고용승계 조항을 삭제했다. 이때 이미 청주시는 60여명의 노동자를 살릴 뜻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놓고 의명의료재단에 고용승계를 권고했다. 스스로에게 할 만큼 했다는 면죄부를 주는 요식행위일 뿐이다.

청주시가 의사도 아니고 간호사도 아니지만 히포크라테스 선서, 나이팅게일 선서에 담긴 정신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의료기관 정상화를 위해 시민 60여명을 사지로 모는 짓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자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청주시에게 노동자들은 보호해야 할 시민이 아닌 처단해야 할 테러리스트였던 것이다.

본보 취재 결과 의명의료재단은 사람의 병을 고치고 생명을 구한다는 의미의 ‘의료’라는 이름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잘못을 저질러온 집단이다. 의명의료재단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일은 예사였다. 간호조무사에게 수술을 시키고 무면허 의료인에게 환자를 맡기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 같은 범죄를 반복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행정대집행도 의명의료재단이 선배다. 보은군에서 허가도 받지 않고 장례식장을 운영하던 이들은 보은군의 수차례 시정조치에도 말을 듣지 않아 행정대집행을 통해 강제 폐쇄 당했다. 의명의료재단의 전력을 보면, 21세기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런 재단과 이런 청주시가 손을 맞잡았다. 그들 사이에서 태어나는 의료기관이 진정 사람을 구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되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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