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판정 11년 지난 '대성연립' 고도제한에 발목

시설노후화로 인해 청주시로부터 재난관리대상시설 C급 판정을 받은 연립주택이 5개소에 이르고 있으나 재건축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79년 건립된 대성동 도지사 관사앞 대성연립(81세대)은 시로부터 재건축 판정과 퇴거명령을 받은 지 11년이 지나도록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지난 7월 아파트 정비사업조합 창립총회를 열고 집행부를 재구성했지만 아직 조합원 80%의 서명을 받지못해 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못하고 잇다. 또한 재건축 사업인가를 받고 이주까지 끝냈던 내덕동 시민연립(36세대)은 사실상 조합이 파산된 채 6년째 폐건물로 남아있다. 대성연립의 사례를 중심으로 노후 주거시설의 문제점을 정리해본다.

대성연립은 3층 6개동 80세대 규모로 도심에 인접한데다 당산과 우암산 자락 사이에 위치해 공동주택 입지조건이 뛰어나다. 대성연립은 시공과정에서 자금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부실공사로 건립됐고 토지소유권 분쟁으로 7년만에 준공검사를 받기도 했다.

 결국 부실시공의 결과는 건립 14년만인 지난 93년 시의 정밀진단을 거쳐 재건축 판정을 받게 됐다. 입주자들은 이듬해 인접한 단독주택 소유주까지 참여한 재건축조합을 구성했고 시는 풍수해대책법에 따라 퇴거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청주시와 지방건축심의위원회는 자연환경 미관을 고려해 재건축아파트의 층고를 5층이하로 결정해 사업추진에 첫 제동이 걸렸다. 당초 15층 아파트 건립을 추진했던 시공사는 5층으로는 사업성을 맞출 수 없다고 판단, 발을 뺐다. 이에 95년에는 청주시에서 입주자들에게 하복대지구 집단이전을 추진했으나 일주 주민들의 극력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퇴거명령 미집행 상태가 길어지자 시는 재심의를 통해 13층 368세대 아파트 건립계획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당시 시공사로 나섰던 동아건설은 최소한 500세대 이상을 주장하며 15층 이상으로 상향조정할 것으로 요구했다. 시공사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조합원들은 이주하기를 꺼렸고 결국 사업진척이 되지 않았다. 사업중단이 장기화되자 시는 예산을 들여 재해위험 방지를 위해 안전대책 시설공사를 했고 99년 재난관리시설 E급(주거불능)에서 C급(보수 보강필요)으로 상향조정했다. E급 시설에 주민이 계속 거주할 경우 감독 행정기관의 책임소재가 따르기 때문에 시설등급을 올려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더구나 2000년 8월 사업구역내에 고도제한을 차등적용하는 도시계획 결정을 내렸다. 연립주택 부지 3000평은 94m(13층 가능)를 적용했고 인접한 단독주택 부지는 87m(10층 가능)로 제한했다. 이에대해 이춘재 조합장은 “4년전에는 단독주택 용지도 같은 사업부지로 묶어서 13층 368세대 건립안을 통과시킨 것인데, 느닷없이 고도제한을 차등적용하니 앞뒤가 안맞는 일이었다. 그래서 항의를 했더니, ‘착오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냥 전체 94m로 생각하고 사업계획을 짜라’고 했다. 그래서 시공회사 바꾸고 열심히 신축공사 계획안을 만들었는데, 이제와서 ‘고도제한대로 지켜야 한다’고 하니 시공회사에서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재건축조합측은 서울소재 (주)죽림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 지난 7월말 대성연립 아파트정비사업 조합 총회를 열고 집행부를 재구성했다. 죽림산업은 사업지구 아파트신축공사 계획안을 만들어 조합원들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13층 높이를 기준으로 한 계획안이 무용지물이 될 처지가 된 것. 이에대해 시관계자는 “당초 연립주택 용지만을 사업대상 부지로 했기 때문에 주변과 고도제한에 차이를 둔 것이다. 도시계획 결정은 5년간 불변이기 때문에 내년 6월께나 재심이 가능하다. 재건축을 위한 조건이 충족되면 사업부지에 대한 고도제한 완화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측은 전 시공사였던 동아건설으로부터 16억원의 이득금반환청구소송을 진행중인 상태다. 지난 6월 1심 재판부가 동아건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판결을 내렸고 현재 항소심을 진행중이다. 16억원 가운데 6억원은 이주비였기 때문에 해당 조합원으로부터 청구가 가능하고 설계비 4억원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밖에 주변토지 매입비, 업무추진비 등으로 6억원이 지출됐다는 것. 어차피 소송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건축 시공사가 채무변제를 떠안고 시작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러나 고도제한 차별적용을 풀지않고는 실질적인 사업추진이 난감한 실정이다. 이에대해 이조합장은 “우선 조합승인부터 받고 시에서 조건부로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해 주면 내년 6월 도시계획 변경시 고도제한을 풀고 곧바로 사업계획 승인을 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우리 조합원들은 물론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인 만큼 기회가 닿았을 때 성사시키는 것이 능사 아닌가? 그나마 행정수도 이전 바람 때문에 재건축 희망업체들이 나타나 재추진하는 것인데 이마저 안되면 영원히 폐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성연립은 전체 81세대 가운데 22세대가 공사대금 대물변제방식으로 준공전 사전입주한 경우다. 결국 건물 점유권은 있지만 토지 소유권이 없다보니 재건축 조합원 자격이 없는 셈이다. 이들은 토지 매입에도 소극적인 입장이며 재건축 자체가 삶의 둥지를 허무는 일인만큼 반대 움직임이 만만치않은 실정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재건축 아파트의 25%를 의무적으로 임대주택을 짓도록해 지방에서는 사업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춘재 조합장은 “연립건립 당시 투자를 한 죄로 발목이 잡혀 지난 10년간 조합을 맡으면서 속이 새카맣게 탔다. 작년에는 수도세가 15개월이 밀려 단수사태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재건축사업이 민간부문이라고 해서 시에서 뒷짐만 지고 있으면 제대로 이끌어가기 힘들다.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감독해 줘야만 조합원들도 신뢰하고 협조할 수 있다. 조만간 시공사가 사업자금을 투입하면 조합원 참여를 통해 정식인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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