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증평군의회와 간담회서 교통대 전체, 도립대와 통합 구상 밝혀
교통대 “증평에 교양과정 학부대학 설치, 산업체연수 프로그램 개발 예정”

▲ 교통대 증평캠퍼스 교수·학생·주민들은 12일 충북도청 기자실에서 통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통합 논란은 충북대의 또 다른 통합 구상이 드러나자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충북대학교가 한국교통대 증평캠퍼스 뿐만 아니라 도내 국·공립대 모두를 흡수 통합할 계획을 세우면서 추진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교통대를 비롯한 충북도립대 등이 강력 반발하고 나서는 등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충북대는 최근 증평군의회와 한 간담회에서 발표한 ‘충북대-교통대 증평캠퍼스 간 대학통합 연구자료’를 통해 통합 3단계 로드맵을 공개했다. 우선 교통대 증평캠퍼스를 통합하고, 2단계로 충북도립대를, 마지막으로 교통대 전체를 통합한다는 구상이다.

자료 작성의 주체는 ‘충북대 교수회’로 표기돼 있다. 그동안 충북대는 대학본부의 의사와 무관하게 충북대 교수회가 통합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안의 무게나 내용의 구체성을 보면 대학본부, 총장과의 사전협의나 교감 없이 교수회 독자적으로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욱이 이 자리에는 교통대 증평캠퍼스와의 통합을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진 박병우 교수회장 외에 충북대 주요 보직교수인 권효식 교무처장, 노병호 대학원장이 참석했다.

충북대 측은 간담회에서 “교통대 증평캠퍼스와 통합하면 충북대 수의대와 법학전문대학원을 증평으로 이전하는 것과 보건의료생명 분야 공동연구 등 증평캠퍼스 특성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통대 유아교육 및 유아특수교육과를 충북대 사범대에 편입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아울러 증평캠퍼스 뿐 아니라 교통대 전체와 충북도립대도 흡수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공개했다.

충북대 “모든 국·공립대 흡수 통합”

충북대 측은 “충북지역 국립대를 하나로 통합해 교육부의 ‘1도 1국립대’ 정책을 선도적으로 수행하겠다”며 교통대와 충북도립대와의 통합 계획을 밝혔다. 겉으로 내세운 통합 배경과 목표는 급변하는 교육환경과 경쟁력 강화다.

충북대는 “우리나라 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8년부터 고등학교 졸업생 총원(56만 명)보다 대입 정원(60만 명)이 더 많아진다”며 “통합으로 강의 표준화, 공동연구 의무화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추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충북대가 사실상 학교 차원에서 교통대 증평캠퍼스 통합을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충북대는 국립대학 세분화로 갈수록 경쟁력이 약화되고, 세계적 명문대가 돈벌이를 위해 국내 진출을 꾀한다는 점도 명분으로 삼았다. 하지만 충북대가 단계별 세부계획까지 마련해 도내 국공립 대학을 싹쓸이 하려는 것은 덩치를 키워 지역 거점대학 위상을 공고히 함으로써 구조조정을 피해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시각각 급변하는 교육여건 속에서 경쟁이 될 만한 대학을 흡수, 논란의 소지를 없애려 한다는 의미다.

실제 충북대는 발표자료에서 “대학 진학률을 70%로 잡으면, 2023년부터 50% 이상의 대학들이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퇴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충북대 측은 “교통대가 증평캠퍼스를 우리와 통합하도록 허용하면 정원 감축 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인정하도록 교육부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증평군의회와 사회단체, 증평읍 용강리 주민 등은 충북대를 지지하고 있다.

홍성열 증평군수는 “충북대와 통합하자는 증평캠퍼스 학생들의 요구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거들고 있고, 주민들은 마을과 주변에 원룸, 식당 등이 살려면 증평캠퍼스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통대는 반론 보도자료를 통해 충북대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교통대는 “그동안 충북대는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교수회가 하는 일이며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하지만 이번 충북지역 국공립대학을 통합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함으로써 ‘조직적이고 은밀한’ 통합공작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통합이라는 중차대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사전에 충북대 구성원들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동의를 받았는지 묻고 싶다”며 “단계별 통합계획을 준비하고 있으면서도 수차례 통합의사에 대한 분명한 입장표명 요구에 대해 끝까지 밝히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이유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어 “충북대가 교통대 정원감축 의무를 1차(2017년) 200명(10%), 2차(2018년) 140명(7%)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교통대는 2014년 지역대학특성화사업 신청 시, 입학정원을 2017년까지 10%(200명)를 자율감축하기로 했으며 이를 이행하고 있다”고 했다.

교통대 “부분통합 제도적 불가능”

교통대는 “충북대는 당초 증평캠퍼스 교수와 학생들을 이달까지 충북대 약대 건물로 모두 이전시키겠다는 비현실적인 감언이설로 통합공작을 시작했다”며 “충북대가 약속대로 증평캠퍼스 구성원을 전부 청주로 이전하고 수의과대학(정원 46명)과 법학전문대학원(정원 70명) 등 모두 116명을 전부 증평캠퍼스로 이전한다면 필연적으로 고사될 것”이라고 했다.

교통대는 “통합과정은 무엇보다 이해당사자 간의 신뢰가 중요하고, 일방의 욕심만을 채우기 위한 통합을 절대 실현 불가능하다”며 “2004년 청주과학대(현 교통대 증평캠퍼스)는 충북대에 공식적으로 통합을 제안했는데 전문대라는 이유로 교수회(당시 교수회장이 현재 통합을 지휘하고 있는 현 대학원장)에서 거절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충북대가 진정 통합을 원한다면 은밀한 공작으로 대학과 지역사회를 혼란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며 “지금이라도 교통대와 도립대, 지역민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일방적이고 무례한 통합공작을 그만 둘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교통대는 증평캠퍼스와 충북대의 통합 논란이 계속해 커지자 증평캠퍼스를 활성화할 수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영호 교통대 총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증평캠퍼스에서 충주캠퍼스 단계적 이전이 증평캠퍼스의 공동화는 아니다”라며 “증평에 교양과정 학부대학 설치, 산업체 연수 프로그램 개발 등 증평캠퍼스를 활성화할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김 총장은 “현 사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부 구성원의 반발을 저와 학교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탓”이라며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적극 검토해 수용할 것”이라고 했다.

부분 통합을 제외한 교통대 증평캠퍼스의 다른 요구는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협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교육부는 지난 1월 21일 대학정책실장 주재로 열린 두 대학의 교무처장, 기획처장, 사무국장 연석회의에서 현 시점에서 이런 식의 통합 논의는 양교에 해가 될 뿐이므로 중단해야 한다는 명확한 의사표현이 있었다”며 “파국을 막고 학교를 정상화하기 위해 다양한 상황에 따른 대응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교통대 총장실은 증평캠퍼스 학생들이 지난달 27일 기습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당시 70여명에 달했던 학생들은 10여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또 학생들은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충북대가 충북도립대와의 통합 추진 구상을 밝히자 도립대는 발끈하고 나섰다. 도립대 교수회는 “국립대와 도립대 통합은 법적으로 불가능하고 이와 관련해 논의된 바도 전혀 없는데 충북대 교수회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통합론을 제기해 우리 대학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함승덕 총장은 “우리 대학은 취업률 도내 1위를 달성하는 등 충청권 명문 직업교육대학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며 “충북대는 지역 거점 국립대라는 지위를 악용해 통합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주민들 역시 주민과 대학 구성원들 간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통합 추진은 결사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교통대 증평캠퍼스와 충북대의 통합 논의로 시작된 대학 간 갈등이 도내 국·공립 모든 대학으로 파장이 확산된 가운데 지역민들마저 양분돼 내홍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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