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인터넷의 음란사이트 및 성인 비디오가 무작위로 제작·배포되는 등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사회 모범이 되어야 할 성직자마저 직접 음란 비디오를 제작·배포하려 한 사건이 일어나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울산지방검찰청 특수부는 10월 23일 자신과 아내의 성행위장면을 비디오로 찍어 다섯 개의 비디오를 제작한 후 이를 판매하려한 충북 괴산군 청천면 모 교회 목사 김모씨(36)부부에 대해 음란 및 비디오 물과 게임 물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부인 신씨(34)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결과 목사 김씨는 전부터 알고 지내던 대전에 사는 음란 비디오 취급 중개상인과 연계, 성인 음란 비디오를 한편에 100만원씩을 받기로 약속하고 10월 12일부터 20까지 9일 동안 자신의 교회사택에서 자신들의 성행위 장면을 카메라에 담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이를 5편의 비디오로 나누어 만든 뒤 대전으로 가져가 중개상인에게 돈을 받고 테이프를 팔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김씨를 검거한 울산지검은 사건 수일 전에 미리 제보를 받고 대전으로 내려와 상인으로 위장, 목사를 대전역 부근 현장에서 붙잡은 것으로 밝혀졌다. 목사 부부는 검찰조사에서 “암에 걸린 어머니의 병원 비와 교통사고 벌금 150만원 마련을 위해 이 같은 일을 저지르게 됐다”고 밝혔다.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울산지검은 김씨의 부인 신씨에 대해서는 비디오 제작사실을 알고 의도적으로 이 일에 참여했으나 자녀교육문제와 시부모를 모셔야 하는 상황 등을 이유로 불구속 처리했다.

절대 그럴 리 없다

김씨가 재직했던 교회는 교인수가 20∼30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 시골의 작은 교회였다. 교인들이 낸 헌금의 일부를 후생비로 받아 생활해야 했던 김씨는 재정적으로 상당히 힘들었을 거라는 게 주위의 시각이다. 교단에서 지원조차 전혀 없는 상황에서 생활고에 시달려온 김씨는 어머니가 병(암)으로 몸저 눕고 얼마 전에 낸 교통사고로 벌금이 1백 50만원 나오는 등 재정적으로 해결할 길이 없자 이 같은 일을 계획·실행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 이 사실을 접한 주위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아무리 암담한 현실이라 해도 모범이 되어야 할 성직자로서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며 ‘사건 발단이 어떻든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일’ 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교회 인근의 마을주민들은 입장이 달랐다. 이 곳 주민들은 김 목사에 대한 강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마을에서는 이 사건이 발생한 지 며 칠이 지난 후에도 대부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혹 몇 몇 이 사실을 아는 교인들도 사건을 의아해 하며 “우리 목사님이 절대 그럴 리 없으며 사실이 아닐 것이다”라고 말 꺼내기조차 조심스러워했다. 주민들은 교인이건 아니건 김 목사에 대해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한 주민은 “목사님은 말없이 솔선 수범하신 분이다. 마을일에는 제 일처럼 항상 앞장서셨고 고추 등 농산물을 서울상인에 연결해 팔아주는 등 주민을 위해 애쓰셨다”고 말했다. 자신은 교회에 다닌 적이 없다는 이 마을 이장 이모씨(49)도 “얼마 전 파출소에서 경찰들이 목사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었었다. 궁금해 목사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으니 알려주지도 않았다”며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법 없이도 살 착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청천파출소 라모(51)소장 또한 “목사가 주민들에게 평이 좋다”며 “생활고에 시달리다 보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른 것 같다. 아무리 돈이 급해도 그렇지 이런 짓을 하다니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한편 이 일이 있은 후 부인 신씨는 마을에서 자취를 감췄다. 신씨는 아이들과 함께 마을을 떠나 살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성직자로서 할 말 없다.

김씨의 옆 마을 한 교회의 담임목사 안모씨(45)는 자신이 같은 교단 선배라고 밝히면서 “김 목사 같은 사람이 그같은 일을 저지르다니 믿기 어렵다. 사건 후에 직접 만나지도 못했고 얘기만 전해들었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이런 상황에서 내가 가타 부타 말할 입장이 아니다”면서 “모범이 되어야 할 성직자로서 그런 일은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같은 목사로서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안 목사는 또 사건직후 걱정이 돼 잠을 잘 이룰 수 없다면서 “평소 김 목사는 누구보다 충실했고, 착한 사람이었다. 선배 성직자로서 후배에게 관심을 더 갖지 못한 게 후회된다. 작금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라는 말로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일반 시민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해도 비난을 면키 어려울 텐데 사회의 귀감이 되어야 할 성직자로서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은 사회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이 사건에서 특히 김 목사가 돈을 벌 매개로 성(性)을 이용했다는 것은 우리사회 전반에 퍼진 성을 곧 돈으로 결부시키려는 일부 그릇된 성문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수많은 불법사이트가 건전치 못한 성을 포장하고 치장해 개설하고 포르노 테이프마저 판을 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성문화에 대한 윤리의식마저 잊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