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 다니고 남는 시간에 업무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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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다니고 남는 시간에 업무처리?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6.02.0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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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행사 1일 평균 2건···주말행사까지 합치면 1년에 1000건 내외
기관·단체 ‘단체장 초청안하기’, 단체장 ‘꼭 필요한곳만 가기’ 하자

자치단체장 행사장순례 뒤집어보기
단체장들은 무엇 때문에 바쁜가 
 

▲ 행사에 관한 한 단체장들의 태도는 이중적인 면이 있다. 행사 요청이 너무 많아 힘들다면서도 다음 선거를 위해 열심히 다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은 충북도내 자치단체장들.

도내 자치단체장들은 하루에 많게는 3~4건, 적게는 1~2건의 행사에 참석한다. 1년이면 몇 백 건의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다. 주말과 퇴근 후 다니는 것까지 치면 1년에 1000건이 넘을 것이다. 그럼 언제 도정·시정·군정 계획을 세울까? 행사장 다니고 남는 시간에 할까? 교사들이 한 때 잡무가 너무 많다며 “잡무 처리하고 남는 시간에 수업한다”는 불평을 쏟아낸 적이 있다. 주객이 전도돼도 한참 전도된 것이다.

2015년은 지방자치 부활 20주년이 되는 해였다. 1991년에 지방자치 의회가 부활한데 이어 1995년에 단체장 선거가 부활했다. 그래서 1995년을 명실상부한 지방자치 부활로 보고 있다. 벌써 20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행사참석에 관한 것이다. 자치단체장들은 다소 이중적이다. 시민들이 과도한 행사참석을 요구한다고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다음 선거를 위해 행사장에 열심히 얼굴을 내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민들도 단체장이 행사장에 열심히 다니는 것을 일 열심히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심지어 단체장이 불참하면 행사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럴까. 이제 단체장들에게 시민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 정책을 제시하고 비전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주자. 이를 개선하려면 어느 한 쪽이 아닌 양 쪽의 생각이 확 바뀌어야 한다. 기관·단체에서는 단체장 초청안하기, 단체장은 꼭 필요한 곳만 가기 운동, 어떨까?

이시종 지사는 지난해 12월 10일 6개의 행사에 참석했다. 오전10시에 청주시 가덕면 공공비축미 매입현장을 방문한데 이어 오전 11시 충북체육회 이사회, 오후 1시40분 충북도 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했다. 그리고 오후 2시에 도청 대회의실에서 목련회 정기총회와 노인일자리창출기업 인증식, 오후 3시에는 청주국제공항에서 200만돌파 기념행사가 있었다.

김영만 옥천군수는 지난해 12월 17일 5개의 행사에 참석했다. 오전 10시 향수한마당축제, 11시 30분 경로당노인대학 졸업식, 오후2시 옥천군새마을지도자대회, 오후3시 충북개발공사기부금전달식, 오후7시 평생학습정기과정수료식 등.

또 홍성열 증평군수는 지난 1월 27일 5군데 행사에 참석했다. 오전 11시 증평군 사회단체장협의회 정기회, 오전 11시30분 일반농산어촌개발 신규사업 현지평가, 오후 1시30분 증평군새마을회 주최 설맞이 떡나눠주기, 오후2시 학교급식 친환경 농산물 공급협약 체결, 4시 도청에서 열린 시장·군수회의에 참석했다.

물론 한 해를 정리하는 12월과 새 해를 여는 1월에는 행사가 많다. 위에서 예로 든 날은 보통 때보다 행사가 많은 날이었다. 단체장들은 대개 이렇게 행사에 참석하고 오후 4~6시에 결재를 한다. 그러면 하루가 간다.

보통 행사에는 자체적으로 하는 내부행사와 외부 기관·단체가 초청하는 외부행사가 있다. 이런 것들이 뒤섞여 단체장은 하루 종일 행사장 다니는 게 중요일과가 됐다. 실제 행사는 공식적인 일정표에 나와 있는 것보다 더 많다. 일정표에 올리지 않는 게 있기 때문. 더욱이 요즘 도내 기초단체장들은 읍·면·동 연두순시에 나서고 있어 일정이 더 빡빡하다.

노인표 무서워 경로당 행사 챙겨

단체장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는 한 해 시작인 1월, 행사의 계절 5월, 그리고 축제가 몰려있는 9~10월, 예산·행정감사·마무리를 해야 하는 11~12월이라는 게 공무원들 말이다. 이 중 1월에는 각 기관·단체 정기총회, 5월에는 근로자·어린이·어버이·청소년 관련 행사, 9~10월에는 축제, 12월에는 송년행사에 불려 다닌다고 한다. 이런 시간들이 한 해의 절반을 차지하고 나면 실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는 것.

이시종 지사는 도내 전체를 총괄하면서 청와대·국회·정부부처까지 다닌다. 정부예산을 수립하고 국회에서 통과되는 시점까지인 8월 말부터 12월 초까지는 정부부처와 국회를 수시로 방문한다.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저녁식사를 간단히 끝내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퇴근시간은 보통 밤 12시. 그래서 수행비서가 최대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6개월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 지사는 대개 저녁식사 이후 조용한 시간을 갖고 일을 한다는 게 도 관계자 말이다.

도 관계자는 “초청장을 많이 받으나 선별해서 간다. 그러나 단체장은 도민들의 행사라 모두 중요하게 생각한다. 굳이 선거운동을 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도민들이 뽑아준 대표이기 때문에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청주시장은 2일까지 43개 읍·면·동 연두순방을 했다. 청주·청원통합으로 챙겨야 할 행사가 대폭 늘어난데다 청주시가 도청소재지라서 도단위 행사까지 가 다른 단체장보다 훨씬 바쁘다는 것. 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원하는데 단체장이 안갈 수 있나. 그래도 다 갈 수는 없으므로 선택을 한다. 행사장에서 시민들 만나 대화하면 도움되는 것들도 많다”고 말했다.

단체장들의 일정을 죽 훑어보면 노인대학과 경로당 행사 등에 자주 참석하고 있다. 모 씨는 이에 대해 “정치인들은 노인표를 무시할 수 없다. 노인 인구가 많은데다 투표율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챙겨야 할 계층이 노인들이다. 단체장이 노인들을 잘 보살펴 드리는 건 좋지만 개별 행사까지 참석하는 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것은 관련 국·과장이 참석해도 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도민이나 시민들은 단체장 만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비서실에 면담 요청을 하면 며칠씩 기다려야 한다. 업무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3일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게 시민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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