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신청 접수 14일 만에 승인…주민설명회도 없어
주민들 “지하수 고갈·친환경 우렁이 농법 피해 우려”

▲ 충주시 산척면 영덕리 용전·덕해·독동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산척면레미콘공장반대대책위원회는 충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장 변경 승인을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충주시 산척면 주민들이 마을 인근에 들어서는 레미콘 공장 설립을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주민들은 주민설명회도 없이 시가 승인을 내눴다며 시의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을 비판하는 한편 지하수 고갈과 친환경농업 인증 취소를 우려하고 있다.

충주시 산척면 영덕리 용전·덕해·독동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산척면레미콘공장반대대책위원회(위원장 김명구)는 최근 충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주시가 주민 기피 시설인 레미콘 공장 설립 승인을 졸속 처리했다”며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으로 무분별하게 해 준 공장 변경 승인을 즉각 중단하고 시민에게 사과하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시는 지난 2004년 비내화몰탈 제조 공장 설립을 승인한 이래 단 한 번도 생산활동이 없던 공장을 몇 차례 재승인하고 또 다시 업종 변경 신청을 졸속 검토, 레미콘 공장으로 변경 승인했다”며 “우리는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고 결사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6년 전에도 약 50m 옆 부지에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려다 주민 반발로 승인이 취소된 사례가 있음에도 같은 지역에 또 승인 절차를 진행하면서 주민에게 일체 알리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어 “레미콘 공장 예정지 옆에 친환경 논과 과수원이 있어 분진·오폐수가 발생하면 주민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고, 생활·농업용수 고갈도 우려된다”며 “자재 차량, 레미콘 차량 등 대형차량이 다니게 돼 주민들은 교통사고 위험성 노출은 물론 농업활동에도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충주시가 한쪽으로는 친환경농법을 장려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레미콘공장의 허가를 내줘 친환경농업을 못하도록 탁상 행정을 하고 있다”며 “시는 현재 현행법상 업종변경이나 승인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승인이 취소되지 않는다면 산척면 주민들은 법적인 절차를 거쳐서라도 모든 역량을 모아 강력히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주민동의서도 없이 허가

시가 레미콘 공장 허가를 진행하면서 보여준 일관성 없는 행정이 주민들의 반발을 산 것이다.

시에 따르면 S업체는 지난해 12월 24일 산척면 영덕리 용전마을에 레미콘 공장 허가신청서를 접수했고, 시는 지난달 6일 허가를 내줬다. 허가신청서를 접수한 지 불과 14일만의 일이다. 시는 해당 허가를 진행하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물론 주민동의서도 받지 않았다.

주민동의서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시는 공장 허가 과정에서 주민동의서를 필수서류로 받고 있다.

시는 2004년 비내화몰탈 제조공장으로 승인된 해당 공장이 단 한 번도 생산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몇 차례 재승인해줬고, 이번에 다시 레미콘 공장으로 변경승인해 준 것이다.

해당 지역은 5년여 전 모 업체가 레미콘 공장을 설립하려다 친환경농법을 하는 주민들의 반발과 환경영향평가 부적합으로 무산됐던 곳이다.

2010년 11월 산척면 주민들은 A업체가 레미콘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당시 산척면 주민들은 레미콘 공장 입주 절대 불가를 주장하며 수십여 곳에 현수막을 내거는 등 반발했고, 시청을 잇따라 항의 방문하는 한편 주민들이 서명한 진정서를 접수했다.

산척면 주민들은 “해당 지역에 레미콘 공장이 입주할 경우 식수고갈과 농업용수 부족 등이 우려되고 대형차량 통과에 따른 사고 위험이 우려된다”며 공장 입주를 반대했다.

산척면 독동과 용전, 덕해 3개 마을에는 2010년 당시 134농가가 친환경 우렁이농법으로 20ha의 면적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으며, 2011년부터 80ha로 확대됐다.

우렁이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주민들이 물 확보를 위해 관정을 파서 물을 공급받고 있는데 가뜩이나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물 소비량이 엄청난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면 우렁이 농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었다.

주민반발이 커지자 A업체는 2010년 12월 레미콘 공장설립을 취소한다는 공문을 시에 제출했다. 당시 시는 “민원조정위원회가 열리기 직전에 A업체가 공문서를 통해 사업 포기의사를 밝혀왔다”며 “마을주민들의 집단시위가 예정돼 있었는데 다행히 업체 측이 사업포기를 밝혀 소모적인 갈등이 해소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시는 이번에 또 같은 사안을 놓고 주민반발이 예상됨에도 허가를 내줘 이중잣대를 들이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주민들은 “충주시의 담당과장이 올 초 담당 부서로 전보돼 온지 불과 3일 만에 공장 위치조차 모른 채 허가신청서에 사인을 했다”며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관성 없는 행정 ‘도마 위’

산척면 지역의 레미콘 공장 설립 및 증설을 둘러싼 갈등은 2010년과 올해 외에도 2012~2013년에도 있었다.

산척면 송강리 소림마을에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려 하자 주민들이 반발했다.

친환경 소재로 하천용 블록을 생산해 온 모 업체가 2012년 1월 레미콘 공장 신규 설립을 위해 시에 허가신청서를 제출했고, 주민들은 “당초 해당 업체가 친환경 생태소재 전문제품을 생산한다고 해 놓고 주민들을 기만했다”며 반대 입장을 폈다.

진통 끝에 2013년 4월 시 민원조정위원회가 소림마을 레미콘 공장 증설에 대해 승인을 ‘불허’했다.

2010년 이후 2년에 한번 꼴로 산척면 지역은 레미콘 공장 설립을 둘러싸고 업체와 주민, 시가 갈등을 빚은 셈이다.

시는 이번 레미콘 공장 승인을 두고 주민 반발이 일자 레미콘 공장 사업주를 만나 자진철회를 종용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공장 설립 승인이 난 지역에 업종 변경 신청이 들어와 관련법과 규정에 따라 승인한 것”이라며 “승인 요건을 갖춘 신청을 불허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다만 기업의 이익보다 지역민들의 이익이 우선이기 때문에 사업주를 만나 사업철회나 업종변경을 유도할 방침”이라며 “잘 합의가 되지 않으면 법적으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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