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집니다. 2001년 신사년이 역사 속으로 묻히고 있습니다. 변함 없는 천지운행, 대 자연의 섭리대로 또 한해가 가고 새로운 한해가 목전에 와 있습니다.
무시무종(無始無終),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영겁의 세월에 금을 그어 재단을 해 이름을 붙이고 해가 바뀐다고들 수선입니다. 아무튼 묵은해는 가고 새해는 옵니다.
예외가 있을까, 올해도 세상은 소란스럽기만 했습니다. 상투적이지만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로 이 한해를 정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비규환이라고 할 만큼 시끄러웠던 한해, 나라밖이 그러했고 나라안이 또 그러했고 우리 사회가 그랬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그 모든 소란과 아우성은 결국 이기심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종교와 종교간의 충돌, 국가 간의 반목, 지역 간, 계층 간, 빈부 간, 개인과 개인의 갈등은 모두 이기심의 발로(發露)임이 너무도 자명합니다.
‘나만 옳고 너는 그르다’는 독선과 아집, 가진 자들의 더 갖으려는 탐욕, 남을 배려하는 마음 없이 내 생각대로 만 행동하는 이기심이 온갖 사건을 유발하고 갈등을 부추기고 있음을 우리는 모든 현상들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국가 간의 전쟁이든 정치권의 정쟁이든 개인간의 불화이든 모든 갈등은 이기주의의 산물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합니다.
집단이든 개인이든 조금만 마음을 비우고 역지사지로 상대를 배려하려한다면 세상은 이처럼 삭막하고 소란하지는 않을것입니다. 인간이 이기적인 동물이라고하지만 조금만 이기심을 거두고 남을 생각하는 이타심(利他心)을 갖는다면 세상은 훨씬 좋아질것이 틀림없습니다.
이제 해는 저물었습니다. 그러나 지는 해는 아름답습니다. 붉게 물든 지평선 그 너머로 내려앉는 검붉은 태양, 그 해는 내일을 기약하는 희망의 상징이기에 더 아름답습니다. 밤이 가면 태양은 다시 동녘하늘에 떠 오를 것입니다. 온갖 신고(辛苦)에도 우리가 절망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입니다.
모든 아픔을 잊읍시다. 올해에 있었던 슬펐던일, 괴로웠던일, 분했던일, 화났던일들을 모두모두 잊읍시다. 그래 누구도 원망하지말고 훠이훠이 세월속으로 날려 보냅시다. 그리고 새 아침 다시 희망을 찾아 나섭시다. 누군가 말 했지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해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요.
참, 우리고장이 낳은 이 시대의 ‘지사’였던 ‘민주언론의 대부’ 청암 송건호선생이 고문 후유증으로 인한 5년 병고 끝에 지난주 세상을 떠났습니다. 암울하던 군사독재시절 뜻을 굽히지 않고 끝까지 불의와 맞섰던 송선생은 언론인이 어떤 길을 걸어야하는가를 후학들에게 몸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삼가 선생의 명복을 비는 바입니다.
한해동안 졸문을 읽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 드립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